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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22)] 꼬이는 날

커피 장사 수기 (22)

 

꼬이는 날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음악(‘Mnet’이라는 음악 싸이트를 통한 배경음악)을 트는데, 오늘 아침부터 음악이 나오지 않아 오전 내내 음악이 내보내는 POS(계산기)에 매달려 음악이 나오도록 노력했으나 헛수고.

 

아침부터 이렇게 일이 꼬이더니 오후에 또 한 차례 꼬이는 일이 벌여졌다. 오후 4시의 바리스타 교육시간에 대비하여 분쇄기를 청소했다. 핸드드립용 분쇄기는 무난하게 청소(쌀을 넣어 청소)했으나, 에스프레스 용 분쇄기에 아주 미세한 쌀 입자(핸드드립용 분쇄기로 두 차례 갈아 미세하게 된 쌀의 입자)를 넣었더니 에스프레스 용 분쇄기가 작동을 멈췄다.

 

너무나 아찔하여 허둥대다가 에스프레소 기계를 설치한 회사의 대표에게 전화하여 사고 발생 원인을 이야기했더니...에스프레소 용 분쇄기의 계기판을 왼쪽으로 돌린 뒤, 칼날 안에 있는 미세한 쌀 입자를 진공 청소기로 빨아들인 다음에 원두를 다시 넣고 분쇄도를 조절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모터가 고장 난 것이라고 말했다. 모터 고장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최악의 사태에 모터가 고장 나면, 모터 수리비용만 20~3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그 사람의 조언대로 10차례 이상 분쇄기 판을 돌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분쇄도 조절했더니(이 작업을 하느라 600그램 이상의 원두를 낭비함), 에스프레소 추출이 겨우 가능해졌다. 분쇄도를 4로 맞췄더니 오히려 예전의 에스프레소 보다 맛이 더 좋아졌다. 아주 이상적인 크레마가 형성되었고 진액의 호피(tiger skin) 모습도 잘 나왔고 거품(기포)도 거의 없어져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런 위험천만한 실수를 거듭한 덕분에 에스프레소 기계의 구조(메커니즘)도 정확히 알게 되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오늘같이 꼬이는 날에 예전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셈이다.(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