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발표를 계기로 한반도에 다모클레스의 검(劍)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반도는 지금 두 번째의 핵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958년 주한미군이 남한 땅에 핵무기를 배치하면서 첫 번째 핵시대, 즉 ‘제1기(期)의 핵시대’가 열렸다. 제1기의 핵시대는 아버지 부시 정권의 전술핵 철수와 맞교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나 아들 부시 정권이 대북 핵전쟁을 기획하면서 북한을 압살하려고 했으며, 이에 맞선 북한은 자위적인 핵억지의 차원에서 핵보유를 선언함으로써 ‘제2기의 핵시대’를 개막했다.
이러한 제2기 핵시대의 엄중함 앞에서 북한 쪽에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 민족의 일원인 북한 당국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남녘땅 온 생명(남녘땅에 거주하는 모든 인간과 동식물 포함)의 운명에 관한 중대한 사항이므로, 생명 살리기의 차원에서 질의한다. 북한 당국도 고심 끝에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겠지만 필자 역시 말할 수 없는 고뇌 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① 필자는 한반도의 비핵화・비핵지대화를 통해서 평화통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핵무기를 통한 평화통일이 난망할 텐데 북한 당국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동안 비핵화를 주장하던 북한이 기존 노선을 수정한 근본원인은 무엇인지? 혹시 정권안보의 차원에서 그런 중대 결단을 했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때문에 민족의 평화적 생존권・한반도 민중의 인간안보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않았는지?
② 필자는 북한의 핵보유선언을 듣자마자 인도・파키스탄의 경쟁적인 핵개발을 떠올렸다. 인도・파키스탄은 카시미르를 에워싼 세 차례의 전쟁 끝에 핵실험 개발에 돌입했다. 그 당시 핵실험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지른 인도・파키스탄 민중들은 자국의 핵보유 이후 가난이 뼛속 깊이 스며들고 있음을 실감해야 했다. 북한의 핵보유선언이 인도・파키스탄의 재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북한 당국은 장담할 수 있나?
③ ‘미국의 대북 압살 압력→경제난・인민의 기아→미국의 압살 정책을 물리치기 위한 북한 핵보유선언→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제재 가중으로 더욱 심각한 경제난・인민의 기아→미국의 더욱 강한 대북 압살 정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비장한 수단이 핵무기뿐인가? 북・미 사이에서 공방 중인 핵무기 때문에 한반도에 핵폭풍이 불어 민족의 생명이 절멸될지 모른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핵폭풍에 의한 민족 절멸의 절반의 책임을 어떤 형식으로 질 각오인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한반도에 핵겨울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 모르는데, 이 책임을 질 수 있나? 김정일 정권 단독으로 책임을 질 수 없다면 민족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데 북한 당국은 동의하는지?
④ 한겨레신문(2005. 2. 14.)에 의하면, 조선신보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 외무성 성명을 접하게 된 인민들은 김정일 장군님께서 지난 10년간 사생결단으로 이어오신 선군 장정의 길을 되새기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으로 일컬어지는 선군 장정의 비장함에 고개 숙인 적이 있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이 고난의 행군이 핵무기 보유로 끝맺을 경우 선군 대단결 정치의 본령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선군정치 나름의 논리가 있겠지만, 북・미 핵공방으로 인한 핵겨울의 미풍이 남녘땅에 불어오는 마당에 ‘뭇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선군정치’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여기에서 핵무기 보유 선언이 선군정치의 생명관을 어긴 것은 아닌지 묻는다.
⑤ 인도・파키스탄처럼 민족주의와 핵무장론의 불행한 만남을 답습한 북한이 평화통일을 지연시킨다면, 이 책임을 질 용의가 있나? 인도・파키스탄은 핵무기 개발경쟁으로 카시미르 분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북한 핵개발로 인하여 미・일 동맹이 강화4)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영구주둔하게 되거나 미국의 한반도 지배구도가 강화되어 평화통일의 악재가 겹칠 텐데, 이에 대한 대안을 북한은 갖고 있나?
