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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칼럼-에세이

초야•변방에서 해답을 찾는다? 초야•변방에서 해답을 찾는다? 김승국 중국의 농촌문제 전문가인 리창핑李昌平이 “중대한 전환이나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서양에서 해답을 찾고 도시에서 해답을 구했는데, 이는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초야에서 해답을 찾고 농촌에서 해답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국가가 전기轉機를 마련하는 중요한 기반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말이다. 이 중에서 ‘초야에서 해답을 찾고 농촌-변방(한국의 경우 농촌이 변방임)에서 해답을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이 초야•변방에 있지 않을까? 더보기
막걸리를 마시다가 졸지에 쓰게 된 글 막걸리를 마시다가 졸지에 쓰게 된 글 김승국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이지만, 사적인 글을 거의 쓰지 않는 습성에서 조금 벗어난 글을 잡문 형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제가 운영하는 조그만 커피숍인 [평화카페]에서 평화에 관한 글을 쓰다가(제가 커피장사이어서 커피광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커피보다 막걸리가 좋아요) 점심식사중 막걸리(위의 사진은 제가 마신 막걸리 병을 촬영한 것임) 한 잔을 걸치며 떠오르는 잡상(雜想)을 놓칠 수 없어서(막걸리의 취기가 줄어들면 雜想이 사라지므로 지금 막걸리의 취기가 남아 있는 순간에 재빨리 글을 써야하는 강박관념을 벗어 날 수 없어요) 지겨운 졸필이 이어질 것입니다. 저와 같은 ‘커피 雜商人’이 토요일 오후에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서 너무나 쓸쓸한 감정을 벗어.. 더보기
내가 본 히로세 다카시 내가 본 히로세 다카시 김승국 히로세 다카시와의 만남 그리 크지 않은 몸매. 가냘픈 손. 약간 ‘창백한 지식인’처럼 보이는 풍채. 청바지를 입고 모임에 나타나는 활동가풍의 면모. 워낙 밥을 적게 먹어 약골처럼 보이는 인상. 히로세 다카시를 생각할 때 맨 처음 떠오르는 잔상(殘像)이다. 소식(小食)을 즐기는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덜 먹는 편인 그의 두뇌 용량은 광대하다. 나는 그보다 두 배 이상의 밥을 먹는데 두뇌의 지적 생산성은 형편없이 뒤떨어진다. 이게 히로세 다카시를 부러워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평화 활동가인 나는 반핵운동의 현장에서 히로세 다카시를 여러 번 만났다. 1990년대 초중반에 일본에서 열린 [No Nukes Asia Forum]이라는 반핵(원자력 발전소 반대를 포함한 반핵) 국제연대 모.. 더보기
세계 평화 포럼에 다녀와서 (3) 김승국 일본인의 조용한 ‘반핵운동 수출’ 지난호에 이어 일본인의 ‘미세하며 조용한 국제연대 운동’에 관하여 언급한다. 거대 담론을 즐기는 한국의 운동가들이 일본인처럼 째째하게 메모하는 습성이 없어서 국제회의의 미세한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미세한 국제연대 운동에 능한 일본인들은 이번 세계 평화 포럼에서도 조용하게 반핵운동의 수출 전사 노릇을 했다. 운동을 수출한다는 표현이 좀 어색하지만, 운동의 문화 · 운동 스타일 · 운동 양태는 수출 · 전파 · 보급할만한 것이다. 한국의 3보1배 운동 문화를 홍콩에서 전파했듯이, 일본의 평화 활동가들도 일본 특유의 ‘반핵운동 문화’를 조용하게 수출한다. 한국의 활동가들이 왁짜지껄 운동 문화를 수출하는데 반하여, 일본인들은 발걸음 소리를 죽여가며 ‘히로시마 형 반핵.. 더보기
세계 평화포럼이 ‘반핵’을 주창한 배경 김승국 세계 평화포럼(이하 ‘WPF’)의 프로그램 중 반핵(핵무기 반대 · 핵무기 철폐)에 관한 것이 많았으며, 반핵운동에 주력하는 일본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그러면 WPF가 ‘반핵’을 주창한 배경을 더듬어 본다; ① 캐나다 국민들 · 뱅쿠버 시민들의 반핵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60년대부터 뱅쿠버 시민들은 반핵운동을 열심히 해왔으며 캐나다 정부는 핵무기 철폐를 위한 중견국가 그룹을 주도하고 있다. ② 이 것만으로 설명이 불충분하다. 결정적인 것은, 핵무기의 존재의미가 없는 탈냉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이 최첨단 · 소형 핵무기(사용 가능한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 소련 사이의 핵개발 경쟁으로 점철된 냉전이 종식되었기 때문에 핵무기의 존재이유가 없고 반핵운동도 사라져야.. 더보기
