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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칼럼-에세이

일본 평화대회 참가기 (1)

 
김승국
 

 
1. 평화대회의 배경

 

2006년 12월 7~10일 일본의 이와쿠니(岩國)에서 열린 [米·日 군사동맹 타파, 기지 철거 2006년 일본 평화대회 in 岩國·廣島(이하 ‘일본 평화대회’]에 참석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연재한다.  
 

이 대회는 일본 평화위원회·原水協(반핵운동 단체)·全勞連(노동운동 단체)·民靑同盟(청년운동 단체)·안보파기 실행위원회 등이 중심이 되어, 올해의 기지반대-평화 운동을 결산하고 내년의 운동계획을 세우며 결의를 다지는 집회이다. 일본 전국의 반기지 평화운동 활동가들 1,500여명이 참석한 큰 규모의 대회이므로 여러 가지로 취재할 것이 많았는데,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를 요약하면서 의미부여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대회의 기조는 ♦ 주일미군 기지 재편에 반대하고 기지·군사동맹 없는 일본을 지향한다 ♦ 평화헌법의 개악에 반대하고, 헌법 제9조를 빛내는 가운데 비핵(非核)·평화의 일본을 지향한다 ♦ 전 세계인과 함께 평화로운 아시아와 세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1988년 이후 매년 연말에 평화운동을 총결산을 위해 열리는 일본 평화대회가 이와쿠니에서 열린 특별한 뜻이 있다. 올 3월 12일의 주민투표에서 이와쿠니 기지 재편·확장에 반대하는 시민 측의 승리를 공유하며 반기지 평화운동의 지평을 넓히자는 뜻이다. 이와쿠니 기지의 재편이란 ‘수도권의 아츠키 기지에 배치되는 항공모함 탑재기를 이와쿠니로 이동하는 것’을 말하며, 기지의 확장이란 ‘이와쿠니 기지의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을 말한다. 현재 공사 중인 신설 활주로 공사가 끝나면, 활주로가 2개 있는 거대한 기지를 한반도의 지척에 두는 꼴이 된다. 또한 항공모함 탑재기를 대거 이와쿠니로 이동한다는 것은, 앞으로 항공모함 군단이 이와쿠니에서 군사활동을 전개한다는 예고하는바 한반도(특히 북한)의 정세에 위협적인 요소가 된다.


이와쿠니는 한반도와 가까이 있는 야마구치(山口)현에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주일미군 재편(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의 핵심적인 장소이다. 주한미군의 재편(한국판 GPR)이 평택·대추리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주일미군의 재편(일본판 GPR)은 이와쿠니·오키나와·가나가와 현(일본의 수도권)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전개 중이다. 특히 이와쿠니는 한반도와 제일 가까운 지역에 있으므로, 이곳에서의 주일미군의 재편은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 12월 7~8일의 국제심포지엄 요약

 

이번 평화대회는 12월 7~8일의 국제 심포지엄, 개회총회(12월 8일 저녁), 10개의 분과회(12월 9일), 폐회 총회(12월 10일)로 이어졌다. 그 첫 번째 순서인 국제 심포지엄에의 발제자는 해외 3명(한국의 강정구 교수, 미국의 존슨 의원, 괌의 기나타 씨), 일본 1명(니하라 선생)이었으며, 청중석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평화운동가들 150명 정도가 앉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틀간의 국제 심포지엄 내용을 발제자 4명의 발언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발제자 4명의 발언 내용


    ① 강정구 교수(한국측 발제자)의 발표
 

* 미국은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를 확대하여 앞으로 100년 이상 주둔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평택기지가 확장되면 한반도에 160년간 미군이 주둔하는 세계 신기록이 수립될 것이다.

* 미군의 주둔은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평화를 파괴하며 한반도·동아시아의 침략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 한반도·일본에서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GPR(미군 재편)은 역사에 역행하는 일이다.

* GPR의 일환으로 평택·대추리의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농민들의 땅을 강제로 매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농민·평화운동가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과 더불어 미국은 한국정부에 주한미군 운용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되면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의 장소(중국, 아시아 태평양)에서 군사적인 작전을 하는데 동원될 것인데, 이러한 구상은 한미 상호방위 조약 제4조의 위반이다.

* 이렇게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아시아의 분쟁에 개입하게 되면 ‘제2차 청일전쟁(중국과 일본의 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만약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면 중국이 군사행동을 하게 되고, 이에 맞대응할 미일 동맹의 군사개입으로 중국-일본의 전쟁 즉 제2차 청일 전쟁이 한반도의 안팎에서 발발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면, 한반도가 1894년의 제1차 청일전쟁때 처럼 국제대리전의 전쟁터가 될지도 모른다.

* GPR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가 새로이 밀집하게 되는 평택 지역은, 미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영원히 쥐려는 전략적 이익을 반영하는 곳이다.

* 주한미군·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루는 북한 위협론(북한의 군사적 위협, 북한군에 대비한 한국군의 군사력 열세)은 거짓이다.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열세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려면, 양쪽의 군사비를 단순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06년 한국의 군사비가 234억 달러인데 비하여 북한은 18억 달러이었다. 북한의 GDP 210억 달러는 한국 GDP의 2~3%에 불과하다. 북한의 연간 국가예산은 100억 달러로 한국 군사비의 절반이하이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해양세력(한·미·일 군사 공동체)과 대륙세력(북한·중국·러시아)의 역학관계를 보면, 이를 더욱 이해하기 쉽다. 해양세력의 연간 군사예산이 5,000억 달러(미국 4,400억 달러+일본 450억 달러+한국 230억 달러)인데 반하여, 대륙 세력의 군사예산은 620억 달러(중국 350억 달러+러시아 250억 달러+북한 18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처럼 해양세력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위협론을 부풀리고 있다. 여기에서 미국의 [군사]예산을 제외하고 동아시아의 진정한 힘의 균형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는 일이다.


