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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생태평화-생명평화

핵무기는 생명 파괴의 주범

김승국

지금 한반도의 상공에 핵무기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핵 귀신이 민중(남한의 시민+북한의 인민) ・민족의 생명을 내놓으라고 호령하고 있다.

핵무기는 북한의 것이든 미국의 것이든 중국의 것이든 관계없이 민중의 생명을 빼앗고 민중의 친구인 자연도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핵은 시민사회(남한) ・인민사회(북한)를 가릴 것 없이 모두 파괴할 것이다. 핵은 민
족공동체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핵무기 앞에서 온 생명이 자유스럽지 못하다. 강남에 사는 부자이든 서울역 지하의 노숙자이든 핵에 의한 대량 학살(genocide) 앞에서 평등하다. 핵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도 주지 않는다. 핵 앞에서의 삶과 죽음은 이렇게 밀착되어 있다. 죽은 목숨인지 산목숨인지 알아차릴 수 없는 핵문명의 생활세계(Lebenswelt)에, ‘핵에 의한 죽음의 일상화’가 만연되어 있다.

이러한 만연 때문에 핵에 의한 죽음의 자각증세가 사라져, ‘핵에 의한 죽음의 불감증’이 심각한 정도에까지 이른다. 죽음의 경고가 일상화되면 죽음에 대하여 무감각해진다. 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핵보유선언 이후에 나타나는 남한 사회의 핵 불감증은, 이러한 ‘죽음에 대한 무감각’을 대변한다.

1. 핵에 의한 ‘민족간의 상호 학살’ 일어날 수도

우리 민족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에 의한 세계 평정/미국에 의한 북한 평정)의 자유’를 연두교서에서 26번이나 외친 부시 정권이 파놓은 핵 구덩이에 빠져 있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부시 정권이 파놓은 핵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부시 정권이 파놓은 핵의 함정 안에는 ‘북한 정권 붕괴용의 부비트랩’이 있어서, 북한이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쓸수록 더 옭아매인다.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은, 북한 당국이 부비트랩에서 벗어난 뒤 미국에 역공을 가하려는 사생결단의 승부수이다. 그러나 이 승부수 역시 ‘민족간의 상호 학살(최악의 경우 북한의 핵무기가 남한의 민중을 죽이고, 북한의 핵공격을 되받아치는 한・미 연합군이 핵무기로 북한 인민을 죽이는 민족간의 상호 학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핵에 의한 민족간의 상호 학살’을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남북공조로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민족・민중・시민・인민의 생명 그리고 이들 생명의 먹이사슬에 놓여 있는 생명체(동식물), 자연환경의 ‘살림’이다.

2. 한반도에서 인간-자연 관계망의 파멸

핵시대의 삶의 질서는 ‘자연에 대한(Zur Natur)’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를 설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인류가 핵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인간과 자연의 불행한 만남(핵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됨)은 없었을 것이다. 핵에너지의 물리적 결정체인 핵무기는 결국 자연을 파괴하기 때문에, 핵폭발로 인하여 인간도 파멸되고 자연도 파멸되는 ‘인간・자연 공
동멸망’을 재촉하게 된다. 핵시대의 인간-자연의 물질대사(Stoffwechsel)는 핵시대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로 인하여 제2기의 핵시대로 진입한 한반도에서도 이와 같은 차원에서 인간-자연 관계를 해석해야 할 것 같다. 핵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에서 인간-자연의 관계망이 초토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온 민족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한반도의 인간-자연을 모두 파괴할지 모르는 북・미 핵공방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언급함으로써 논의를 촉발하고자 한다.

3. 북・미 핵공방의 최악의 시나리오; 생략

4. 맺는말

핵겨울이 한반도를 엄습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보유선언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찬핵(讚核) 민족주의자들’의 강심장에 놀라울 뿐이다. 북・미간 핵공방은 이미 민족의 절멸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이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몰생명적인 태도에 경악할 뿐이다.

필자는 찬핵 민족주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들의 찬핵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가져올 민족간의 상호 학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민족간의 상호 학살에 대하여 당신들은 무슨 형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민족 구성원의 상당수가 죽은 다음에 당신의 무덤 속에서도 찬핵 민족주의를 외칠 것인가? 북・미 핵공방에 의해 내정된 무고한 민중의 떼
죽음을 당신들이 방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당신들의 찬핵 민족주의로 평화통일을 이룰 것으로 생각하나? 핵에 의한 민족 상호 학살 가능성 자체가 평화통일의 가장 큰 저해요소인데, 민족 상호 학살로 연결 될지 모르는 당신들의 찬핵 민족주의가 반통일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후대의 역사가들이 당신들을 反통일주의자로 낙인찍을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나? 당신들의 찬핵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핵제국주의 국가의 찬핵 이데올로기와 동일한 형태의 핵겨울을 한반도에 조성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찬핵의 논리를 주장하는 세력은, 그들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게 ‘죽임의 세력’이다. 찬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나라는 민중의 삶을 죽이는 죽임의 세력이다. 핵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도록 각종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핵보유국가의 국가권력은, 민중들에게 ‘죽음에의 순응’을 강요한다. 그러므로 이 죽임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생명평화운동이 긴요하다. 그냥 생
명평화운동이 아니라 비핵(비핵화・비핵지대화의 ‘비핵’) 생명평화 운동이 시급하게 요청된다.(2005.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