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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24)] 남 좋은 일 시킨다

커피 장사 수기 (24)

 

남 좋은 일 시킨다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자영업자가 망하는 이유를 알겠다. 일반적인 자영업자들은 남 좋은 시키다가 끝내는 망하게 된다. 자신의 인건비를 뽑아내기도 힘든 자영업자가 대다수이다. 인건비는커녕 월세와 관리비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영세상인들이 수두룩하다.

 

남 좋은 시키는 항목 중 가장 큰 것이 월세이고 그 다음이 관리비이다. 나의 경우 거의 100만원의 월세를 내고 관리비는 평균 40만원이다. 월세와 관리비 140만원에 그치면 다행이다.

 

이 밖에 줄줄이 청구서가 날아오는 가게 운영비 170만원(KT 전화비 4만원+POS 임대료 47,000원+휴대전화료 3만원+정수기 임대료 4만원+카드대금 평균 10만원+은행 이자 55만원+의료 보험 34만원+원두 구입비용 20만원+식사비 교통용 35만원)을 함하면 최소한 310만원을 벌어야한다(물론 이 금액에는 나의 인건비, 세금, 가게 운영의 잡비가 빠져 있다).

 

이 310만원은 모두 남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인건비)이 아니다. 내가 남을 위해 헌신하는 뜻에서 커피 장사를 했다면 310만원을 지출해도 기쁘지만, 수익을 남기려고 시작한 일이므로 남 좋은 일시키는 일에 한계가 있다.

 

차라리 310만원을 자선 단체에 기증하거나 운동을 위해 사용했다면 나의 행동이 훨씬 빛났을 텐데...빛나지 않는 커피 장사를 위해 적어도 하루에 10만원의 매상을 올려야하는데, 10만원은 아메리카도 40잔에 해당된다. 우리가게 처럼 취약점(가게의 위치가 2층에 있는 취약점)이 있는 곳에 하루 40명의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남 좋은 일시키는 짓을 그만두겠다는 뜻에서 커피 공방 뜰의 영업을 서서히 접기로 하고 가게를 동네 부동산 소개소에 내놓았고, 점진적으로 남양주의 채운산장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채운산장에서는 310만원의 10분의 1을 가지고도 커피 장사를 할 수 있으니까...(201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