    ② 존슨(미국 와싱턴 주의 올림피아 市 시의원; 미국측 발제자)의 발표


* 올림피아 시 의회의 의원으로서 무기·전쟁에 반대한다. 그리고 광범위한 풀뿌리 평화운동의 대표로서 올림피아 지역의 반전평화 운동의 흐름을 소개한다.

* 나는 올림피아 지역의 활동가로서 시 의회에 들어갔다. 내가 시 의회 의원에 입후보할 때의 주요 관심사는 환경보호,도보·자전거 시설의 확장,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확립 등 지역문제에 국한되었다. 그런데 나는 시 의원이 된 다음 국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되었다. 2004년 5월에 핵잠수함 ‘올림피아 호’의 기항과 관련된 치안대책을 놓고 논쟁이 일어났다. 올림피아 호는 미 해군의 핵잠수함으로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많이 장착하고 있다. 이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동하는 원자로’인 올림피아 호가 기항하는 것은, 우리 지역(올림피아 시)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끝에 기항 반대 결의안을 작성하여 의원들에게 회람하면서 공청회를 열자고 했다. 이렇게 되자 우익적인 라디오 방송국·(미군기지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한) 역공세에 세뇌당한 사람들이 나에게 수백 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빗발친 항의전화를 해왔다. 일부의 사람들은, 나와 내 가족의 신변을 위협하기도 했다.

* 이러한 일이 벌어진 2004년의 9월 달에 나는 올림피아 시의 자매도시인 히로시마를 방문하게 되었으며, 히로시마의 원폭 돔 등에서 강한 감동을 받았다. 이 감동은 나로 하여금 구체적인 반핵운동을 전개하게 했다. 나는 이윽고 ‘Beyond Hiroshima'라는 반핵평화운동 조직을 창설하여 올림피아 시를 중심으로 핵문제에 관한 계몽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 이와 같은 활동과 더불어 나는 2005년에 비핵지대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하여 통과시켰다. 올림피아 시내에서 핵무기의 개발·제조·수송·저장·가공·처분·사용을 금지하는 조례안이, 3개월간의 논의 끝에 2005년 8월 23일에 통과되었다.

* 올림피아 시가 현재 이라크 전쟁의 출격기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 중이다. 지난 5월 30일 올림피아 시의 시민들은 ‘출격기지인 올림피아 시에서 이라크 전선으로 군수물자는 운송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30명이 체포되었고 경찰이 최루가스를 뿌려댔으며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시위대를 향하여 쏘는 바람에 참가자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 올림피아 시의 학부모들은 9.11 테러 사건 이후의 복수·유혈을 지켜보면서 ‘평화·분쟁해결 문제에 관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는 운동 조직’인 [Peace Scout]를 조직했다. Peace Scout를 모방한 조직이 미국 국내에 확산되고 있고 있으며 나도 이 조직에 관여하고 있다.


③ 기나타(괌의 챠모로 원주민 운동조직의 대표)의 발표


* 괌은 17세기에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그 뒤 영국의 지배를 거쳐 현재는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식민과정에서 챠모로 원주민이 정복당했으며, 미군이 주둔한 뒤 원주민과 미군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괌의 인구 중 37%를 차지하는 챠모로 족은 미국 제국의 광기어린 전쟁계획으로 연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에 걸친 반테러 전쟁의 중요한 출격 거점이 된 괌의 ⅓이 미군기지이다. 이 미군기지도 부족한 듯,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7,000명이 괌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이동계획은 주일미군 재편(GPR)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 지난 6월 28일 괌 지사의 발표에 의하면, 미 육해군의 병사·가족 35,000명이 괌에 오게 된다. 이 숫자에는, 미군 병사·가족에 의해 착취 당할 필리핀 노동자 15,000명이 누락된 것이다. 필리핀 노동자 15,000명은 가족과 떨어져 값싼 임금을 받으며 기지 노동자로서 죽도록 일할 것이다. 새로 입주할 미군 병사·가족 35,000명의 군사활동·주거를 위한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지만, 괌의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괌의 경제를 황폐화할 것이다.

* 미 해군의 발표에 의하면, 이미 3척의 핵 잠수함이 괌에 배치되어 있으나 새로이 6척이 추가될 것이다. 거대한 ‘지구촌 차원의 기동타격(Global Stryker) 부대’와 6번째의 항공모함이 배치될 것이다. 미 태평양 사령부의 부사령관은 최근에 앤더슨 공군기지에 첩보·감시·정찰 시설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의 붕괴를 노린 미군의 전략과 관련이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핵실험을 군사적으로 억제하거나 북한의 핵실험 시설 등에 대한 선제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전략폭격기 등이 괌에 추가 배치되고 있기 때문에, 괌의 군사동향과 한반도(북한)의 정세가 연동되어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챠모로 원주민의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 주].


④ 니하라(新原昭治; 일본 측 발제자)의 발표


니하라 선생(국제문제 전문가)은, 지난 1년 동안 이와쿠니·요코스카·쟈마·오키나와 등에서 전개된 반기지 평화운동의 성과를 종합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평화헌법 제9조를 지키는 운동과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와 같은 4명의 발제문을 들은 청중들이 열띤 토론을 하며 반기지 평화운동의 경험을 나누는 가운데 ‘기지가 없는 평화로운 아시아·세계’를 지향하자고 다짐하면서 폐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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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264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