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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무기(核, 북한 핵, MD)

인도-파키스탄-북한의 핵개발 비교 (4)

김승국

1. 핵개발의 결과
  (1) 경제 관련
    ① 인도
인도의 핵개발 유인요인으로서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핵을 이용한 경제적 이익 추구와 군비경쟁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을 대체하는 효과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 인도가 핵의 경제적 효과를 추진했다는 사실은 평화적인 이용을 명분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핵 기술의 평화적 이용이란 핵을 석유개발, 광석채굴, 운하 및 저수지의 건설 등에 사용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는 독립 초기부터 핵에너지의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기에는 핵에너지를 이용하여 낙후된 국가 경제력을 회복하고 발전시킨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이었다. 이러한 의도는 바바(Homi J. Bhaba) 박사가 ‘핵은 국가의 산업화와 발전, 지속적인 문명화와 발전을 도울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② 파키스탄
파키스탄이 핵개발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적 효과는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핵무기로 대체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국방비 지출 감소를 달성하여 다른 분야에 투자한다는 경제적 이익과 군사적인 균형이라는 군사적 목표가 동시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갈등 고조
    ① 인도-파키스탄의 갈등 고조
인도가 핵실험하자 파키스탄이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인도 대륙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제한적 핵경쟁을 막아보려는 지난 몇 년 동안의 노력이 붕괴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파키스탄의 외무장관은 “파키스탄 정부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역시 1998년 5월 30일 6개의 폭탄을 터트림으로써 인도와의 긴장을 증가시켰다. 인도가 또 한번의 실험을 통해 파키스탄을 누르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50년 동안 세 번의 전쟁을 치른 두 국가간의 끔찍한 실험의 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파키스탄의 샤리프 수상은 더 나아가 ‘캐시미르 지방의 문제를 격화시킨 것은 인도의 실험’이라고 비난했다. 샤리프는 근본원인인 캐시미르 지방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인도 대륙의 평화는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남아시아의 불안을 초래한 것은 파키스탄에 대한 명백한 침략 의지를 상징한 인도의 갑작스런 핵실험이라고 비난했다. 반면에 인도는 적대적인 두 국가인 파키스탄과 중국의 핵에 대한 협조와 연합이 인도를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중국이 핵과 미사일 기술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는 인도의 핵정책을 추동한 주된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순간에 양국 중 어느 쪽도 갈등을 완화시켜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의 BJP 정부는 양국의 관계를 완화하려면 우선 파키스탄이 캐시미르 지방의 반군에 대한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인도・파키스탄의 핵무장 경쟁과 캐시미르 분쟁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캐시미르 분쟁을 에워싼 세 차례 전쟁의 후유증으로 양국이 핵무장하게 되었고, 핵무장의 결과 캐시미르 분쟁의 파고가 더 높아졌다.

  (3) 핵도미노 현상
    ① 인도 대륙의 경우
인도 대륙의 핵도미노 현상을 서술하려면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인도는 1962년에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전했다. 이어 1964년에 중국이 핵실험하자 자극을 받는다. 1974년에 인도가 핵실험한 배경에 1962년의 패전과 1964년 중국의 핵실험이 가로놓여 있다. 여기에서 중국의 핵실험이 인도의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제1차 핵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 제1차 핵도미노 현상은 파키스탄으로 번져 제2차 핵도미노 현상을 초래했다.

인도의 핵실험에 자극받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2차 핵도미노 현상은 활화산이어서 그 불똥이 이란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인도 대륙의 핵무장에 자극을 받은 이란이 핵물질 보유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현재 플루토늄 기술의 취득・거대한 원자력개발 계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약 이란이 핵무장한다면 제3차 핵도미노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② 한반도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핵도미노 현상의 연쇄반응이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 이후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일본의 핵무장→남한・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와 달리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남한의 핵무장→일본의 핵무장→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이는 한국에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고, 따라서 한국의 핵무장에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한과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탈냉전 이후 자국의 군사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북한의 핵문제는 이러한 일본에게 좋은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일본의 핵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동북아의 소모적 군비경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일본의 핵무장론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만일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일본의 핵무장→남한・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진다면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언뜻 예상되는 대응은, (북한의 반응에 따라) 북한 끌어안기→북한에 대한 비판적 지지→미국과 손잡고 북한 배제→국제적인 김정일 정권 교체 움직임에 동참→중국 단독으로 북한 정권을 읍참마속하는 순서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순서 밟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는 북한 핵보유선언 이후의 핵도미노 현상의 정도일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로 동아시아에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미국의 패권이 막강해지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결단을 할지도 모른다. 앞에서 언급한 순서 밟기의 가속도를 낼지 모른다.(200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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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252~265쪽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