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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이라크 전쟁, 기타 전쟁

돈과 이라크 전쟁

김승국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 이권을 쥐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견해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이라크 전쟁의 진짜 목적은 석유 그 자체가 아니고, 석유 대금을 지불하는 통화 쪽에 있다는 관점을 놓치고 있다. 석유 대금을 어느 나라 화폐로 결제하느냐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달러로 석유 대금을 결제했는데, 달러화 결제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석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던 시스템의 동요를 막기 위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돈-이라크 전쟁-석유 이권의 3차 방정식

그러면 지금부터 돈(달러 체제의 동요)-이라크 전쟁-석유 이권의 3차 방정식을 풀어 보자.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경상 적자 ・재정 적자가 늘어날수록 기축통화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경상 적자 ・재정 적자의 누증으로 인한 통화위기 ・초(超)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달러의 일극(一極)지배를 통해 미국의 통화가 전 세계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 일극 지배체제에 도전하는 유로화가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사태가 생기고 있다. 이라크 등의 원유 생산국가들이 취약한 달러화 대신에 유로화를 선호하기 시작하자 미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의 일극 지배체제가 도전을 받으면 미국 경제의 동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동요를 경제적인 수단으로 예방하면 다행이지만, 경제 이외의 군사적인 수단, 즉 전쟁을 통해 예방하려면 전쟁의 악순환 이외의 길이 없다. 다행스럽게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 딜(New Deal) 정책을 통해 미국경제의 위기를 넘겼으나, 부시 대통령은 군사적인 수단, 즉 전쟁을 통해 ‘달러화 일극 지배체제의 동요 현상(유로화 선호 현상)’을 돌파하려고 했으며 그 결과가 이라크 전쟁이다.

‘달러화 일극 지배체제의 동요’와 이라크 전쟁의 관련성

그러면 ‘달러화 일극 지배체제의 동요(유로화 선호)’와 이라크 전쟁의 관련성을 아래와 같이 살펴본다.
후세인 정권은 2000년 11월 6일자로 원유 거래를 달러에서 유로(EURO)화로 바꿈으로써 철두철미하게 미국에 등을 돌렸다(북한도 최근에 결제화폐를 유로화로 바꿈으로써 달러를 배척하는 진짜 반미국가가 되었다. 이로써 ‘달러마저 거부하는 반미국가=악의 축 국가’ 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만일 이라크처럼 달러 대신 유로화로 결제하는 나라들이 중동 산유국 가운데 증가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OPEC(석유수출국 기구)의 공식 결제화폐로 유로화가 지정될 것이다. 이렇게 공포스러운 사태에 직면하여 ‘전쟁을 통해서라도 결사적으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부시 정권이 가졌을 터이다.

미국의 국익을 좌지우지하는 원유 달러(Oil Dollar)가 한물가고 그 자리에 유로화가 들어선다는 것은, 제국 ‘미국’을 강타하는 끔찍한 일이다. 실제로 중동 산유국 중에서 불안정한 달러 대신 유로화로 바꾸려고 검토하고 있는 나라가 꽤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유 가격을 유로화로 바꾸려는 산유국의 움직임을 미국이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유로화로 결제화폐를 바꾸는 대열의 선두에 서 있는) 후세인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게 미국의 세계지배 체제 유지의 급선무가 되었다. 미국이 오랫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여 후세인 정권의 타도를 시도했으나 불발탄에 그치자, 이라크 석유강탈 전쟁을 강행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의 원유를 빼앗으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욕심일 뿐이다. 진짜 속셈은 OPEC 등의 원유 대금 결제화폐를 유로화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군기(?)를 잡으려는 데 있다. 후세인의 이라크를 시범 케이스로 군기 잡아 다른 나라들이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벌였을지 모른다. 이라크의 군기를 잡기 위한 전쟁을 통해 달러 체제를 군사적으로 방어하려는 목적이 내재해 있다.

이라크 전쟁은 달러 방위 전쟁

한마디로 이라크 전쟁은 달러 방위 전쟁이다. 이 달러 방위 전쟁의 막후에서 지금도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달러화와 새로이 도전장을 내고 있는 유로화의 기(氣)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원유 결제 화폐를 에워싸고 달러화와 유로화의 대결이 이라크 전쟁의 뒷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맹주인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 체계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러한 달러 방위 전쟁의 선봉장은 토마호크 미사일이다.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이 이라크에 대하여 결사적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은 배후에, 달러 지배체제 고수의 집념이 도사리고 있다. ‘돈(달러 지배체제 고수)과 전쟁은 실과 바늘’이란 상식을 미국이 몸소 전쟁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화폐제도는 “누군가가 이것을 돈으로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성립된다, 그래서 돈이란 실체가 없는 상당히 취약한 것이다. 누군가 그 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달러라는 돈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신용하고 수취하기 때문에,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 내어 전 세계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유로화가 달러와 동격의 기축통화로 된다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돈을 찍어 내면 되는’ 특권을 미국이 잃어버리게 된다.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낼수록 미국이 달러를 남발할 능력을 상실하여 (달러 지배체제에 입각한) 제국 ‘미국’의 기반이 붕괴되므로, 전쟁을 감행해서라도 이를 예방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설명하면 ‘미국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라크를 시범 케이스로 족쳐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중동의 산유국이 달러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달러 불매운동이 최대의 반전운동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라크 전쟁을 중단시키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두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모두가 달러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미국의 지대한 힘도 무력화되어 버린다. 미국의 힘을 무력화시키려면 전 세계의 민중들이 달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달러로 물건을 사지 않는 달러 불매운동이, 최대의 이라크 전쟁반대 운동이 된다. 더 나아가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 제품의 불매운동은 금상첨화이다. 미국의 대기업과 초(다)국적 금융자본을 통해 달러가 유통되므로 미국 제품의 불매운동은 곧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운동으로 연결되며, 이 운동이 커질수록 미국의 힘도 그에 비례하여 무력화된다.

