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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한반도 주변국의 군사마찰이 더 위험하다

김승국


‘북한 핵’ 때문에 동북아 평화가 도래하지 않는가? 아니면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마찰 때문에 동북아에 평화의 바람이 불지 않는가?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를 지체시키는 원흉처럼 여겨지는 데 의문 부호를 붙여 보자. ‘북한 핵’만이 분쟁의 불쏘시개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간의 군사적 마찰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지금까지 북한 쪽으로만 고개를 돌려 ‘북한 핵=분쟁의 불씨’라고 인식했던 틀을 180도 회전하여,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적인 상충을 중심으로 북한 핵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자.


그러면 이들 강대국 간의 군사적 길항관계가 ‘북한 핵’보다 한반도 ・동북아 평화의 더욱 큰 장애물임을 느낄 테다. 오히려 ‘북한 핵’ 문제는 이들 강대국의 군사적 마찰이 빚은 결과물임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당돌한 문제제기의 논리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없으나,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온당한 문제제기임을 증명한다.


1. 미-일 동맹의 위험성 (1)


1) ‘5055’ 작전계획


북한의 핵문제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미-일 동맹의 중국-북한 포위정책의 역사적 소산임을 알게 되면, 북한 핵문제보다 미-일 동맹이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미-일 동맹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루터기 ・원흉임을 입증하겠다.


북한의 핵문제에서 비롯되는 ‘북한 위협론’이 과장되어 있음은, 아래에서 소개하는 ‘5055’ 작전계획에서 드러난다. [朝日新聞] (2004.12.12)의 1면 머리기사에 나온 ‘코드(Code) 5055’라는 이름의 미-일 공동작전 계획의 대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코드명 ‘5055’라는 공동작전계획을 2002년에 수립, 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작전계획에 따르면 자위대는 한반도에서 전투에 참가하는 미군 지원활동을 하면서 수백 명 규모의 북한 공작원이 일본에 침투하는 상황을 가정, 자위대 단독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일본 정부가 2004년 12월 10일 각의에서 채택한 ‘신방위 계획 대강(大綱)’도 이 작전계획을 전제로 작성됐다. 이 작전계획은 그러나 한반도의 정세급변에 대비, 작성을 서두르는 바람에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조정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 ‘5055’ 작성경위


1997년에 신(新)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것을 계기로 자위대 통합 막료회의 사무국장과 주일미군 부사령관이 참가한 공동계획 검토위원회(BPC)가 작성했다. 신(新)가이드라인은 공동작전계획 외에 경찰운용 등도 대상으로 하는 상호협력 계획도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나 ‘5055’로 일원화하기로 하고 2002년 조인했다.


◇ 주요 내용


‘5055’는 9 ・11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미 ・일 양국 현역이 조인한 첫 작전계획이다. 내용은 ▴공격당한 미군의 수색, 구조 등 미군에 대한 직접 지원과 ▴미군의 출격이나 보급거점 기지 또는 항만 등의 안전확보 등으로 구성됐다. 북한 무장 공작원 수백 명이 일본에 상륙하는 상황을 하나의 예로 가정하고 있다. 육상 자위대는 경호 대상으로 미군기지와 동해 연안의 원자력발전소 등 중요 시설 135개소를 선정했다. 해상자위대는 원자력발전소 인근 바다에 호위함과 초계기 등을 대기시켜 공작선 침투 등에 대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부유기뢰 등을 제거해 한반도와 규슈(九州) 북부를 연결하는 수송로를 확보한다. 항공자위대는 조기경보 통제기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C-130 수송기 등을 이용, 한반도의 피난민 수송을 지원한다.


◇ 작성과정서 양국 이견


‘5055’ 작성과정에서 자위대는 수천 명 규모의 북한 무장공작원이 일본에 상륙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에 대해 미군은 “우리 분석으로는 많아도 수백 명”이라고 주장, 미군 측 입장이 반영돼 자위대가 단독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를 계기로 자위대는 작전의 중점을 게릴라와 무장공작원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매년 개정되는 방위계획에서도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20여 개 연대 중 절반 정도를 2004년부터 수도권 방어로 옮겨 중요시설을 경계하는 것으로 돼 있다.


◇ 육상자위대 정원감축 반대


새 방위계획대강 작성과정에서 재무성은 육상자위대 정원 4만명 감축을 요구했으나 육상자위대는 ‘5055’가 상정하고 있는 게릴라와 무장공작원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병력이 많아야 한다며 강력히 저항했다. 방위청은 1996년에 북한공작원 20여 명이 한국에 침투했을 때 한국이 최대 6만여 명의 군 병력을 동원하고도 50일이나 걸려 소탕한 사실을 들어 감축에 반대했다.

결국 5천 명 감축으로 결정됐지만 냉전종식 후 30~50%나 감축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현상유지인 셈이다. 새 방위계획대강에는 공작원 침투지역에 부대를 신속히 파견하기 위해 ‘중앙 즉응집단’을 창설하는 것으로 돼있다.