세계평화 포럼에 다녀와서 (1) 김승국 2006년 6월 23~28일에 캐나다의 뱅쿠버(Vancouver)시에서 세계평화 포럼(World Peace Forum 2006; 이하 ‘WPF'로 표기함)이 열렸다. 캐나다에서 그것도 뱅쿠버에서 WPF가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캐나다라는 국가와 뱅쿠버라는 도시가 세계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끝에 WPF를 개최했다고 볼 수 있다. 평화의 나라 캐나다, 평화의 도시 뱅쿠버 캐나다는 미국 · 한국 · 일본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평화를 더 선호하는 나라이다. 역사적 태생이 비슷한 이웃 나라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가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다른 나라를 침공한 적이 없으며, 서부개척 기간 중 원주민과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처럼 인디언을 학살하면서 .. 더보기
일본 평화대회 참가기 (3) 김승국 지난해 12월 7~9일에 일본 평화대회가 열린 이와쿠니(岩國)의 기지 현황과 기지반대 운동(주민투표)의 양상을 기술한다. 이와쿠니 기지는 제국의 군대가 줄곧 주둔한 곳이다. 1938년 일본 제국의 해군이 이와쿠니에 비행장을 건설한 다음 1940년에 해군항공대가 발족했다. 그 당시 이와쿠니는, 일제의 군대가 한반도·중국 대륙을 점령하는 후방기지 역할을 했다. 이와쿠니는 야마구치(山口) 현의 동쪽 끝에 있으면서 히로시마 현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육상의 요충지일 뿐 아니라, 일본 최대의 내해(內海)인 ‘세토 내해’의 길목에 있는 해상의 거점이다. 이런 탓인지 일본의 패전 직후인 1945년 9월에 미군 해병대가 이와쿠니에 주둔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의 기지이었던 이와쿠니가 미국 제국주의.. 더보기
일본 평화대회 참가기 (2) 김승국 지난번에는 일본 평화대회[2006년 12월 7~10일 일본의 이와쿠니(岩國)에서 열린 ‘米·日 군사동맹 타파, 기지 철거 2006년 일본 평화대회 in 岩國·廣島’]의 주요 발제자의 발언을 전달했다. 이번에는 일본 평화대회에 참석한 청중들의 발언을 대회 일자·장소에 따라 구분하여 기술한다. 청중들의 자유로운 발언이므로 발제자들보다 더욱 진솔하고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내용이 많아서 호소력이 강하다. 청중들의 신원을 밝히는 것보다 육성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발언을 인용하는 데 주력했으며, 일부 인사의 경우 이름·직함이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 12월 8일 밤의 개막집회 이날 밤 이와쿠니의 시민회관에서 약1.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개막집회에 참석한 木下眞里 씨(3.. 더보기
일본 평화대회 참가기 (1) 김승국 1. 평화대회의 배경 2006년 12월 7~10일 일본의 이와쿠니(岩國)에서 열린 [米·日 군사동맹 타파, 기지 철거 2006년 일본 평화대회 in 岩國·廣島(이하 ‘일본 평화대회’]에 참석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연재한다. 이 대회는 일본 평화위원회·原水協(반핵운동 단체)·全勞連(노동운동 단체)·民靑同盟(청년운동 단체)·안보파기 실행위원회 등이 중심이 되어, 올해의 기지반대-평화 운동을 결산하고 내년의 운동계획을 세우며 결의를 다지는 집회이다. 일본 전국의 반기지 평화운동 활동가들 1,500여명이 참석한 큰 규모의 대회이므로 여러 가지로 취재할 것이 많았는데,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를 요약하면서 의미부여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대회의 기조는 ♦ 주일미군 기지 재편에 반대하고 기지·군사동맹 .. 더보기
오키나와 민중운동의 주체와 양태 (2) 김승국 4. 개인 지난번에 이어 오키나와 민중운동의 주체인 ‘개인’과 (개인 중심의) 운동양태를 설명한다. 한국의 일인(一人)시위와 비슷한 ‘나 홀로 시위’(의 4-1)가, 오키나와에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한국의 일인시위는, 집단시위가 번거롭고 집회 관련 법률의 까다로운 점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유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인시위는 ‘운동의 개인화’라는 함정을 지니고 있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집단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게 좋다는 선입관념 때문인지 몰라도, 필자는 일인시위에 대하여 큰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일인시위에 인색한 필자가 일본의 나 홀로 시위를 보고 오히려 동정심마저 들었다. 일본의 나 홀로 시위는 한국의 일인시위보다 훨씬 쓸쓸하게 전개된다. 조직의 결정에 따라 나 홀로 시위를 하는 게 아니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