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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미 -일 군사 동맹이 한반도 전쟁위기의 주범

김승국

일본이 타국의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의 자위대 대응 방침 등을 규정한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일인 2003년 6월 6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됐다. 일본 참의원(상원해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5월 15일 중의원에서 회부된 유사법제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자민당 등 연립 3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과자유당까지 가세하여 90%에 가까운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사민당과 공산당은 반대했다.

유사법제 제정은 후쿠다 정권이 1977년에 정부차원의 유사법제검토에 착수한 이후 4반세기 만에 실현됐다. 유사법제 탄생으로 전수(專守)방위를 원칙으로 해 온 일본의 안보 ・방위 정책은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유사법제는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등 연립여당과 야당인 민주 ・자유당이 수정 합의를 거쳐 마련한 3개 법안이다.

무력사태 법안은 일본이 외국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의 정부 기본 대처 방침과 의사결정 절차 등을 담고 있다. 자위대법 개정안은 유사시 자위대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 토지 수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물자보관 명령을 따르지 않는 민간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유사법제가 실시됨으로써 일본의 안전보장 법제는 ①유엔평화유지 활동(PKO) 등의 국제협력(1992년의 PKO협력법) ②해외에서 활동하는 미군에 대한 지원(1999년 주변사태법) ③일본의 有事에 대비한 법률(2003년 6월 6일에 통과된 3개의 유사법률) 등 3분야에서 기본적인 틀을 갖춤으로써 평화헌법을 사문화했다.

이에 일본의 진보적인 시민 단체들은 이 유사법제가 과거 전쟁 때의 ‘국가총동원령’을 연상케 하는 ‘전쟁준비 법률’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6월 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 ・일 과거사와 유사법제 문제에 대해 일본이 ‘평화주도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변국과 세계에 실증할 것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과거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기로 작정했다.”고 밝힌 대로 이를 직접 언급 ・비판하거나 사과 ・사죄를 요구하진 않았으나, 유사법제 등으로 인한 일본에 대한 주변국과 세계의 ‘경계심’을 전달하면서 일본 지도자들과 국민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한 ・일 미래관계를 역설하는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의 의미는 미래에 의해 규정된다.’는 취지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면책 ・면죄여부는 앞으로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에서 일본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일본의 유사법제에 대하여 강력하게 문제제기 하지 못한 데 반하여 북한은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003년 6월 8일 일본 국회가 지난 6일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이는 재침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앙방송은 이날 “일본 국회 참의원에서 지난 6일 3개의 유사시관련 법안들이 최종적으로 승인돼 정식 법률로 제정되게 되었다.”면서 “일본은 이를 계기로 재침의 길을 계속 확대할 야망을 공공연히 드러내 보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2003년 6월 4일 ‘비망록’을 통해 일본은 유사시 관련 3개 법안 등을 마련하고 북한을 우선 공격 대상으로 꼽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3년 6월 6일~7일 기사 등 종합]유사법제는 미국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왔으며,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혈안이 된 부시 정권의 의지에 따라 제정되었다. 일본의 군국주의 지향세력 역시 북한 위협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동함으로써 유사법제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본의 군국주의 지향세력은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보통국가의 군대(경우에 따라 타국의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군대)’로 전환시킴으로써 일본을 ‘전쟁 국가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따라서 미-일 군사 동맹이 의기투합한 유사법제가(북한 핵문제를 빙자하여) 김정일 정권을 공략하는 법률적인 장치가 될지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미-일 군사 동맹이 한반도 전쟁위기의 주범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77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