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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유사법제는 미국 전략의 일환이다

김승국


1997년의 미-일 신(新)가이드라인은 ‘주변사태’에 대하여 ‘상호협력 계획’이라는 이름의 미-일 공동작전 계획(operation plan)을 포괄한다.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협력하여 ‘(주변사태에서 말하는) 주변지역’인 아시아 ・태평양의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미-일 공동작전의 지리적 범위는 서쪽으로 인도양의 절반, 북쪽으로 중국, 남쪽으로 호주까지이다. 이로써 자위대가 일본의 영역만 지킨다는 ‘평화 헌법 아래의 전수(專守) 방어’ 개념이 파기되었다. 전수 방어 개념의 파기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경향을 대변한다. 미국의 지시(?) 아래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최근의 유사법제는,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을 고사(枯死, 경우에 따라 붕괴)시키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 전략의 일환이다.

유사법제의 3개 법안인 무력공격 사태법,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된 자위대법이 한 묶음으로 제출된 이유를 아는 게 중요하다. 이 3개의 법률은 이제껏 일본에 없던 전쟁 개시, 전쟁수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땅만 지켜왔던 자위대로 하여금 일본 밖에서 전쟁에 가담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데 유사법제의 주목적이 있다.


이러한 전쟁체제가 없으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 자위대를 부려 먹을 수 없다. 1994년 북한의 핵문제를 빌미로 한 전쟁계획을 세워 놓고도 전쟁에 돌입하지 못한 것은, 일본 자위대의 후방지원체제(법 체제 포함)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함을 메우기 위한 것이 유사법제이다. 이제 유사법제가 통과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자위대를 데리고 얼마든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자위대법에서 전쟁은 2단계로 개시 ・실시된다. 무력공격 사태법은 이를 답습하여 우선 방위출동 대기명령을 내리고 이어 방위출동명령을 내린다. 방위출동 명령은 전쟁의 개시 ・실시에 해당된다. 무력공격 사태법과 개정된 자위대법은 원칙적으로 자위대가 전쟁에 가담할 때 국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사후승인도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의 종용에 따라 자위대가 전쟁에 가담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신(新)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위대와 미군은 방위출동 대기 명령 이전 단계라 할지라도 미-일 공동의 작전준비가 가능하다. 실제로 미군-자위대는 이 단계에서 전투행위에 임한다.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78호(2004.1.5)]


유사법제는 펜타곤이 추진하는 미군의 변혁 ・재편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일본은 유사법제를 통해 (미군의 변혁을 시도하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한층 강화한다. 일본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더욱 깊숙하게 편입된다는 뜻이다. 이로써 미-일 동맹군의 집단적 자위권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다. 미-일 동맹에 의한 미사일 방어망(MD) 개발 역시 유사법제 통과 이후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펜타곤은 9 ・11 사태 직후인 2001년 9월 30일 QDR(4년마다 수정하는 전략지침)을 미 의회에 제출하면서 미군의 변혁을 주창했다. 주일미군-주한미군의 삭감 ・재편성을 통한 잉여금으로 미사일방어(MD) 중심의 최첨단 무기체계를 갖추자는 럼스펠드의 구상이다. 이 구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MD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일본의 평화헌법, 전수방위 노선, 재래식 무기 중심의 기존 동맹관계를 파기해야 했다. 유사법제는 이러한 파기의 입문에 해당된다.


왜 유사법제인가


일본의 유사법제는 자본-군사-정치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자본의 요구를 살펴본다. 미국의 초국적 자본과 협업체제를 갖춘 일본계 초국적 기업들은, 자본의 수송로(Sea Lane)를 확보 ・ 확대하기 위해 ‘일본의 보통국가화(普通國家化, 보통의 나라들처럼 상비군을 보유하자)’를 지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선에 뒤늦게 편승한 일본의 자본가들은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의 많은 기업이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다. 이에 일본의 재계는 ‘해외 진출한 기업의 이익은 곧 국익이므로 자위대가 직접 나서서 해외진출 자본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즉 일본의 방위영역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여 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의 이익을 자위대가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법률적 체제 정비로서 유사법제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동안 평화헌법 개정에 앞장서지 않았던 일본의 거대 자본가들은 일본 기업의 다국적화 경향, 원유 수송로 확보, 일본 자본의 안전보장을 미국에만 맡길 수 없는 점 등을 내세워 개헌에 찬동하고 있다. 즉 “세계화되는(globalized) 일본 자본을 ‘상비군으로서의 자위대’가 보호해야 하므로, 자위대의 활동반경이 일본 영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인 일본의 ‘국방족(國防族)’들은,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해외로 넓히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위해 (이를 제어하고 있는) 평화헌법 깨기에 나섰다.


