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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칼럼-에세이

세계평화 포럼에 다녀와서 (1)

김승국

 

2006년 6월 23~28일에 캐나다의 뱅쿠버(Vancouver)시에서 세계평화 포럼(World Peace Forum 2006; 이하 ‘WPF'로 표기함)이 열렸다. 캐나다에서 그것도 뱅쿠버에서 WPF가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캐나다라는 국가와 뱅쿠버라는 도시가 세계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끝에 WPF를 개최했다고 볼 수 있다.

 

평화의 나라 캐나다, 평화의 도시 뱅쿠버

 

캐나다는 미국 · 한국 · 일본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평화를 더 선호하는 나라이다. 역사적 태생이 비슷한 이웃 나라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가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다른 나라를 침공한 적이 없으며, 서부개척 기간 중 원주민과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처럼 인디언을 학살하면서 종족의 씨를 말리지 않았다. 코스타리카처럼 평화를 국시(國是)로 삼고 있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국가차원에서 평화 지킴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 캐나다에서 WPF가 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캐나다가 미국의 압력을 뿌리치고 대인지뢰 감축조약에 앞장선 용맹성, 중견국가 그룹의 핵무기 철폐운동(Abolition 2000)에 앞장선 선도성,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적극성, 군축외교에 주력하는 헌신성 등으로 미루어 보면, WPF의 개최국가로 손색이 없다(물론 캐나다에도 평화의 문제가 상당히 있다).


캐나다의 많은 도시 중에서 뱅쿠버가 지방자치체로서 국가를 뛰어넘어 세계평화를 위한 포럼을 연 점이 부럽다. 뱅쿠버 보다 3배나 많은 인구를 지닌 서울이 WPF는커녕 동북 아시아 평화포럼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뱅쿠버의 평화행정이 얼마나 앞서고 있는지 이내 알 수 있다.


캐나다 서부지방의 중심도시인 뱅쿠버의 평화행정이 탄탄해진 뿌리에는, 사회주의 국가 캐나다의 평화지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뱅쿠버 시 의회 권력을 진보세력이 장악한 뒤 WPF를 강력하게 추진한 점이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지난해 보수세력에게 시 의회 권력을 내준 진보세력이 보수권력의 압력에 시달린 결과 예상 밖으로 빈약한 WPF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권력을 진보진영이 쥐느냐 보수진영이 쥐느냐에 따라 국제대회의 질 · 내용이 달라지는 민감함을 엿볼 수 있다.

 

뱅쿠버가 평화도시로 된 연유

 

뱅쿠버 시 의회가 비록 보수세력의 손아귀에 있지만, 뱅쿠버는 여전히 평화를 힘 있게 지향하는 도시이다. 뱅쿠버가 평화도시로 된 연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① 1950~60년대 뱅쿠버 시민들이 평화운동에 나섬
② 서구의 가치관 혁명이 일어난 1968년에 핵무기개발 경쟁을 종식시키자는 운동을 전개함(이 운동은, 1960년대 유럽을 강타한 반핵운동에 부응한 것임)
③ 1971년 10월. 미국이 알래스카에서 핵실험을 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뱅쿠버 시민 12,000명(노동자 · 학생이 주력)이 반핵시위를 벌임
④ 1982년. 뱅쿠버시와 반전 · 반핵 · 군축 단체들이 합세하여 ‘핵무기 철폐’를 위한 평화행진을 함. 이 때 뱅쿠버시를 비핵지대로 선포함(도시 차원의 반핵평화 운동을 전개함). 이 때부터 뱅쿠버시의 평화위원회가 창설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 · 개인에게 평화상을 줌
⑥ 1986년. WPF의 전신인 {International Vancouver Centennial Peace Symposium}을 뱅쿠버에서 개최함. 이 심포지엄의 성과를 집대성한 「Vancouver Proposals for Peace」을 유엔에 제출함. 이를 받은 유엔은 뱅쿠버가 {세계사절 도시 연합(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ace Messenger Cities)}에 가입하도록 조치함으로써, 뱅쿠버가 평화도시로 되는데 측면지원함
⑦ 2003년. 뱅쿠버시 의회는 {평화 · 정의 위원회}를 꾸린 다음 평화상을 수여함. 뱅쿠버시 의회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동의안을 통과시킴.
⑧ 2003년. 뱅쿠버의 {평화 · 정의 위원회}가 전 세계의 도시 · 지역공동체 · 정부 · NGO를 초청하여 반전 · 평화 국제토론회를 개최함. 이 국제토론회 기간 중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옥내 토론회를 걷어치우고 토론회 참석자 모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뱅쿠버 시민 5만 명과 함께 거대한 이라크 전쟁반대 시위를 전개한 ‘일화’가 WPF의 아름다운 신화를 이루고 있다.

