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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16)] 고난 중의 환희

커피 장사 수기 (16)

 

고난 중의 환희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몇 일전(2011년 12월 24일) 자동 핸드드립 분쇄기를 고장 내면서, 수동 핸드드립 기구(수동 Mill)를 통한 십자형 추출의 맛을 연출하기 위한 맹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수동 핸드드립 도구로 분쇄한 원두를 멜리타 드리퍼에 넣고 십자형 추출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으나, 고노 드리퍼를 통한 십자형 추출이 잘 안되었다.

 

그런데 12월 24일 날의 사고(자동 핸드드립 분쇄기의 작동 정지) 뒤 이리 저리 허둥대다가 ‘말 안 듣는 수동 Mill(분쇄도 조절 나사가 너무나 꽉 조여진 탓에 밀가루처럼 아주 미세하게 분쇄될 뿐 핸드드립 용에 알맞은 굵기의 분쇄가 불가능한 수동 Mill)’을 통해 얻은 원두 가루를 고노 드리퍼에 넣고 십자형 주입을 했더니 의외의 맛이 연출되었다. 질감(Body 감)이 강한 한편, ‘내면화(內面化)된 감칠 맛’이 두드러지면서도 ‘톡 쏘는 듯한 산미(신맛)’가 감도는 특이한 맛이 드러났다. 멜리타 드리퍼를 통한 추출보다 감칠맛이 더 나는 추출 결과를 우연히 얻었다.

 

몇일 전의 바보 같은 짓(바보같이 핸드드립 분쇄기를 고장 낸 것)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나, 이러한 새로운 맛의 개발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게 되어 퍽 기쁘다. 고난 중의 환희라고나 할까.(201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