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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평화기행

'오로빈도'에서

인도 방문기-4월 3일

 
김승국  


Aurobindo Ashram

 

인도는 역시 종교의 나라이다. 인구 70만 명의 폰티체리의 시내에 Ashram(道場; 신앙 수련원)이 3백 개나 된다고 한다. 이들 Ashram 중에서 가장 이름 난 오로빈도(Aurobindo) Ashram을 찾았다.

이 Ashram을 세운 Aurobindo는 일찍이 인도의 독립운동(영국 제국주의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투옥된 뒤 감옥 안에서 회심(回心)했다. 그는 출옥 이후 운동을 그만두고 수십 년간 칩거하면서 명상과 집필생활을 하면서 Aurobindo Ashram을 세웠다. 그는 이 Ashram의 연장선상에 있는 생태 공동체(오로빌 생태 공동체라고 부름; Ashram과 다른 기능을 수행)를 폰티체리 근교에 세우는 공적을 남겼다. Aurobindo가 얼마나 많은 글을 썼는지 그 글을 읽는데만 해도 몇 십 년이 걸릴 정도라고 하니 그의 사상의 깊이를 알만하다.

Aurobindo Ashram을 나온 우리들은 오로빌 생태공동체를 향해 차를 몰았다. 오로빌 생태공동체에는 34개 나라의 사람들이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여의도보다 더 넓어 보이는 이 생태공동체를 다룬 특집이 KBS 방송을 통해 나간 다음에 한국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떼거리로 이 곳까지 몰려와 북적북적 댔나보다. 한국 사람들의 실적위주의 저돌적인 ‘몰려다니기 관광행태’가 여기에서도 나타난 듯했다. 지금도 한국사람 몇 명이 이 곳에서 머물고 있다.

원래 황무지이었던 이곳을 Aurobindo 선생의 사상을 실현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개척자들의 피와 땀이 거목‧광장‧경작지‧학교‧공동 생활터‧식당‧연수원 등의 모습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런 탐나는 생태공동체를 만든 초창기 사람들의 정신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우리 NGO 일행은 한국인 안내자 이 현숙씨(hyunsooklemoing@hotmail.com/ 전화; 0091-413-2622638/ 주소; Sangha Auroville 605101 Tamil-Nadu, India)의 뒤를 따라 다니며 이곳저곳 다녔다. 이 현숙씨는 19년 전 단돈 3백 루피(7,500원)를 들고 이 곳에 들어와 주린 배를 움켜쥐채 이 드넓은 땅을 개척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여 함께 살고 있다.

필자가 기억에 남는 곳은 티베트 관(pavillon), 물물교환 센터(free store), 오로빈도의 사상을 가르치는 집, 시설이 좋은 학교(free school; 이곳 생태 공동체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공부하는 학교로 자연친화적인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Matri mandir 사원 등이다.

 

오로빌 생태공동체의 문제점

 

이 곳 공동체의 고참인 이 현숙씨는 인도 안팎에 널리 알려진 오로빌 생태마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털어 놓았다;

1. 지금 오로빌 공동체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초창기의 개척정신을 잘 모른다.
2. 그들은 오로빌의 철학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3. 초기의 정체성을 상실한 게 아닌가?
4. 매일같이 카르마 요가(Yoga)를 수행해야하는데 그걸 제대로 하는지 궁금하다.
5. 34개 나라 사람들이 함께 살다보니 많은 문제가 생긴다.
6. 오로빌의 지향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 같다.
7. 다르마(Dharma; 法)를 찾는 구도자 정신을 잊으면 안 된다.
8. 이 곳은 여행 와서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다.
9. 나는 19년 전 이곳에 들어와 굶주리며 개척하는 가운데 밥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보다 풍족해진 반면 정신은 빈곤해진 것 같다. 그러나 나도 그 때에 비하여 변했고, 세상도 변했으며 오로빌도 변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중심을 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10. 이곳의 재정문제가 좀 심각하다.
11. 19년 전에는 모든 주민이 모여 총회를 거쳐 의사결정을 했다. 지금도 주민총회를 하고 있으나 예전 같은 진지함이 부족한 듯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로빌 생태공동체에는 다음과 같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1.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 있다.
2.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3. 완전히 자치 공동체를 지향한다.

인도 정부가 이곳을 통제하려고 한다고 귀띔해준 그녀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급자족하도록 해야 되는데 자급률이 30%에 머물러 아쉽다고 말했다.

이혜숙씨의 감회어린 오로빌 비판을 들은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은 ‘생태공동체로서는 의미가 있으나 평화공동체, 정치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Matri Mandir에서 받은 靈性

 

이어 오로빌 생태공동체의 정신적 지주인 Matri Mandir에 들렀다. mandir란 ‘사원’이란 말이지만 Matri Mandir는 사원이라기 보다 깊은 명상을 하며 영성을 개발하는 곳이다. 이곳은 오로빈도의 수제자(프랑스 여성; 이곳에선 'Mother'라고 부른다)가 사망한 이후 1973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공사중이다. ‘Mother’가 프랑스의 건축가에 부탁하여 설계한 곳이라고 한다. 오로빌 생태공동체의 신전에 해당되는 이 건물은 오로빌의 비전을 정립하기 위해 세워졌다. 하루 일과를 마친 모든 오로빌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마음을 비우며 명상하는 곳이다.

거대한 원형 돔(dome)으로 이루어진 건물 꼭대기를 향해 회전문 같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건물의 맨 꼭대기에서 비추이는 빛을 받아 안개처럼 비취빛을 방사하는) 둥근 수정체(지름 약 1미터)가 나타났다. 연한 비취 색 빛이 가득한 게 꿈같이 신성한 느낌을 주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고결해져 인간의 참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영성이 잔잔하게 넘쳐흐르는 공간이었다. 필자는 한국의 NGO 활동에 영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비로소 영성을 발견하고 ‘공동체 생활에서 영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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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舊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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