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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15)]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판매를 중단하며

커피 장사 수기 (15)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판매를 중단하며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지난 4개월 동안 아메리카노를 미끼상품으로 삼아 1,000원에 판매하던 특별할인 정책을 거두고 내일부터 실내에서 마시면 2,500원, Take Out의 경우 1,900원으로 인상한다.

 

그 동안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만드느라 몸이 더욱 지쳐, 체력을 감당 못할 지경이 이른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그런 고통은 사라질 것같다. 다른 커피 숍의 에스프레소 기계와 달리 우리 가게의 에스프레소 기계는 완전 수동이어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뽑으려해도 철봉하듯 제어봉을 힘껏 당겼다가 놓아야한다. 환갑의 나이에 접어든 내가 손님이 몰려오는 낮시간에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전을 뽑으려고 입안에서 단내 날 정도로 힘들게 제어봉을 철봉하듯 잡아당기는 체력의 한계를 여러차례 절감했다. 만약 에스프레소 기계가 반자동․ 전자동이라면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는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텐데...너무 힘이들어 못해 먹겠다는 푸념이 쌓이고 쌓여서 도저히 감당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게 안에서 취침하느라 밤잠을 설친뒤, 아침에 뜨거운 국물조차 먹지 못한 노인네가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는 에스프레소 제어봉을 계속 잡아당기며 아메리카노를 추출하니 체력적으로 감당하지 못할게 뻔하다.

 

이러한 고난의 행군 때문에 이른바 자영업자의 3개월 위기(개점 이후 3개월에 닥치는 경영의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체력의 한계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다. 초저가 아메리카노 1,000원이 나의 몸에 준 타격이 탈장의 원인이 된 것은, 몇 달뒤의 탈장 수술때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내 몸을 바쳐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 셈이다. 

 

체력적인 한계,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 시켜놓고 4~5시간씩 수다떠는 왕짜증, 아메리카노의 투매가 영업 손실의 원인이 되는 점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가격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2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