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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국가폭력-공권력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김승국

권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평화통일을 거론할 수 없다. 국가권력이 통일을 향해 어떻게 평화적으로 이행하느냐는 문제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분단시대의 국가권력은 통일의 과정에서 잠정적인 위치에 있을 뿐이므로,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남북한 국가권력의 평화적인 이행-통합을 거론하기에 앞서, 각 국가권력의 통합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남쪽의 경우 국가권력의 파쇼화로 국민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과거사 청산을 정권차원에서 부르짖고 있다. 그리고 통일문제를 에워싼 남남갈등이 국민통합의 지체를 대변하고 있다.

남남갈등을 치유할 국가권력의 탄생이야말로 이 시대의 소명이다. 남남갈등을 원만하게 치유해야 남북의 분쟁을 해소하는 길로 원만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가 필수적이다.

필자는 국가론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통일 상황에 걸맞은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에 관한 학술적인 논문을 쓸 만한 재주가 없다. 다만 ‘분단시대의 두 국가권력(two Korea)에서 (분단을 해소하는 국가권력인) 꼬레아(Corea)로 이행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를 설명할 생각이다. 위에서 ‘코리아(Korea)’는 제1단계의 국가권력을, ‘꼬레아(Corea)’는 제2단계의 국가권력을 나타내는 국호이다.

1. Two Korea의 변환(제1단계)

분단시대에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 즉 인민민주주의 공화국과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이렇게 국가권력이 분리되었기 때문에 한반도가 양분되어 있는 것이다. 본래 국가권력은 독점 지향적이고 현상유지적이므로, 현재의 two Korea 상태를 방치할 경우 남북으로 분단된 두 국가권력이 영구화(永久化)될 가능성도 있다. 영원히 분리(영구분단)될 잠재력을 지닌 two Korea를 통합하기 위해 각각의 국가권력의 성격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해진다. 여기에서 남북의 민초들이 힘을 합하여, 남북의 국가권력의 성격을 바꾸도록 민권(民權)을 행사하는 지혜를 내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필자는 ‘꼬레아(Corea) 운동’을 제창한다. 다시 말하면 제2단계의 국가권력 이름(국호)인 ‘꼬레아’를 제창하는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꼬레아’라는 국호를 선창하고 국가권력의 내실을 나중에 채우는 역순(逆順)을 운동화하자는 것이다. (제국 미국에 의해 남북 국가권력의 현상유지를 강요당하는) 한반도 평화관리(분단관리) 정책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는 <탈미(脫美)의 고난의 행군>을 하지 않는 한,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기 때문이다.

  1) ‘꼬레아 운동’ 전개

먼저 ‘꼬레아 운동’을 통해 Two Korea의 화해 →갈등해소 →통합력 증진 →평화국가 연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자.

국호와 지역 이름은 역사 청산을 통한 통합 ・통일 ・화해의 상징이다. 앞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려는 의지가 ‘국호 바꾸어 부르기’에 들어 있다. 분단시대의 Korea를 청산하고 평화국가 연합(남북한 두 개의 Corea가 평화연합 국가를 형성)을 상징하는 Corea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Korea’라는 국호 대신 ‘Corea’라는 국호를 선창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호와 국기는 상호 연결되어 있으므로 ‘Corea’라는 국호에 걸맞은 ‘단일기’를 민중 생활의 차원에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면 남북한이 ‘Corea’라는 국가권력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과거사 청산의 의미

Korea는 제국주의(일제)가 지어준 이름이므로 제국주의의 기억으로부터 탈출하여 통일시대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즉 제국주의 잔재를 없애는 ‘역사 청산’ 없이 남북한이 평화국가 연합을 이룩하기 어렵다.

인도의 경우 봄베이(Bombay)를 뭄바이(Mumbai)로 개칭하고 캘커타를 골고타, 마드리드를 첸나이(Chennai)로 개칭함으로써 영국 제국주의를 청산하려고 노력했다. 봄베이 ・캘커타 ・마드리드는 영국 제국주의가 지어준 도시 이름이고, 뭄바이 ・골고타 ・첸나이는 옛날부터 해당 지역의 민초들이 지역 언어로 즐겨 부르던 도시 이름이다.

옛 도시 이름에로의 환원은 대중적인 ‘향수 되찾기’ 이미지를 주는 게 사실이지만, 더 나아가 제국주의 권력의 언어인 ‘영어’로 지어진 이름을 역사적으로 청산하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즉 영어라는 세계어(세계화된 언어)에 대한 지방어(方言)의 도전으로서 과거사 청산의 의지가 배어 있다.

한반도의 경우 제국주의의 권력이 묻어 있는 ‘Korea(Korea라는 국가권력)’, 親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분단된 Korea의 ‘과거사 청산’으로서 ‘Corea(평화국가 연합의 국가권력) 운동’을 전개하는 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2) 평화국가 연합의 정체성 문제

인도에서 뭄바이 ・골고타 ・첸나이로 도시 이름을 바꾼 것은, 인도 민중들의 자의식 ・민족의식 ・주권의식의 발로이다. 여기에서 ‘정체성의 정치학(Identity Politics)’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봄베이라는 영국 제국주의 도시(봄베이의 최상류층이 사는 Church Gate 지역은 제국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지역임)를, 민초들의 땀과 피로 물든 뭄바이(뭄바이 시의 중산층, 저소득층이 사는 애환의 거리)로 뒤집으려는 ‘제국주의 정체성 對 민중의 정체성 싸움’에 주목해야 한다. 뭄바이의 의식 있는 민중들이 보기에 ‘봄베이’는 저네들(Church Gate 거주자들 / 영국제국주의에 기생하는 지배계급)의 이름이며 우리들의 인
생(제국주의와 맞서는 우리네 인생)과는 무관한 이름이다. 그러므로 봄베이와 뭄바이 사이에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가 내재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Korea와 Corea 사이에 ‘평화통일의 Identity Crisis’ 가 내재되어 있다. 위의 ‘평화통일의 Identity Crisis’는, (평화 로드맵 제1단계의 분단 지향적인 국가권력을 나타내는) Korea의 모순을 지양하고 Corea(평화국가 연합)로 나아가는 변증법적인 긴장관계를 대변한다.(주1)

  2) 남북 각기 국가권력의 성격 변환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에서 단일기 애용운동을 전개하다가 남북한 정부가 단일기 사용에 합의한 전례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서 민간차원에서 ‘남북한 국가권력의 성격이 Corea로 변환될 것’을 요구하는 ‘꼬레아(Corea) 운동’을 전개하는 게 좋을 듯하다. 민초들이 ‘꼬레아 운동’을 통해 남북한의 국가권력이 ‘평화국가 연합을 지향하는 Corea’로 변화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200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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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Corea’가 민족주의적이며 지나치게 통일 지향적인 국호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Corea’ 안에 ‘Another Korea is possible’ 즉 또 다른 코리아인 ‘꼬레아(Corea)’, Korea의 모순을 극복한 Corea를 창출하자는 뜻이 내재되어 있다. ‘Another Korea’ 즉 Korea의 모순(분단 모순, 민족모순, 계급 모순, 지역감정 모순, 외세 지배의 모순)이 사라진 ‘저 세상의 Korea로서의 Corea’를 창출하자는 뜻이다. 이 ‘Corea’에 ‘실현 가능한 평화통일의 유토피아’가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