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쟁-안보-군사/이라크 전쟁, 기타 전쟁

이라크 전쟁은 미국 멸망의 서막?

김승국

미국은 마르고 닳도록 지구촌을 지배할까?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멸망이란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린다. 세계 최대의 부강한 나라 미국의 경제력을 보아도 미국이 멸망한다는 말은 낭설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대의 군사력 ・경제력을 지녔던 로마 제국이 도덕력 ・정당성의 부족으로 멸망한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이라크 전쟁에 돌입한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 이라크 전쟁의 승패와 무관하게, 미국이 세계지배의 도덕력을 상실함으로써 미국 지배 질서의 정당성이 와해될 것 같다. 이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 지배 질서를 구축하려는 야망에 미국 스스로 재갈을 물리는 꼴이 되어, 미국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다. 미국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덤빈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결과로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와 더불어 현재 지구촌을 덮고 있는 반전평화 시위가 반미의 횃불로 변하여 미국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로마 멸망의 길

그럼 미국이 어떻게 하여 로마제국처럼 서서히 멸망하게 되는지를 가상적으로 살펴본다(가상이므로 현실적으로 미국이 멸망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고대의 로마제국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로마제국은 그들이 ‘오랑캐 족(族)’이라고 비웃었던 게르만 민족에 의해 멸망한다. 게르만은 야만인으로 업신여김을 받으며 부지런히 로마의 국경을 위협하고 침입을 도모하는 가운데, 로마를 향한 민족 대이동을 거듭한 끝에 제국을 내부에서 붕괴시켰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로마 전기(前期)~중기(中期)의 게르만(과의) 전쟁은, 피신하여 쳐들어오는 게르만의 무장 난민을 로마 정규군으로 편입시켜 게르만 병사들을 일방적으로 깨부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에 승승장구했다. 전쟁에서 포로가 되거나 살아남은 게르만인들은 로마의 노예로 되었다.

그런데 후기 로마시대에는, 게르만 對 게르만 용병의 전투에서 게르만인 스티리코처럼 권력의 중추를 장악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 게르만인들은 로마 황제와 인척 관계를 갖고 로마 방위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게르만 민족의 침공과 국내의 봉기를 막았다.

이윽고 로마 황제 호노리우스는,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스티리코를 암살하고 그 부하의 가족을 학살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당시 황제는 로마가 아닌 라벤나=밀라노에 궁전을 건설하고 수도로 삼을 작정이었다. 이때 스티리코 파(派) 로마 병사가 반란을 일으키자 황제는 통치능력을 잃어버렸다. 이어 게르만 계(系) 서(西)고트 등이 로마를 약탈하고 서(西)로마는 이 사건으로 게르만 민족에 의해 분할되어, 현재와 같은 유럽의 민족구분을 가져왔다.

게르만족이 로마에 끈질기게 침투하여 로마의 멸망을 재촉하는 과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서로마 제국 최후의 황제인 로물로스 아우구스투스는 정식 황제의 수속을 밟지 못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게르만 군인 오드아켈은 476년 로물로스 아우구스투스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의 이름을 달았다. 로마 귀족의 인정을 받지 못한 오드아켈은 이탈리아를 침공한 동(東)고트와의 전쟁에서 패사(敗死)했다. 역사적으로 오드아켈은 황제의 명단에 들어가기는커녕 로마를 멸망시킨 반역자로 낙인찍혀 있다.

미국을 괴롭히는 오랑캐 ‘이슬람’

앞에서 설명했듯이 로마제국이 게르만족이라는 이방인에 의해 멸망한 과정을 미국이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로마제국을 괴롭힌 이방인 ‘게르만족’처럼 현재 미국을 괴롭히는 오랑캐 ‘이슬람(Islam)’의 도전을 무시할 수 없다. 로마시대에 경멸당했던 게르만족에 의해 로마가 멸망했듯이, 미국 문명의 최대의 경멸 대상인 이슬람을 잘못 다룬 결과 미국의 멸망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이런 결과를 예단할 수 있는 계기가 이라크 전쟁의 승부일 것이다. 이라크 민중이 분전하여 미국의 공세를 물리친다면, 이는 이슬람 때문에 미국 ‘제국’의 일각이 무너져 내리는 서막이 될 것이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