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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교육/평화교육 교안

『칼을 쳐서 보습을』초고 (2) ---이 책의 발상과 구도

김승국


평화교육의 교재로 사용될 이 책『칼을 쳐서 보습을』은 다음과 같은 발상과 구도 아래에서 작성되었다. 평화교육의 참가자들이, 무기-전쟁에 관하여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평화를 지향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방향으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면 좋겠다. 여러 가지 토론 방식 중에서 원탁토론을 추천한다.


Ⅰ. 기본적인 발상


『구약성서』이사야서 2장 4절의 말씀을 화두로 삼아 ① 평화의 발상 연습을 하는 가운데 ② 평화의 감수성을 높이고 ③ 평화롭게 생각하는 힘을 배양한다.


Ⅱ. 구도
  

  1. 첫 번째 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 수 있나?


‘칼을 쳐서 보습을’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도입부분이다. 무기가 넘치는 현실 세계에서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 수 있습니까?”며 문제 제기하는 글이다. 칼을 보습으로 변형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과제이므로 이와 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2. 두 번째 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어가는 나라 ‘코스타리카’


첫 번째 글을 중심으로 원탁토론하는 가운데 ‘과연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나라인가?’라는 물음이 나올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코스타리카를 찾아가본다.
 

코스타리카는 군대가 없는 평화국가이다(원론적으로 평화국가란 없으므로 사실상 평화 지향적인 국가이다. 평화 지향적인 국가를 축약하여 ‘평화국가’라고 부른다). 코스타리카는 이사야서 2장 4절의 말씀대로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기독교 국가이다. 기독교 신자가 많은 한국(기독교 국가 한국?)이 중무장한 것과 달리 ‘총을 녹여 악기를 만든 나라’가 코스타리카이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① 코스타리카와 같이 이사야서 2장 4절을 실현하는 나라가 기독교 정신이 투철한 국가인가? 코스타리카와 달리 중무장하면서도 기독교 신자가 많은 한국이 기독교 정신에 투철한 국가인가?
  ② 이사야서 2장 4절의 말씀을 현실세계에서 이룩해가고 있는 코스타리카의 모범을 한반도(남한ㆍ북한)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나?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생들이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의 상황을 담은 DVD를 보면서, (코스타리카와 비슷한 평화국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원탁토론을 벌인다. 이러한 원탁토론을 통해, 평화국가의 참모습을 학생들이 깨달으면서 평화의 대안을 찾도록 한다.


  3. 세 번째 글; 징병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코스타리카에 관한 동영상(DVD)을 본 일부 참가자들은 군대 없는 국가(경찰력으로만 안보ㆍ치안을 유지하는 국가), 군대가 없으므로 징병제도가 필요 없는 국가체제를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역사적 맥락(분단상황)에서 군대를 필요로 하는 정세(한국 전쟁 등)가 조성된 탓에, ‘국방이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인식이 몸에 밴 한국인 대다수가 코스타리카의 군대ㆍ징병제 없는 상황을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코스타리카 이외에도 군대ㆍ징병제가 없는 나라가 27개나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은, ‘우리도 노력하면 그러한 국가를 지향하며 국방비를 줄여 복지ㆍ교육 부문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분단의 굴레를 벗어나 평화지향 국가로 나아가며 통일을 이룩하는 방향으로 전진한다면, 군대의 위상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징병제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징병제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병력 충원ㆍ병사 만들기 방식에 의하여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대안이 나올 것이며, 징병제에 대한 유연한 사고방식이 국민들 사이에 통용될 것이고, 국민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와 같은 군대-징병제에 관하여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 아래, 징병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하여 원탁토론을 진행한다. 징병제에 관한 찬반이 필요한 수업이라면, 찬반 패널토론(CEDA)을 하면 좋다. 징병제-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참가자들의 찬반(贊反) 분포도에 따라 근원적인 접근이나 참가자 상호간의 설득이 필요하다면, 원탁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생각을 창조적으로 걸러내며(brainstorming) 발상연습하는 순서를 밟는다. 교사가 참가자들의 열기를 높이기 위해 직문직답(直問直答)의 논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4. 네 번째 글; 이라크 전쟁


평화지향 국가 코스타리카와 달리 전쟁중인 이라크의 상황을 DVD를 통해 보면서 토론한다. 동일한 ‘국가 체제(국가권력에 의해 유지되는 체제)’ 아래에서, 어떤 나라(코스타리카)는 군대 없는 평화국가를 지향하고 어떤 나라(이라크)는 전쟁의 함정에 빠져 자국의 군대도 부족하여 외국군대가 주둔하여 전쟁을 벌였는지...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며 원유의 매장량이 세계 제3위인 이라크가 전쟁의 수렁에 빠진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라크 전쟁의 배경ㆍ원인ㆍ이해관계에 관하여 살펴보는 가운데 전쟁의 참상, 전쟁 피해자, 이라크 전쟁 반대운동 등에 관하여 생각하는 평화교육을 실시한다.


우리 국민은 이미 이라크 전쟁 못지 않게 치열한 한국전쟁을 치뤘고,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분단된 상황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 이야기는 실감이 날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이 이라크에 이어 북한에 대한 전쟁계획을 세운 일이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이라크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되었던(지금은 철수함) 점은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토론할수록,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평화의 감수성을 주고 받는 기운이 감돌 것이다.  


  5. 다섯 번째 글; 핵무기 이야기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무기는 세상을 바꿨다.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던 전쟁방식이 만든 옛 체제(1945년 이전의 세계)는 물러가고, 핵무기로 인한 세계 절멸의 위기에 놓인 핵시대가 열렸다.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는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데 그쳤지만, 현재의 최첨단 핵무기는 인류의 대량학살(genocide)을 예고한다.


히로시마ㆍ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이 우리 이웃(1945년에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서 피폭된 한국인들이 합천 등에서 살고 있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핵무기 불감증을 지니고 있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 먼산 바라보듯 한다.


우리가 인류 절멸의 핵무기에 대하여 눈감고 있는 한, 북한 핵문제ㆍ한반도 비핵화ㆍ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이룰 수 없다. 북한 핵문제ㆍ한반도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통일의 선결과제로 되어 있는 현상을 타개하는 발상을 연습하기 위해서라도, 핵문제에 관한 평화교육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다행히 핵무기를 없애는 게 지당하다는 견해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찬반 논쟁이 없이 ‘지혜를 모으는 토론(원탁토론 등)’을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참가자들이 핵무기ㆍ핵전쟁ㆍ핵전략에 관한 기초지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을 전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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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