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1998년 8월 31일 북한 쪽에서 날아온 불꽃 덩어리가 일본의 상공을 삽시간에 지나갔다. ‘북한이 일본을 겨냥하여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흥분한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경조치를 취했다. 일본의 동향을 지켜보던 북한은 1998년 9월 4일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공표한 뒤 일본에 대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북한 ・일본 사이의 ‘인공위성-미사일 공방전(인공위성이냐 대포동 미사일이냐의 공방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일본의 우익에 의한 ‘제2의 치마저고리 사건’이 민족문제(민족차별)로 번졌다. 이번의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반일감정이 더욱 고조되는 한편으로 일본의 국수주의적 내셔널리즘이 준동했다.
인공위성 발사를 에워싼 북한과 일본의 극한대립은 어쩌면 숙명적이다. 북한 땅에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쪽으로 발사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나라 사이에는 외교관계가 없는바 이러한 극한대립을 냉각시킬 장치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일 수교교섭 자체가 중단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진세력들은 군비확장(MD 군비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국민중의 일부는 우익의 선동에 동조하며 ‘이상한 나라’ 북한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북-일 수교도 해야 하며 과거사 문제도 말끔하게 청산해야 한다. ‘그날’에 대비하는 의미에서 이번의 사태를 다각도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1. 일본의 대응
1945년 패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인공위성이 일본 상공을 비행한 사실은, 일본 정부 ・언론 ・국민들에게 충격 ・경악 ・공포심을 안겨 주었다. 일본의 ‘권(權: 권부)-언(言: 언론) 복합체’는 연일 북한 제재조치를 발표했고 일본 전체가 ‘북한 미사일 공포(panic)’에 빠져 ‘북한 왕따 증세(이지메)’가 재발되었다.
1) ‘권(權)-언(言) 복합체’의 ‘북한 왕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공표에 미국 ・한국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나 일본만이 미사일 발사라고 고집2)하며 ‘MD(미사일 방어망) 군비확장’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독주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 ・의회가 ‘북한 적대시(이지메)’에 앞장서고 언론이 이를 선동하는 구도가 깔려 있다. ‘권(權)-언(言) 복합체’의 ‘북한 위협론 의제(擬制)’를 통하여, 일본의 군사 ・정치 대국 지향적인 국민통합 구조가 일시에 형성된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북한 위협론 의제’가 ‘북한 이지메’로 이어지면서 재일 조선인에 대한 폭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계 일각에서 터져 나온 ‘북한과의 교전까지 불사하겠다.’는 폭언)은 북한 적대 캠페인의 신호탄이 되었다. 이를 재빨리 독파한 일본 우익 언론이 북한 적대 캠페인에 불을 지르며 군비확장을 선동했다. 북한을 연착륙시키면 안 되며 강한 북풍(北風)으로 타도해야 한다는 우익매체의 선동4)은, 삽시간에 우익단체의 ‘재일 조선인 이지메-폭행’의 행동원리가 되었다.<이하 생략>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75호(200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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