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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무기(核, 북한 핵, MD)

‘북한 핵’은 펜타곤의 ‘밥’?

김승국

한반도 정세를 (북한․미국)-남한의 3각 관계, 즉 북한-미국의 샅바싸움에 끼어 있는 남한의 관계를 중심으로 바라보면, 미국이 북한에 건 싸움(핵공방)을 북한 쪽에서 받아치는 모습이 명백하다. 현재의 북・미 관계를 4자성어로 표현하면 궁서설묘(窮鼠囓猫). 사지(死地)에 몰린 쥐가 죽기를 각오하고 고양이를 깨무는 형국. 이래서 미국의 전쟁꾼들조차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고 기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해탄과 태평양 쪽으로 얼굴을 돌려 미・일 동맹 쪽에서 북한을 바라보면 다른 관점이 생긴다. 미・일 동맹이 ‘북한 핵’ 문제를 적절한 수준으로 다루면서 이득을 챙기고 있는 듯하다. 펜타곤은 ‘북한 핵위협’ 타령을 하면서 국방비를 마음 놓고 증액하여 군・산 복합체(軍・産 複合體)를 살찌우고 있다.

미국의 머리 좋은 전쟁광들이 보기에, 북한 핵은 펜타곤의 ‘밥’이다. 펜타곤의 식솔(군수자본 관련자)들에게 ‘밥’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배고픈 북한에게 ‘핵개발 시비’라는 엿을 먹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문제가 아니라 인륜의 문제이다. 여기에서 더욱 얄미운 놈은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이다. 그들은 북・미간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하며 군
사대국화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다.

북한이 이라크와 다르기 때문에 특등대우를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을 뿐’ 다른 방식으로 북한의 목을 서서히 죄면서 질식사시키겠다는 게 미・일 동맹의 기본적인 발상이다. 그냥 질식사시키는 것도 아니다. 미・일 동맹의 군・산 복합체 세력들이 북한 위협론을 통한 군비확장의 잉여가치를 만끽한 다음 질식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을 미・일 군사동맹의 군비확장의 노리개로 마음껏 이용한 뒤에 ‘확인 사살’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이라크와 다른 점은 죽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후세인 정권보다 훨씬 잔인하게 김정일 정권을 말려죽이겠다는 다짐이 비수처럼 박혀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미・일 동맹의 이런 비정한 전략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북한의 저항 강도, 남북한의 민족공조 수준,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력, 동아시아 민중의 반전평화운동력에 달려 있다. 이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북아시아 정세의 중심축은, 북한의 궁서설묘-북한 위협론을 악용한 펜타곤의 밥통 늘이기(미국 군수자본의 잉여가치 확대재생산)-일본 군사대국화 추진세력의 어부지리의 밀고 당기는 3자 관계이다. 이 3자(북한․미국․일본) 관계를 미국이 어떻게 타고 넘는지를 우선 살펴본다.

미국의 권부는 일본 자본주의의 진국을 더욱 빨아먹기 위해 북한 위협론을 이용한다. ‘북한 핵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니까, 이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망(MD: Missile Defense)을 갖추기 위해 일본 자본・첨단기술을 미국 군수산업에 투자하라’고 조른다. 미국 측의 종용에 굴복한 일본은, 늘어난 국방비의 상당부분을 북한 핵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군수산업계에 바친다.

