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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인도기행 (3) 김승국 세계사회포럼 대회장에서 ① 오른쪽의 사진(생략)은 1월 15일 오후 세계사회 포럼 대회장의 입구 모습이다.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 민중들이 쇄도하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 뿐인 이들은, 수천리 떨어진 곳에서 며칠 동안 완행기차를 타고 몰려들었다. 이들의 얼굴만 보아도 고난에 찬 삶을 직감할 수 있다. ‘제국주의 없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Without Imperialism/ Another World is possible)'라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이들의 삶을 농축한 표현이다. 버려진 공장의 좁은 입구 옆에 세계사회 포럼을 알리는 'WSF 2004 Mumbai India'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입구의 좌우 폭이 4미터 정도 되는데, 약 10만 명의 대회 참가자가 이 문을 .. 더보기
야생의 인도기행 (2) 김승국 왼쪽의 은 인도의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의 등록장소이다. 사진을 잘 보면, 옛날 서커스단이나 유랑 극단의 무대 같기도 하고 소 싸움판의 입구 같기도 하다. 소나무 토막을 기둥으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게 뜨내기 살림살이를 여지없이 나타낸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윤회 속에서 현재의 삶이란 부평초임을 믿는 인도인의 세계관을 이 곳에서 확인했다면 견강부회일까? 명색이 세계 최대의 국제 NGO대회의 초입에 이런 등록장소를 마련한 인도인들의 촌스러움이 오히려 존경스럽다. 대개의 경우 국제대회를 할 때 등록장소를 부스(booth)라 부르며 꽤나 폼을 잡는다. 그런 폼잡기에 비하면 볼 품 없지만, 없는 살림 속에서나마 갖은 애를 써서 등록장소를 세우느라 애쓴 땀냄새가 배어 나서 흐뭇했다. 의 입구에 있.. 더보기
야생의 인도 기행 (1) 김승국 들어가는 말 필자는 2004년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1월 14일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싱가폴 공항을 거쳐 인도의 뭄바이(Mumbai)에 1월 15일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뭄바이에서 열리는 세계사회 포럼(World Social Forum)에 참가하기 위해서 이었습니다. 6일 동안 세계사회 포럼에 참석한 필자는 1월 21일 뭄바이를 떠나 델리(Delhi)로 이동했습니다. 카시미르의 잠무(Jammu)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델리에서 3일 동안 했습니다. 요즘 카시미르 분쟁을 연구하고 필자가 카시미르 분쟁의 현장조사 장소로 잠무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1월 25일 델리에서 잠무행(行) 야간 특급열차를 타고 카시미르로 갔습니다. 잠무에서 4박.. 더보기
일본 서부지방 탐방기 (11) 김승국 기자 필자는 2005년 8월 1~9일에 열린 에 참석한 다음에 규슈 · 야마구찌 지방을 순회하고 8월 15일에 귀국했다. 순회한 도시를 순서대로 열거하면 히로시마~나가사키~구마모토~기타 규슈(北九州) ~야마구찌로서 서부 일본을 둘러본 셈이다. 이 글은 보름 동안 서부 일본을 평화의 감각으로 여행한 평화 여행기이다. 8월 1일 아침 8시 히로시마의 국제여객 터미널에 내린 필자는 노면전차를 타고 히로시마 시청으로 달려갔다. 히로시마시가 국제적인 평화도시가 된 경위, 평화도시 건설의 설계(마스터 플랜)에 관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 이었다. 히로시마 시청의 시민활동 추진과에 들러 평화 도시의 마스터 플랜이 없느냐고 물으니까, 약간 당황한 눈빛으로 시청 안에는 없고 (평화 공원 안에 있는) 평화문화 센터를 ..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10) 김승국 사세보 기지 지난 8월 8일 본부에서 모집한 ‘사세보 기지 현장방문’ 팀에 합류한 필자는 말로만 듣던 사세보(佐世保) 기지의 위용에 깜짝 놀랐다. 이날 아침 8시 40분에 나가사끼 역 부근의 버스 정류장에서 사세보 현장방문용 버스에 올라탄 뒤 두시간만에 사세보 기지에 당도했다. 버스는 사세보 시내를 가로질러 달린 다음, 弓張岳(해발 364미터)의 전망대를 향해 급경사의 길을 곡예 하듯 올라갔다. 전망대에 오르니 사세보 만의 전경이 보였다. 필자의 시야에 들어온 사세보 만의 오른편에 99島(99개의 섬이 올망졸망 늘어선 다도해)가, 가운데에는 사세보 기지(에섹스 등 함정들이 수심 11미터의 거대한 도크 안에 정박중이었음), 왼쪽에는 사세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가운데의 사세보 기지를 자세히 살..