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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평화기행

야생의 인도기행 (2)


김승국


왼쪽의 <사진 1; 생략>은 인도의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의 등록장소이다. 사진을 잘 보면, 옛날 서커스단이나 유랑 극단의 무대 같기도 하고 소 싸움판의 입구 같기도 하다. 소나무 토막을 기둥으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게 뜨내기 살림살이를 여지없이 나타낸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윤회 속에서 현재의 삶이란 부평초임을 믿는 인도인의 세계관을 이 곳에서 확인했다면 견강부회일까?

명색이 세계 최대의 국제 NGO대회의 초입에 이런 등록장소를 마련한 인도인들의 촌스러움이 오히려 존경스럽다. 대개의 경우 국제대회를 할 때 등록장소를 부스(booth)라 부르며 꽤나 폼을 잡는다. 그런 폼잡기에 비하면 볼 품 없지만, 없는 살림 속에서나마 갖은 애를 써서 등록장소를 세우느라 애쓴 땀냄새가 배어 나서 흐뭇했다.

<사진 1>의 입구에 있는 날금날금한 책상이 안내인이 사용하는 비품이다. 안내인이 서 있는 왼쪽의 광목 휘장에 덕지덕지 붙은 안내문이 세계사회포럼의 촌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햇볕을 가리기 위해 천장에 대강대강 걸쳐놓은 깃발 같은 천을 보라. 맨 앞의 새프론(saffron) 색은 힌두교를 상징하는 색이다. 피난민 촌의 천막같이 설치해놓은 등록장소의 야생미가 돋보이는 가운데 saffron의 휘장이 너덜대고 있다. 숨막힐 듯 밀폐된 정밀함을 자랑하는 ‘문명의 세련미’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오른쪽의 <사진 2; 생략>는 뭄바이 대학의 본관 건물이다. 뭄바이 시내에 뭄바이 대학의 캠퍼스가 두 군데 있는데, 필자가 머문 Karlina 지역의 캠퍼스는 너무나 야생적인데 비하여 Coloba 지역의 뭄바이 대학 본부 건물<사진 2>은 너무나 세련되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유럽식 사원 풍의 건물 앞에 키다리 열대 수림이 우거져 있다. 생각컨대 영국 제국주의 아이들이 맨 처음 몸바이에 상륙하여 이곳 해안가에 진을 치고 본격적으로 서양 근대교육 시설을 세운 것 같다. 180년 전에 세워진 인도 최고(最古)의 캠퍼스라고 하니, 교육을 통한 제국주의 통치의 현장임에 틀림 없으렷다. Coloba 지역은 뭄바이의 최상류층이 사는 지역답게 모든 것이 고풍스럽고 반듯했다. 세계사회포럼이 열린 Goregaon 지역의 슬럼가와는 별세계이며, 부자들의 별천지이었다. Goregaon의 슬럼가와 이곳은 천당과 지옥의 차이를 느낄 정도.

왼쪽의 <사진 3; 생략>은 어느 중국 음식점의 입구를 촬영한 것이다. 실내가 어두워 사진이 밝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을 테지만, 오른쪽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의 뒤편을 주목하기 바란다. 뒤편의 오른쪽에 있는 자그마한 神像(힌두의 神)에 꽃다발이 걸려 있고, 그 왼쪽에 집 주인이 존경하는 인물(불가촉 천민 Dalit의 해방운동가 Ambedkar의 조각?) 위에도 꽃을 걸어 놓았다. 힌두교 신도가 많은 인도인의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으로 꽃의 이름은 메리 골드.

꽃은 신에게 바치는 대표적인 선물이다. 이 꽃은 통해 행운을 빌기도 하지만 신과의 만남 즉 접신(接神)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힌두교도들은 푸자(puja)라는 신 불러들이기, 기도, 찬가, 의식 등을 통해 남녀 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례행위를 한다. 힌두교도들에게 푸자의 제일 핵심적인 측면은 신성한 물질들과의 영적 교섭이다. 신도들은 이러한 접촉을 통해 신과 직접 만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대부분의 힌두 푸자는 신에게 꽃이나 음식 같은 상징적인 선물을 바치는 감사의 표현이다. 제물의 종류는 기후, 계절, 지역의 전통, 신도의 경제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습한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쌀, 바나나, 신선한 과일 등을, 건조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빵, 밀, 기장 등으로 만든 음식이나 단순한 설탕덩어리를 바친다. 북인도인들은 금잔화나 장미 화환을, 남부지방의 신도들은 쟈스민, 월하향(月下香), 하이비스커스 같은 이국적인 꽃들을 좋아한다. 연꽃은 전 인도에서 가장 신성한 헌물(獻物)이다. 꽃은 신상을 장식하는 데 쓰이며 음식은 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놓인다. 신도들은 푸자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이 상징적으로 그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신의 신성한 기운이 꽃과 남은 음식에 서서히 스며들어 그것들을 약동하는 신적 능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성소(聖所)에 바치는 여러 물품들은 사원 근처나 사원 경내에 늘어선 장(場)에서 살 수 있다. 꽃장수들은 낱개로나 다발로 꽃은 팔고, 과일 장수들은 코코넛, 바나나, 기타 농산물들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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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8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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