 

WPF의 전략적인 표어가 의미하는 것

 

그러면 WPF의 전략적인 표어인 ‘Cities and communities; Working together to end war and build a peaceful, just and sustainable world'를 분석함으로써 WPF의 본질에 육박한다. 위의 전략적 표어는 ‘도시 · 지역 공동체가 전쟁종식 · 평화구축의 중심이 되는 가운데 국가를 우회하여 세계의 평화로 직행하자’는 세계평화운동의 새로운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


WPF가 신기할 정도로 국가-시민사회의 평화를 크게 거론하지 않은 채 ‘도시 · 지역공동체를 평화의 발신지로 삼은 구상’에 의문부호를 붙여보자;

① WPF가 국가 · 국가권력을 우회하거나 기피하면서 ‘도시 · 지역공동체를 저변으로 삼는 세계평화’를 주창한 ‘암호(?)’는 무엇인가?
② (시민사회와 모호한 접경지대에서 평화의 짓시늉을 하지만 정작 전쟁으로 치닫는) 국가권력을 에돌아 ‘도시 · 지역공동체와 지구촌을 연결하는 평화의 띠’를 형성하자는 발상이, 이 암호 속에 깃들어 있는 게 아닌가?
③ 그러면 국가를 에돌아 세계평화로 직행하자는 발상이 나오는 근본이유는 무엇인가?


국가 · 국가권력이 전쟁의 주체, 평화의 훼방세력, 폭력의 독점체임을 깨닫자마자 의문이 쉽게 풀릴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오키나와(미일동맹 재편의 고리), 평택(한미동맹 재편의 요충지) 등, 전 세계인이 국가의 전쟁 · 폭력 지향성을 신물 나게 보고 있는 현장에서 근본이유를 찾을 수 있을 테다.


이라크 전쟁에서처럼 세계평화를 빙자하며 전쟁에 임한 국가(미국 · 영국)가 본질적으로 폭력 · 전쟁지향적임을 대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국가를 평화의 영역에서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올만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군사화’에 해당되는 최첨단 전쟁이 아프간 · 이라크에서 일어났다. 두개의 전쟁을 치렀음에도 전쟁의 욕구충족이 되지 않은 미국은, 전쟁의 화살을 북한 · 이란에 돌리고 있다. 이러한 제국 ‘미국’의 전쟁체계 및 이 전쟁체계의 하부구조에 있는 일본 · 한국의 국가권력이 동맹의 이름으로 전쟁지향성을 내보이는 상황이 오히려 국가 · 국가권력을 세계평화의 대열에서 배제하도록 요청하고 있는 게 아닌가?


국가만이 아니라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엔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제지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유엔의 평화기능이 마비된 비극이 ‘도시에서 (국가를 넘어) 세계평화를 창출하자’는 구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보다 평화지향적인 국가들이 몰려 있는 유럽도 NATO라는 군사동맹에 발이 묶여 있는바, 국가가 개입하는 한 ‘지구촌을 단일한 평화지대로 만드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해진다(필자는 국가권력을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지만 ‘국가가 평화기능을 보유한다는 말’이 허구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개별 국가는 물론 국가들이 합성된 유엔마저 평화기능을 상실한 현실에서 유일하게 남은 쪽은 (국가 이하의 단위인) 도시와 지역 공동체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①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도시 · 지역 공동체마다 평화의 불씨를 살려 지구촌 차원에서 커다란 평화의 불기둥을 일으키면 세계평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도시 · 지역 공동체를 단위로 하는 지방자치체의 평화창출을 세계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볼만하지 않은가?

