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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25)] 냉난방기 회사 직원의 충혈된 눈빛

커피 장사 수기 (25)

 


냉난방기 회사 직원의 충혈된 눈빛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우리 가게에 들여놓은 중고 냉난방기 회사 직원 두명이 충혈된 눈빛을 한 채 우리 가게로 돌진하여 ‘당신 가게에 설치한 냉난방기를 들고 가야되겠다”고 윽박지른다. 영문을 몰라서 그들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가게의 인테리어 업자가 중고 냉난방기를 구입한 뒤 그 대금을 주지 않은 듯. 그래서 회사 사장이 우리 가게의 중고 냉난방기를 설치한 기사 두 사람에게 책임을 들 씌워 봉급을 두달째 지급하지 않아서 눈에 보이는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고 몇일 뒤 또 전화가 걸려와 “진짜로 당신 가계의 냉난방기를 뜯으러 갈떼니 각오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나도 겁이 나서 그 직원에게 인테리어 업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고 우리 가게에 피해가 없도록 하라”는 압력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만일 인테리어 업자가 급하게 송금하지 못하면, 우리 가게의 냉난방기를 제거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래서 내가 그 직원들에게 “그런 폭력행위는 나중에 법적인 문제(폭력행위+영업 방해+무단 침입)를 일으키므로 침착하게 합리적․합법적으로 절차를 밟아가면서 진행해야 오히려 돈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헌데 인테리어 업자 나름대로 자금유통이 잘 되지 않아 냉난방기 회사에 돈을 못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서로 못받는 돈이 쳇바퀴 돌듯 물고 물리는 악순환․ 악연(惡緣)의 고리․ 악 쓰고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의 채무 연쇄고리가 쌓이고 쌓여 시장의 수라장(修羅場)이 된다. 나의 지인은 ‘대한민국 국민의 90% 정도가 이러한 자금(돈) 순환의 수라장에서 허덕인다’고 말한다.

 

이러한 수라장에서 활개치는 고금리 사채업자들은 높은 이자를 받고 돈놀이한다. ‘고율의 이자를 내고 급전을 융통하라’고 권유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하루에도 몇차례 도착(倒着)하는 ‘자본주의의 도착(倒錯)된 세상’을 어찌 살아갈꼬...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고 고리대 대출(사채)을 권유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지 알 수 없지만,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대출, 부결자라도 최고 200(만원)까지!!! 즉시!! OK 상담신청은 통화버튼 1번”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올수록 짜증이 난다. 짜증을 내지 않고 진지하게 임하며 통화버튼을 누르면, 불길한 늪지대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급전을 빌려준다는 꾀임에 빠져 고율의 이자를 내는 대출을 받으면 패가망신의 지금길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계쪽 사람들이 ‘조폭(조직 폭력배)’들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간혹 듯는데...돈을 빌린쪽에서 연체되거나 지급불능 사태에 봉착하면 ‘폭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사채업자들이 동원한 해결사들의 반(半) 협박전화로부터 시작된(언어 폭력) 심리적 위협이 실제적인 폭력행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돈의 폭력(市場의 폭력)에 주먹 세계의 폭력이 기생함을 잘 알고 문자 메시지의 ‘통화 버튼’을 눌러야 한다.(20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