이런 구도를 짜는 미국의 석학들은 백악관 앞의 안보관련 연구소(싱크탱크)에서 밤을 세워가며 지혜를 모은다. 예컨대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동아시아 정책의 교과서를 제공하고 있는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국의 아군(일본) 곁에 적(북한)을 만들어, 아군을 미국의 영향 아래에 두는 전략’을 취하라고 백악관에 주문한다. 북한 핵을 에워싼 공방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미국에 돈을 즐거이 ‘강탈(늘어난 국방비를 MD 개발 쪽으로 빼앗김)’당하는가?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힌다.
  ①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쏜다면, 미국・일본은 대포동 미사일 기지를 폭격할 것이다(이미 그럴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미군・일본 자위대가 북한 쪽을 향해 증강 배치되었다. 추정컨대 미국・일본의 일부 호전세력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은근히 기다린다).
  ② 대포동 미사일 기지에 대한 폭격은 실질적인 선전포고이므로, 북한은 이내 남한을 향해 단거리 미사일을 날릴 것이다. 북한이 도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설(說)이 있으나 좀 무리한 예측이다.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면 주일미군을 공격하는 꼴이 되므로 주한미군+주일미군+일본자위대과 격투해야 하는 3중고에 빠져 북한이 패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만을 향해 날아오면, 일본・오키나와・괌(Guam)은 북한의 사정권에서 벗어난다. 결국 남한만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되고, 일본의 지배계급은 한국 자본주의의 몰락(?)을 즐길 것이다. 이게 일본으로서 손해볼 일인가?
  ③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한다면 미국・중국 역시 엄청난 손실을 겪으므로, 미국・중국의 위정자들은 ‘일본이 이익을 본다’고 느낄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에워싼 동북아시아의 힘겨루기 속에 이런 요소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펜타곤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매년 200억 달러의 군사비를 증액할 중기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세계적 차원의 반테러 전쟁, 미군의 변환(Transformation)에 강조점이 있다. 그런데 늘어난 군사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미사일 방위(MD) 관련 예산이다. 펜타곤은 ‘북한의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MD 관련 예산증액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아직도 테러지원국가로 분류되어 있는 북한의 미사일을 견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쏟겠다는 말이다. 북한의 미사일을 빙자하여 MD 관련 군비확장을 벌이자는 뜻이다. 그동안 미국의 군사혁신을 이끌 선두주자인 MD 개발을 주력해야겠는데 마땅한 과녁이 없었다. 그래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때문에 미국 본토가 위협을 받으니 MD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미국 국민들을 설득하여 ‘MD형 군비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붕괴의 대상인 김정일 정권을 군비확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악랄함(?)’이 펜타곤의 예산안에 배어 있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MD 관련 군수업계와 펜타곤의 일부를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물고 물리는 북-미 관계의 역작용’이다. 이 역작용의 사슬을 끊는 것이 한반도 평화통일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여는 지름길이다.

그럼 이제부터 북한의 미사일 위협론(북한 위협론의 축소판)을 미-일 군국주의 세력들이 어떻게 악용하는지 살펴본다.
펜타곤의 강경파들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ICBM급이라고 과장하며 ‘ICBM 요격의 초기 배치를 합리화하는 유일한 대상’으로 북한을 선정하면서 막대한 군사비를 쏟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ICBM이 없기 때문에 이는 기만행위이다. 펜타곤은 있지도 않은 북한의 ICBM 위협을 상정하여 해양배치의 이동식 X밴드 레이더를 새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에 수없이 많은 미사일 중에서 유독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한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MD망(ICBM 요격용)을 개발하여 알라스카 등에 배치하겠다니 이보다 더한 ‘21세기의 패러디’가 있을까?

북한이라는 약소국이 생존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을 빙자하여 전세계적인 차원의 군비확장(MD망 건설)을 하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을 연상케 한다. 북한 같은 송사리를 ‘악의 축’이라고 과대 선전하면서 ‘고래 사냥’하듯 족치며 분쟁을 유발하려는 저의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더욱 얄미운 쪽은, ‘북한 위협론을 악용한 미국의 군비확장에 편승하는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 강경파의 작품인 ‘북한 핵개발 소동’이 국제적인 현안으로 되고 있는 틈을 타고 군사대국화의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즉 ‘미국이 벌인 북한 핵개발 소동의 여파로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재발사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함을 동해상에 파견했다. 물론 일본은 미국의 MD 개발 계획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태세이다.

미국의 펜타곤 군수산업계(특히 MD 개발 군수업계)가 ‘북한 핵개발 소동-대포동 미사일 재발사 특수’를 노리고 있는데, 여기에 일본의 군산복합체도 편승하여 재미를 보려고 한다. 이처럼 미・일 군산 복합체 동맹의 ‘북한 핵・북한 미사일 위협론을 빙자한 무한대의 군비확장’이 동북아・한반도의 군비확장으로 연결되어, 남북간 군사대결을 조장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은 요원하다.(2003.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