② 지방자치체는 도시와 농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도시(city) · 농촌은 모두 민초들의 생활 공동체(community)로 이루어져 있다. 이 ‘city'와 'community'를 평화의 터전 · 평화지대로 만들어 전 세계로 확산하면 국가들의 전쟁책동을 진압할 수 있지 않을까?

③ 고대 중국의 사상가인 노자 · 장자가 춘추전국 시대의 평화를 위한 대안으로 내놓은 ‘전쟁지향적인 대(大) 국가권력을 지양하고 평화지향적인 소(小)공동체를 만들자’는 노선에 따라, 현대판 소(小)공동체인 도시를 중심으로 세계평화를 지향할 수 없나? 노 · 장자의 노선과 무관하지 않게 이탈리아 등에서 전개 중인 ‘아우토노미아(autonomia)' 운동을 도시 · 지역공동체에 접맥시켜 지방자치체 차원의 ‘평화 아우토노미아’를 지향하는 게 불가능한가? 
 

21세기의 ‘유목(nomad) 시대’에, 노· 장자가 말하는 농경사회 중심의 ‘소(小)공동체 평화’를 내오기 어려우므로, 도시의 평화 기능을 추가하여 지구촌의 평화를 매개하자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도시 · 지역 공동체를 평화의 발신지로 삼아 평화롭고(peaceful) 정의로우며(just) 지속가능한(sustainable) 세계(world)를 창출하자는 WPF의 발상이 빛난다.


이러한 발상이 국내의 평화운동에 영향을 주어 새로운 전략을 개척하는데 촉매역할을 해주면 좋을 듯하다. 지난 5월 4일 국가권력 · 공권력(군 · 경 1만 4천명)을 동원하여 평택의 대추리를 진압한 사태(대추리 사태)를 지켜보며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진절머리 낸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 · 국가권력이 평화의 담지자가 될 수 없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이들은 막연하게 대추리 사태를 비판하거나 중장기적인 전략 없이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이 미국 국가권력의 지구적(global) 확장책인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과 맞물려 있는 만큼, 저항운동도 지구적(global) 차원에서 벌어져야하며 운동의 발신지는 당연히 평택이라는 도시가 되어야한다. 즉 평택에서 한국 · 미국의 국가권력을 따돌리며 지구적인 평화운동으로 접속하는 운동이 긴요하다. ‘local(평택)의 공동체’가 아래로부터 풀뿌리 평화창출(grassroot peacemaking)을 한 다음에 국가권력을 우회하여 ‘지구적(global) 평화’로 직행하는 ‘local~global 평화운동’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WPF의 전략적인 표어인 ‘Cities and communities; Working together to end war and build a peaceful, just and sustainable world' 안에, ‘local~global 평화운동’의 지침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 지침은 평택에서도 통용된다.


이러한 뜻에서 평택시가 ‘local~global 평화운동’의 거점이 되어야하는데, 평택시 의회 권력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그나마 제주시장 일행이 WPF의 일환으로 열린 {세계평화 시장회의체(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ace Messenger Cities와 Mayors for Peace}에 참석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가  ‘local~global 평화운동’의 거점이 되길 기원한다.  