⑦ 주역(周易) 중천괴(重天卦)의 上九에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나오는데, 아마 이것이 현재의 김정일 위원장에 해당하는 괘라고 본다. 지위가 올라갈 만큼 올라간 김정일 위원장의 고난의 결단이 부시 정권의 회심(悔心)을 일으켜, 제2의 제네바협정을 맺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전화위복의 평화증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한반도에 핵폭풍을 몰고 온다면 부시의 회심(悔心)은커녕 김정일 위원장의 유회(有悔)만 남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는 한마디로 ‘부시의 悔心’과 ‘김정일의 有悔’의 한가운데서 민족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말 한마디 판단 하나 하나가 민족의 운명, 한반도의 뭇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항룡유회(亢龍有悔)’ 상태의 김정일 위원장이 핵실험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평화통일의 길(吉)함을 얻겠지만, 핵실험을 계속 단행한다면 有悔(실각 등)에 이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지연이라는 불길함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불길함을 예방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중천괴(重天卦)의 九五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利見大人)’의 괘로 한 단계 내려와 핵실험을 포기하기 바란다. 이게 김정일 정권이 살길이라고 보는 데 동의하는지?
핵보유 선언을 에워싼 ‘안보 딜레마’로 고뇌할 북한 당국에 과중한 질문을 던진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니(북녘 동포)가 아프니 나(남녘 동포)도 아프다’는 생명평화의 기본원칙에 따라 ① 핵보유 선언을 해놓고 가슴 아파할 북녘 땅 동포의 아픔 ② 북・미 핵공방의 희생자가 될지 모를 남녘 포의 아픔(핵폭풍의 영향으로 생명을 잃을지 모를 남녘 동포들의 무고
한 목숨)을 동시에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저민다.
북한 당국에게 진정으로 민족애가 있다면 북・미 핵공방으로 인한 한반도의 뭇 생명이 살 길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아직도 살 길을 모색할 시간 여유가 있다. 그것도 다모클레스의 검이 한반도에 드리운 상태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여유이다. 그래서 급박한 것이다. 다모클레스의 검을 걷어치우고 민족이 ‘非核 相生(핵의 위험이 없는 상생)’할 길을 급박하게 찾지 않으면 안 된다.(2005. 2. 18.)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발표를 계기로 한반도에 다모클레스의 검(劍)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반도는 지금 두 번째의 핵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958년 주한미군이 남한 땅에 핵무기를 배치하면서 첫 번째 핵시대, 즉 ‘제1기(期)의 핵시대’가 열렸다. 제1기의 핵시대는 아버지 부시 정권의 전술핵 철수와 맞교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나 아들 부시 정권이 대북 핵전쟁을 기획하면서 북한을 압살하려고 했으며, 이에 맞선 북한은 자위적인 핵억지의 차원에서 핵보유를 선언함으로써 ‘제2기의 핵시대’를 개막했다.
이러한 제2기 핵시대의 엄중함 앞에서 북한 쪽에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 민족의 일원인 북한 당국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남녘땅 온 생명(남녘땅에 거주하는 모든 인간과 동식물 포함)의 운명에 관한 중대한 사항이므로, 생명 살리기의 차원에서 질의한다. 북한 당국도 고심 끝에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겠지만 필자 역시 말할 수 없는 고뇌 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① 필자는 한반도의 비핵화・비핵지대화를 통해서 평화통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핵무기를 통한 평화통일이 난망할 텐데 북한 당국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동안 비핵화를 주장하던 북한이 기존 노선을 수정한 근본원인은 무엇인지? 혹시 정권안보의 차원에서 그런 중대 결단을 했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때문에 민족의 평화적 생존권・한반도 민중의 인간안보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않았는지?
② 필자는 북한의 핵보유선언을 듣자마자 인도・파키스탄의 경쟁적인 핵개발을 떠올렸다. 인도・파키스탄은 카시미르를 에워싼 세 차례의 전쟁 끝에 핵실험 개발에 돌입했다. 그 당시 핵실험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지른 인도・파키스탄 민중들은 자국의 핵보유 이후 가난이 뼛속 깊이 스며들고 있음을 실감해야 했다. 북한의 핵보유선언이 인도・파키스탄의 재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북한 당국은 장담할 수 있나?