◇ 지금까지의 미 ・일 공동작전 계획


작성연도 / 코드명 / 시나리오와 주요 작전내용:

1984년 / 5051 / 극동 소련군이 침공. 홋카이도에 육상자위대 집중
1995년 / 5053 / 중동 유사시 해상교통로 방어 등
2002년 / 5055 / 한반도 유사시. 미군지원 및 중요시설 경비 등
(미군 작전계획 중 5000번대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대상. 한
반도 유사시 작전계획으로는 ‘5027’ 등이 알려져 있음) [연합뉴스] (2004.12.12)]


이상의 기사에서 보듯이 ‘5055’는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미-일 군사 동맹의 근간이 되는 작전명이다. ‘5055’ 작전계획은, ‘솜털 같은 북한 위협(수백 명의 북한 공작원이 일본 땅에 상륙한다는 황당무계한 공상)’을 부풀려 ‘공룡 같은 미-일 전쟁 체계(인류 역사상 가장 막강한 미-일 동맹의 戰力을 북한과의 전쟁에 동원)’를 짜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솜털 같은 북한 위협은 공룡 같은 미-일 전쟁 체계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새발의 피)’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일 군사 동맹은 북한 위협론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면서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5055’ 작전계획을 수행할 미-일 군사 동맹은 한반도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로막는 거대한 암벽(岩壁)이다. 이 암벽에 비하면 북한 핵문제는 조그만 암석에 불과하다. 이 암벽을 붕괴시키지 않는 한 한반도 주변에서 평화를 구가할 수 없다.



2. 미-일 동맹의 위험성 (2)


1) 미-일 신(新)안보선언 채택


미국과 일본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본격 확대하기 위해 새 안보 공동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日本經濟新聞](2004.12.22)이 보도했다. 두 나라는 이르면 2005년 2월 외교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전
보장 협의 위원회(2-2 회의)를 열어 안보협력의 목표와 성격, 범위를 재설정하는 ‘미-일 안전보장에 관한 전략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략합의는 중국과 북한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불안정 요인으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뒤, 미-일이 공동 대처하고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초부터 심의관급 협의를 통해 최종 문안조정 작업에 들어갈 두 나라는 △중국은 군사적 근대화가 지역 안보체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극히 중대한 불안정 요인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전략합의 채택은 우선 냉전종식 이후 미-일 안보에 아 ・태지역 안정이라는 새 임무를 부여한 1996년 미-일 안보 공동선언을 대폭 보완하는 의미를 지닌다. 당시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일 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바람에 미-일 안보조약에 바탕한 협력은 극동으로 제한된 반면, 이라크 ・아프간 등에서 협력은 미-일 동맹에 근거한 법 제정으로 해결하는 충돌이 계속돼 왔다.


이런 점에서 전략합의는 국회 등에서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안보조약의 ‘극동조항’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극동 이외의 광범한 지역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편법의 성격이 짙다. 또 이달 초 발표된 일본의 새 방위계획대강에 이어 미-일 전략합의에도 중국 ・북한에 대한 경계강화가 담기게 되면 미 ・일과 중국 ・북한 사이의 군사적 대립구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략합의는 이와 함께 주일미군의 기동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는 미 워싱턴 주 소재 육군 제1군단사령부의 일본 자마기지로의 이전, 요코다 제5공군사령부와 괌 제13공군사령부의 통합 등 주일미군 재편 작업에 탄력을 붙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동과 아 ・태지역을 포괄하는 사령탑 구실을 주일미군에 맡기기로 하고 재편을 추진 중이지만 주일미군사령부의 관할권이 안보조약의 극동조항을 넘어선다는 비판이 제기돼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국제공헌을 위한 세계규모의 미-일 협력을 추진한다고 규정해 새 방위계획대강과 더불어 자위대 항구파견을 위한 근거를 넓혀 나갈 전망이다. [한겨레 신문](2004.12.23)]


2) 주일 ・주한미군 동시 재편


위에서와 같이 주일미군 재편을 에워싼 전략합의는 극동의 틀을 넘어 광범위하게 활동할 주일미군의 모습을 예고하며, 이는 주한미군의 재편과도 연결되어 있다.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일본의 자마(座間)에 두려는 것도, 주일미군-주한미군의 동시재편과 관련이 있다.


일본의 수도인 동경의 주변에 있는 자마에 미군 제1군단사령부를 두고 북한 ・중국을 굽어보면서 중동지역까지 넘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극동조항(미-일 동맹의 방위영역을 극동지역에만 한정함)의 조문을 놔둔 채 사실상 형해화하겠다는 것이 미국 측의 의도이다.


이번의 전략합의가 기본적으로 ‘극동’의 틀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극동을 넘어선 주일미군의 적극적인 관여를 일본 측이 용인한 데 그 특징이 있다.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테러 ・대량파괴무기와 연관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육해공군 ・해병대를 묶는 통합임무의 긴급전개를 지휘하는 한편 동아시아에서 중동에 이르는 ‘불안한 화살(broken arrow: 미국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는 정세불안 지역)’을 장악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의 자위대가 미국의 세계전략에 자동적으로 편입되며, 이와 연동되어 주한미군-한국군이 움직이는 체계가 형성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재편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새롭게 형성될 주일미군-자위대와 주한미군-한국군의 일체화가 북한에 대하여 더욱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가 주일미군-자위대와 주한미군-한국군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주일미군-자위대와 주한미군-한국군이 북한을 위협(?)한 결과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의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게 만들지 모른다.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기 위해, 펜타곤은 벙커 버스터 폭탄을 개발 중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경험한 미국은 유사한 산악지형인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해 2005년 안으로 북한의 지하시설 파괴용 신형미사일인 벙커 버스터(GBU-27)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2006년까지 110억 달러를 투입하는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2005년에 지하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 ‘벙커 버스터’(GBU-27)를 한반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63 ・164 ・1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