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9) 김승국 히로시마 주변의 3각 기지 지난 8월 2일 오전부터 히로시마에서 가 열렸다. 기간 중에 ‘히로시마 평화 기념(記念) 자료관’과 ‘사몰자(死沒者) 추도 평화 기념(祈念)관’을 둘러본 필자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기미조차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반핵평화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했다. 그런데 두 기념관 모두 ‘일본의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이 피폭의 원인이 되어 무고한 아시아 민중이 개죽음을 당했으며, 천황이 주도한 전쟁 때문에 아시아 민중이 몰살당했다’는 문구가 전무하여 적지 않게 실망했다. 이들 기념관은 ‘피폭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는 평화’를 기원할 뿐...‘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평화의 결의를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히로시마 식(式).. 더보기
히로시마 · 나가사끼의 명물 음식 김승국 오코노미야끼 히로시마에 유명한 음식 중 하나는 ‘오코노미야끼’이고 나가사끼에서 유명한 음식은 짬뽕과 카스테라이다. 오코노미야끼는 ‘일본 피자’로 번역되지만 부정확한 표현이다. 피자라기 보다는 원반 크기의 맛있는 팬케이크이다. 밀가루, 계란, 물 반죽에 자기가 원하는 재료(코노미)를 넣어 오코노미야끼를 만든다. 재료에는 보통 고기, 오징어, 야채, 잘게 다진 양배추 등이 포함된다. 요리용 철판을 사이에 두고 손님과 마주 서 있는 주방장이 오코노미야끼를 만들어낸 다음 달콤한 갈색 소스나 마요네즈를 발라준다. 말린 아오노리(파래) 가루나 가츠오부시 프레이크를 뿌려주기도 하는데, 가츠오부시가 뜨거워지면 춤을 추듯 하늘거린다. 오코노미야끼 식당은 유쾌하고 시끄럽지만 별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서민지향..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7) 김승국 술 · 술집 2005년 8월 1일 히로시마에 도착한 첫날 밤. 목이 컬컬하여 술집을 기웃거렸으나 술 값이 하늘같이 높아(주먹만 한 술병 하나만 내놓고 9천원을 내라니...기본 안주도 안 나오고...) 언감생심으로 이틀 동안 술을 굶었다. 8월 3일 저녁에, 드디어 꾀를 내어 히로시마에서 유명한 ‘오코노미 야끼(일본식 피자-빈대떡)’ 식당에서 생맥주를 들이키니 세상이 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본부 측에서 준비한 만찬 석상에 나온 일본 술을 마음 놓고 마시니 세상이 내 것만 같았다. 위장 속의 술 창고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면서 핏돌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에 걸맞게 두뇌의 회전이 빨라져 오히려 냉철해지기까지 했다. 8월 5일까지 체류한 히로시마에서는 별로 술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술의 명산지..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6) 김승국 규동 · 소바 · 우동 일본의 서민들이 즐겨 먹는 ‘프롤레타리아트 음식’은, 라아멘 · 소바 · 우동 같은 면 종류가 대세를 이루지만 규동과 같은 밥 종류도 있다. 일본식으로 조리된 밥을 ‘고항(御飯)’이라고 발음한다. ‘고항’의 ‘고(ご; 御)’는 최고의 존경을 나타내는 접두어이다. 쌀(米; 고메)의 경우 ‘오(お; 御)’라는 극존칭 접두어를 붙여 ‘오고메’라고 부른다. 이렇듯 일본사람들은 쌀과 밥을 숭배한다. 쌀과 밥(쌀밥) 속에 신이 있다고 본다. 쌀과 밥(쌀밥)이 곧 신이라고 여긴다. 요즘 일본사람들이 쌀밥 대신 빵 등의 서양음식을 많이 먹지만 쌀밥을 신성시하는 태도는 크게 변함이 없다. 米(쌀)를 신으로 모시는 일본인들은 米의 나라 미국(米國)도 신으로 모신다. 신격화된 쌀(米)을 배불리..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5) 김승국 프롤레타리아트 음식-라아멘 필자가 8월 1~14일에 일본의 서부 지방을 돌면서 ‘프롤레타리아트 음식’을 먹은 경험을 싣는다. 일본의 프롤레타리아트들이 즐겨 먹는 라아멘 · 규동 · 우동 · 소바 등을 ‘프롤레타리아트 음식’으로 규정한다. 프롤레타리아트인 하층민 · 지지리 못난 아랫 것들(subaltern)이 즐겨 먹는 먹거리가 프롤레타리아트 음식인 셈이다. ‘서민 음식’이라고 하면 싱거우니까 붙인 이름이다 필자는 14일간 일본에서 지내면서 ‘라보때’의 생활을 했다. ‘라보때’란 ‘라면(일본의 라면은 ‘라아멘’이라고 발음한다)으로 보통 때우기’의 줄인 말이다. 제한된 여비가 ‘라보때’를 강요한 것이다. 라아멘 등의 프롤레타리아트 음식을 주식 삼아 14일간 지내는 것은 고행(?)이지만, 일본의 프롤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