유사법제는, 주변사태법의 모호한 ‘주변 개념’을 둘러싼 논쟁(지리적 개념이냐 아니냐)을 제치고 국회 동의 없는 전쟁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주변사태법의 저촉을 받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국방족의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자위대가, (부시 정권의) ‘전쟁의 세계화’를 후방 지원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적극적 ‘참여’의 길을 터놓겠다는 뜻이다. 북한군 ・필리핀 반군을 상대로 한 미국의 반테러 전쟁 구도에 자위대가 참여함으로써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본의 자본과 국가권력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 아래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가 높을 때 유사법제를 빨리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군대처럼 자위대를 세계 어느 곳이든 파견되는 군대로 만들겠다는 의도는, 2차 세계대전을 도발한 ‘일본 군국주의-국가주의’가 부활한다는 의혹을 받게 한다. 이러한 의도는, 전후 민주주의의 보루이었던 평화헌법과 아시아의 평화를 동시에 위협한다. 여기에서 유사법제 등을 통한 ‘아시아 지역의 평화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이,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급한 과제로 다가 온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79호(2004.1.5)]


미국의 ‘한반도 유사(有事) 작전’ 계획


1993~1994년의 북한 핵 위기, 북-미 사이에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은 사태를 회상해 보자. 클린턴 정부는 당시 영변지역의 폭격을 포함한 유사(有事) 시나리오와 작전계획을 치밀하게 검토했다. 여기에서 일본 변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 ・한국, 북한과 미국 또는 북한과 한국의 어느 쪽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일본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 주목을 받았다. 클린턴 정권은 북한과의 전쟁을 고려하면서 일본에 후방지원 임무를 맡기려 했으나, 일본 쪽의 준비 미흡으로 북한과의 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 북-미 간의 전쟁에 있어서 일본의 역할 분담이 부시 정권에게 인수인계되었다. 부시 정권이 지금까지 연마해 온 북한 붕괴작전계획에서 일본의 역할이 커다란 영향을 줌에 틀림없다.


부시 정권의 한반도 유사 작전계획 중 하나인 5027-98 작전계획에 주목해야 한다. 유사 작전계획은 단순한 정책결정과 차원을 달리한다. 미국의 한반도 유사 작전계획은 미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 국장, 통합참모 본부장, 국가안전보장 문제 담당 보좌관 등에 의해 실행된다. 이들의 의중에 따라 북한에 대한 공격이 결정된다.


1994년 북한과의 전쟁에 실패한 미 국방부(펜타곤)는 1996년에 유사 작전계획을 확대하여 김정일 체제의 붕괴 시나리오인 5027-98 작전계획을 매듭짓는다. 1997년 6월 펜타곤의 고관이 익명으로 [Far Eastern Economic Review]지의 나이젤 홀로베이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에 의한 남한 침공을 억제하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 고관은 이어서 “미국은 인도적인 위기 및 주변 사태에 대처할 용의를 갖고 있다. 현재 미국은 ‘유사시(有事時)’의 작전계획을 추진하는 초보단계에 있으며 그것은 거의 ‘한국과의’ 양국 간 공동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유사시 일본의 지도력을 드러내기 위해 (미-일-한) 3국 차원의 솔직한 검토도 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미-일-한 삼국 간에 검토 중인) 시나리오에 관하여 이 고관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북한 수뇌부에서 일어나는 행동 내지 반란일 것이다. 즉 군사 쿠데타, 김정일 암살, 김정일 자신의 망명이다. 군부의 반란이 일어나 (북한) 군대가 두 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사태도 있을 수 있다. 더욱 조직적인 움직임이 일어나 내란으로 돌입하는 것도 상정할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 사회의 밑바닥에서 생기는 혼란이나 동란(動亂)이다. 예컨대 어느 지방에서 일어난 봉기가 북한 전국으로 번진 사태이다. 나는 김정일 암살, 쿠데타 등 수뇌부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어느 시점(時點)에서 체제 내부의 누군가가 상황을 충분히 지켜보면서 ‘우리들 모두의 운명을 걸고 봉기하자’고 나올지 모른다.”


일본을 끌어들여 북한 붕괴를 위한 유사 작전계획을 세운 미국은 북한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미리 준비한 유사 작전계획에 따라 북한을 침입하여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84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