그러면 ‘local~global 평화운동’의 발상을 내보인 WPF의 프로그램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WPF의 일자별 프로그램 소개

 

2006년 6월 23일

1. 개막총회(Orpheum 극장에서)

2. 토론회(주제별); ① 군사주의와 여성의 경제적 민주주의 ② 평화를 위한 종교간 활동 ③ 이주자와 폭력 ④ 전쟁의 상흔 치료하기

2006년 6월 24일

1. 토론회(주제별);
① 평화창출을 위한 영성 개발 · 강화
② 도시에 가해지는 군사주의 압박 ③ 핵무기 폐기

2. 종교행사; 평화 미사

3. 문화행사; 평화 합창단 공연

4. 평화교육; 아동들의 평화 감수성 훈련

5. 옥외행사; 평화 행진(1만 5천명 참석)


2006년 6월 25일

1. 토론회(주제별);
① 정부 안에 평화부(department of peace)를 신설하자는 논의
② 아시아의 문제를 다루는 ‘Asia Regional Conference'를 하루 종일 개최함(국내의 평화 활동가 5명이 참석)
③ 국제평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
④ 하루 종일 세계 평화시장 회의(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ace Messenger Cities/ Mayors for Peace)를 개최함. 이 회의에 제주시장 일행이 참석함
⑤ 청년들 중심의 평화 포럼
⑥ 전쟁의 근본원인을 찾기
⑦ 하루 종일 라틴 아메리카 문제를 다루는 논의
⑧ 중동 지역의 평화
⑨ 지속가능한 평화 문화
⑩ 노동의 평화 포럼(Labor Peace Forum)에서 세계화 · 軍産 복합체 · 평화경제 문제를 논의함
⑪ 참여불교
⑫ 소형 · 대형 무기 거래/ 우주 공간의 무기
⑬ 영성과 평화
⑭ 아프리카의 평화
⑮ 원주민 청년의 평화를 가로막는 요인을 규명
⑯ 평화운동에서 퇴역군인의 역할
⑰ 핵무기 폐기
⑱ 이라크 문제
⑲ 하루 종일 평화교육에 관한 각종 세미나가 열림(주제= 유아기의 평화구축, 교실 속의 평화, 인종주의, 평화 교육학, 국제이해 교육, 평화문화 교육, 평화 감수성 배양을 위한 문화교육, 대화를 통한 화해 · 평화문화를 위한 의사소통)


2. 옥외행사; 스탠리(Stanley) 공원에서 등롱(燈籠; lantern)을 강물에 띄우며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

 

2006년 6월 26일

1. 토론회(주제별);
① 핵무기 · 미사일 방어망(MD) 철폐
② 평화구축 전략
③ 노동의 평화 포럼(Labor Peace Forum)에서 노조의 평화쟁취 투쟁, 노동운동의 평화운동 사안(issue) 개발
④ 찌들어가는 지구촌 치유하기
⑤ 생물을 이용한 테러를 예방하기
⑥ 전쟁상황 속에서 건강사회 만들기
⑦ 라틴 아메리카 문제(‘지역통합을 위한 베네주웰라의 노력 등)
⑧ 일본 평화헌법 제9조를 지키는 논의
⑨ 물 문제를 에워싼 분쟁
⑩ 하루 종일 평화교육 세미나가 연이어 열림

 

2006년 6월 27일

1. 토론회(주제별);
① 전쟁에 저항하는 사람들(war resisters)의 평화전략. 특히 베트남 전쟁 반대자들의 우의를 다지는 공동체(friendship village) 만드는 프로젝트 관련 논의
② 비핵지대화 · 핵무기 폐기 전략 논의. 핵무기 철폐를 위한 시장 · 국회의원의 역할. 원자력 문제 등을 에워싼 토론
③ 군사기지 철폐운동의 방향
④ 평화 · 정의를 위한 여성운동의 방향
⑤ 평화 · 생태 지속성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수단 찾기
⑥ 가정 · 학교 · 지역공동체 · 도시 차원의 평화 구축
⑦ 하루 종일 평화교육 관련 세미나가 열림. 여러 나라의 평화교육 사례 등이 발표됨
⑧ 미사일 방어망(MD)
⑨ 인종주의 · 카스트 제도 철폐
⑩ 언론의 전쟁관련 보도 태도
⑪ 우주의 군사화를 주도하는 軍産 복합체에 대한 대응
⑫ 물(water)과 평화
⑬ 노래를 통한 평화 활동
⑭ 평화를 위한 보이콧 행동
⑮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분쟁
⑯ 평화 기행
⑰ 평화를 위한 세대간 연결
⑱ 평화도시의 이미지 창출
⑲ 인도 여성의 평화창출 프로젝트
⑳ 비폭력 평화운동

