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화 교육/평화교육 교안

『칼을 쳐서 보습을』초고 (1) ---머리말


김승국 
  
 

평화이론-평화운동-평화교육의 3박자가 맞아야 평화의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평화이론(평화학)만 중시하면 머리가 무거워져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평화운동이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론 없는 운동에 치우치면 운동의 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따른다. 실천만 앞세우면 맹목적이 되기 쉽고, 이론만 앞세우면 공리공론에 빠질 위험이 있다.


평화운동 역시 이론과 실천의 합일이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평화교육이 이론-실천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 않으면 평화운동ㆍ이론의 수준을 높일 수 없다. 이게 평화와 관련된 영역의 특성이다. 다른 운동과 달리 교육이 두드러지게 필요한 곳이 평화의 영역이다.


평화의 영역에 뛰어든지 어느덧 30년이 되는 필자가 평화이론-평화운동-평화교육의 3박자를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어느 하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평화교육 분야에 너무 취약하여 고민을 거듭하며 평화교육에 정진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YMCA 생명평화 센터에서 평화교육 교재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약 2년 전에 이 제안을 받았을 때 ‘나도 30년 동안 평화운동을 했으니 평화교육 교재를 만드는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데 평화교육 교재를 만드는 동료들과 논의를 하면 할수록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었다. 갖은 궁리 끝에 작성한 교안을 만들어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면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자존심이 상했다.


공연한 자존심은 은근한 불만으로 바뀌어갔다. ‘차라리 평화교육 교재를 만드는 시간에 평화운동을 했으면 더욱 큰 성과가 있었을 텐데 공연히 이런 일에 붙들려 고생을 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불현듯『구약성서』이사야서 2장 4절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라는 말씀이 떠올라,「칼을 쳐서 보습을」이라는 주제로 평화교육 교안을 작성하여 책으로 내게 되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고전하며 낸 책이어서인지 어설프고 남루해 보인다. 그렇지만 2년 동안 고뇌ㆍ고투한 흔적을 독자 제현들이 간파해주면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다. YMCA 생명평화 센터가 필자에게 평화교육의 새로운 마당을 열어준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 필자는 평화 활동가(YMCA 생명평화 센터의 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