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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평화기행

델리의 공원을 돌며

인도 방문기-4월 20일

 
김승국
  


오늘은 인도체류의 마지막 날이다. 지금까지 인도에 체류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머리 속에서 정리하기 위해 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델리는 매우 환경친화적인 도시이다. 며칠 전 힌두 사원 부근에서 원숭이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갖은 동물이 숨쉬고 살 수 있는 델리임을 재확인 했다. 비록 번화가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해 때문에 숨쉬고 다니기 어렵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 공원을 찾으면 아늑함을 만끽할 수 있다.

 

Buddha Park

 

필자가 묶고 있는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공원인 Buddha Jauanti Smarak Park를 찾아갔다. 이 공원은 이웃의 Rose Garden, Mughal Garden과 함께 거대한 녹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 녹지대의 건너편에 있는 Pusa Hili Forest(자연림)까지 합하면 아마 여의도의 10배 이상의 넓이가 되지 않을까? 그러므로 델리는 사실상 숲 속에 파묻힌 도시이다.

Buddha Jauanti Smarak Park의 나무 그늘을 젊은 연인들이 독점한 채 서로 껴안고 입 맞추는 장면이 정겨웠다. 이 공원의 한가운데 있는 부처님 동상 바로 옆에서 불경을 읽으며 명상하는 處士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교의 탄생지이지만 불교신도가 1%도 되지 않는 인도. 석가모니가 저항한 힌두교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는 인도에서 부처님 像이 반가운 반면 이색적이었다.

 

Nehru Park

 

장소를 옮겨 도심에 있는 Nehru Park에 갔다. Nehru Park는 외교가 부근에 있는 운치 있는 공원이다. 중산층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먹을 것을 잔뜩 가져와 나누어 먹고 있었다. 공원의 잔디로 마실 나온 다람쥐가 재롱을 부렸다. 이 공원의 주인공인 다람쥐와 각종 새들이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걸 보니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델리 도심부’의 고즈녁한 분위기를 완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을 서울에서 가질 수 있을까?

대낮의 더위가 가실 석양 무렵에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있으면 절로 명상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인도인들이 명상을 생활화는 데는 명상분위기를 자아내는 인도 대륙의 自然美가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Nehru Park의 정문 앞의 버스 정류장에 좌판을 차린 중년부인. 그녀는 꼬마 아이들 6명을 데리고 행상을 하고 있었다. 세상살이가 힘겨운 듯 좌판 옆의 맨땅 위에 누워있었다. 인도 여인의 고단한 삶의 표상인 듯했다. 가난하면 새끼들이나 적게 낳지....불쌍한 마음에 혀를 끌끌차고 있는데...어린 자식들이 좌판 곁에 달라붙어 엄마에게 아양 떨자 중년 부인이 웃음지며 생활고를 잠시 잊는 모습이 비쳤다.

호텔로 돌아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Cannaught Place 부근의 재래시장에 갔다. 이 시장의 너무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필자가 들어간 시장 골목은 우범지역이었으며 ‘이 곳은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주는 인도인의 경고를 듣자마자 내뺐으나 나를 노린 불량배 두 녀석이 진드기처럼 달라붙었다. 이 녀석들을 따돌리는 데 진땀을 뺐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새 옷을 갈아입은 뒤 릭샤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을 향해 줄달음치는 릭샤는 쟈스민 향기가 물씬 나는 숲 속 포장도로를 40분 이상 달렸다. 쟈스민의 향기에 심취한 것도 잠깐. 운전수의 잘못으로 엉뚱하게 국내공항에 내리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공항의 매니저를 찾아가 통사정하여 국제선 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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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舊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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