미국 제품 불매운동

특히 부시 정권은 미국의 대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미국 대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은 부시 정권의 목을 비트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전 세계인이 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국 대기업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시위 중심의 반전운동보다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온통 세계화되어 있는 마당에 미국 제품 모두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일상생활 자체를 포기하라는 말이된다. 더구나 부시 정권에 영향력을 갖지 않는 미국 기업의 제품까지 보이콧(boycott)하면, 거꾸로 경제적 약자의 생활을 곤란하게 만드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보이콧하는 게 부시 정부의 급소를 찌르는 결과를 가져올까?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

생각건대 부시 정권을 비호하는 기업의 제품을 개인이 사지 않거나 자국의 정부가 사지 않도록 압력을 넣는 불매운동을 전개하면(부시 정부에 견제구를 날림으로써) 이라크 전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쟁 반대 차원의 불매운동 대상 기업을, 부시 정권을 비호하는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 부시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헌금 기업(맨 뒤의 숫자는 헌금 액수)
  1) 메릴 린치(투자 고문) … 132,425달러
  2) Price Water House ・쿠퍼스(컨설팅) … 127,798달러
  3) City Group(은행) … 114,300달러
  4) 엔론(에너지) … 113,800달러
  5) 텍사스 주(주 정부) … 87,254달러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데이터임.

2. 부시 정권의 각료 ・보좌관-헌금 기업의 연결구조
  1) 죤 ・애쉬크로푸트(사법부 장관)---AT&T사(통신), 마이크로소프트(컴퓨터 ・소프트) 기타
  2) 도날드 ・럼스펠드(국방부 장관)---팔마시아 사(제약), 모토롤라 사(전자 기기) 기타
  3) 스펜서 ・에이브러함(에너지부 장관)---GM 사(자동차), 포드사(자동차) 기타
  4) 콜린 ・파웰(국무부 장관)---AOL 사(Internet Provider) 기타
  5) 콘도리사 ・라이스(국가안전보장 담당 대통령 보좌관)---셰브론 사(석유) 기타

3. 세계의 군수기업 Big 20(맨 뒤의 숫자는 계약고)
  1) 록히드 마틴(미국)---179억 달러
  2) 보잉(미국)---156억 달러
  3) BAE 시스템(미국)---155억 달러
  4) 레이시온(미국)---115억 달러
  5) 노스롭 그라만(미국)---71억 달러
  6) 제너럴 다이내믹(미국)---56억 달러
  7) 토마스 CSF(프랑스)---41억 달러
  8) 리튼(미국)---39억 달러
  9) UTC(미국)---35억 달러
  10) AM(프랑스)---33억 달러
  11) 다임러 크라이슬러(독일)---31억 달러
  12) IRI(이탈리아)---30억 달러
  13) TRW(미국)---30억 달러
  14) 미쯔비시 중공업(일본)---25억 달러
  15) 롤스로이스(영국)---24억 달러
  16) GKN(영국)---19억 달러
  17) 뉴 포트 뉴스(미국)---18억 달러
  18) DCN(프랑스)---17억 달러
  19) 제너럴 일렉트릭(미국)---16억 달러
  20) Computer Science C(미국)---15억 달러
  ※스톡홀름 국제평화 연구소(SIPRI)의 자료(2001)에서.

4. 불매 대상 제품 ・서비스
  1) 부시 정권에 헌금하는 회사와 주요 생산제품
    ① 쇠고기(미국 산)…텍사스 주(정권에 헌금)의 특산물
    ② Kellog의 ‘시리얼’
    ③ 몬산토 사(社)의 ‘대두(大豆) 100%라고 표시되어 있지 않은 간장(유전자 변환한 大豆)’
    ④ City Bank의 ‘계좌’, ‘외화 예금’
    ⑤ Acusa 생명보험의 ‘개인연금’, ‘종신보험’
    ⑥ 메릴 린치 증권
    ⑦ 노스웨스트 항공
    ⑧ 유나이티드 항공
    ⑨ 포드 자동차 회사의 ‘포커스’, ‘몬데오’ 등
    ⑩ 필립 모리스 社의 ‘말보로’, ‘버지니아 슬림’, ‘필립 모리스’
    ⑪ 마이크로소프트
    ⑫ AOL
    ⑬ AT&T
    ⑭ 모토롤라의 ‘휴대 전화’, ‘모뎀’ 등
    ⑮ 칼텍스의 ‘엔진 오일’(셰브론 사의 자회사)
  2) 석유 ・군수 관계 회사
    ① 동연(東燃) 제너럴 석유
    ② 모빌 석유
    ③ Esso 석유
    ④ 코카콜라 회사의 ‘스프라이트’, ‘환타’, ‘조지아’ 등(전쟁터의 미국 병사에게 제공되는 음료)
    ⑤ 칼텍스 社의 ‘엔진 오일’
    ※ 「Multi National Monitor」誌의 최악덕(最惡德) 기업 명단에서
  3) 기타
    ① 디즈니랜드 社의 ‘유원지’, ‘캐릭터’, ‘영화’<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조직(Zionist 조직)에 계속 기부함>
    ② 맥도날드(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식량 지원에 참가)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