③ ‘미국의 대북 압살 압력→경제난・인민의 기아→미국의 압살 정책을 물리치기 위한 북한 핵보유선언→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제재 가중으로 더욱 심각한 경제난・인민의 기아→미국의 더욱 강한 대북 압살 정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비장한 수단이 핵무기뿐인가? 북・미 사이에서 공방 중인 핵무기 때문에 한반도에 핵폭풍이 불어 민족의 생명이 절멸될지 모른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핵폭풍에 의한 민족 절멸의 절반의 책임을 어떤 형식으로 질 각오인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한반도에 핵겨울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 모르는데, 이 책임을 질 수 있나? 김정일 정권 단독으로 책임을 질 수 없다면 민족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데 북한 당국은 동의하는지?
④ 한겨레신문(2005. 2. 14.)에 의하면, 조선신보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 외무성 성명을 접하게 된 인민들은 김정일 장군님께서 지난 10년간 사생결단으로 이어오신 선군 장정의 길을 되새기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으로 일컬어지는 선군 장정의 비장함에 고개 숙인 적이 있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이 고난의 행군이 핵무기 보유로 끝맺을 경우 선군 대단결 정치의 본령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선군정치 나름의 논리가 있겠지만, 북・미 핵공방으로 인한 핵겨울의 미풍이 남녘땅에 불어오는 마당에 ‘뭇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선군정치’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여기에서 핵무기 보유 선언이 선군정치의 생명관을 어긴 것은 아닌지 묻는다.
⑤ 인도・파키스탄처럼 민족주의와 핵무장론의 불행한 만남을 답습한 북한이 평화통일을 지연시킨다면, 이 책임을 질 용의가 있나? 인도・파키스탄은 핵무기 개발경쟁으로 카시미르 분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북한 핵개발로 인하여 미・일 동맹이 강화4)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영구주둔하게 되거나 미국의 한반도 지배구도가 강화되어 평화통일의 악재가 겹칠 텐데, 이에 대한 대안을 북한은 갖고 있나?
⑦ 주역(周易) 중천괴(重天卦)의 上九에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나오는데, 아마 이것이 현재의 김정일 위원장에 해당하는 괘라고 본다. 지위가 올라갈 만큼 올라간 김정일 위원장의 고난의 결단이 부시 정권의 회심(悔心)을 일으켜, 제2의 제네바협정을 맺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전화위복의 평화증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한반도에 핵폭풍을 몰고 온다면 부시의 회심(悔心)은커녕 김정일 위원장의 유회(有悔)만 남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는 한마디로 ‘부시의 悔心’과 ‘김정일의 有悔’의 한가운데서 민족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말 한마디 판단 하나 하나가 민족의 운명, 한반도의 뭇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항룡유회(亢龍有悔)’ 상태의 김정일 위원장이 핵실험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평화통일의 길(吉)함을 얻겠지만, 핵실험을 계속 단행한다면 有悔(실각 등)에 이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지연이라는 불길함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불길함을 예방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중천괴(重天卦)의 九五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利見大人)’의 괘로 한 단계 내려와 핵실험을 포기하기 바란다. 이게 김정일 정권이 살길이라고 보는 데 동의하는지?
핵보유 선언을 에워싼 ‘안보 딜레마’로 고뇌할 북한 당국에 과중한 질문을 던진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니(북녘 동포)가 아프니 나(남녘 동포)도 아프다’는 생명평화의 기본원칙에 따라 ① 핵보유 선언을 해놓고 가슴 아파할 북녘 땅 동포의 아픔 ② 북・미 핵공방의 희생자가 될지 모를 남녘 포의 아픔(핵폭풍의 영향으로 생명을 잃을지 모를 남녘 동포들의 무고
한 목숨)을 동시에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저민다.
북한 당국에게 진정으로 민족애가 있다면 북・미 핵공방으로 인한 한반도의 뭇 생명이 살 길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아직도 살 길을 모색할 시간 여유가 있다. 그것도 다모클레스의 검이 한반도에 드리운 상태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여유이다. 그래서 급박한 것이다. 다모클레스의 검을 걷어치우고 민족이 ‘非核 相生(핵의 위험이 없는 상생)’할 길을 급박하게 찾지 않으면 안 된다.(200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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