 

2006년 6월 28일

1. Peace Boat; 일본의 Peace Boat가 뱅쿠버 항에 도착하여 다양한 평화활동을 전개함

2. 토론회(주제별);
① 아프간 전쟁
② 캐나다 정부의 전쟁정책
③ 평화운동 전략
④ 대량파괴 무기
⑤ 로스앤젤레스 등 3개 도시의 평화구축 노력 사례 발표
⑥ 제국주의의 세계적인 군사공격과 이에 대항하는 민중의 투쟁
⑦ 불평등과 평화


이 밖에 평화와 관련된 문화행사가 6월 23~28일에 뱅쿠버 시내의 곳곳에서 열렸다;
① 평화를 기원하는 댄스
② 평화 관련 다큐멘타리 상영
③ 평화 음악회(콘서트)
④ 움직이는 평화 박물관
⑤ 시 낭송
⑥ 평화 관련한 이야기 들려주기(story telling)
⑦ 평화 영화제
⑧ 평화 관련 예술품 · 사진 전시
⑨ 핵무기 반대를 위한 전시회
⑩ 평화 카페(쉼터)
⑪ 명상실 · 기도실 개설 

 

프로그램 해설

 

위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WPF의 다양한 주제는 평화 개념의 포괄성을 나타낸다. 단순히 전쟁반대(전쟁체제 · 전쟁위협체제 반대)만을 의미하는 평화<요한 갈퉁이 말하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가 아니라, 억압 · 착취 · 압정 · 인권탄압 · 인종차별 · 빈곤으로부터의 해방되는 평화<요한 갈퉁이 말하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를 포괄한다.


더 나아가 적극적 평화의 ‘해방적 관심’에 만족하지 않는 세계적 평화운동의 새로운 요청에 부응하려는 듯, ‘인간 · 자연의 생태평화적인 친화력 · 지속가능성, 생명평화, 도시 · 지역공동체의 평화, 평화의 문화, 마음의 평화(평화 영성 · 평화 감수성의 고취), 노동의 평화, 평화교육, 여성평화’ 문제를 WPF는 다루고 있다. 지역(region)별로 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라틴 아메리카 · 아프리카 · 중동의 평화를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 · 아동의 평화, 이들을 위한 평화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평화운동에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있나



평화의 드넓은 지평을 선보인 WPF는, 한국의 평화운동에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 · 주한미군의 재편 등 한반도 안팎의 시급한 현안 때문에 ‘소극적 평화운동’에 머무르는 운동 틀의 지속성 · 변환에 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의 평화운동이 해방적 관심 · 생태평화적 관심 · 생명평화적 관심을 갖고, ‘local~global 평화운동의 차원’에서 도시의 평화 · 평화경제 · 문화적 평화 · 젠더(gender)의 평화에 천착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주문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초래할 평화운동의 미래상에 관하여 고민하라는 운동의 지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지침(?)과 무관하게 소극적 평화의 외길을 걷고 있는 한국의 평화운동권이 그것(소극적 평화운동)마저 힘겨워하는 게 난제이다. 어느 세월에 적극적 평화, 인간 · 자연의 생태평화적인 친화력 · 지속가능성, 도시 · 지역공동체의 평화, 평화의 문화, 노동의 평화, 평화교육, 여성평화를 운동 사안으로 다룰 것인지 까마득하다. 그럼에도 WPF의 지침(?)을 염두에 두는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세계적 수준의 평화운동을 펼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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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239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