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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무기(核, 북한 핵, MD)

“소형 핵무기로 김정일 죽이자!”

김승국


Ⅰ. 문제 제기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을 살해하기 위해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폭탄에 핵탄두를 끼우는] ‘소형 핵무기’ 사용 계획은, 북한 핵문제의 소동에 가려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더 중요한지, 김정일 위원장 살해용 벙커 버스터(소형 핵무기) 사용이 더 위급한지 가늠하기 어려우나, 두 가지 사항 모두 북한에게는 극도의 위협감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북한 당국이나 매체가 ‘미국의 북한 핵 공격 위협’을 틈만 있으면 강조하는 것을 상투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무감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물로 존재하는 핵무기가 없이 핵 개발 위협만이 존재하는) ‘북한 핵’이 미국을 위협하는 정도와 [북한 전 지역을 초토화하고도 남을 만큼의 핵무기 배치도 부족하여 김정일 위원장 살해용 소형 핵무기(벙커 버스터 폭탄)를 개발하려는] ‘미국’의 대북(對北) 위협을 비교한 다음에 북한 핵문제를 거론해야 할 것이다. ‘비교’하기 위하여 아래의 참고 자료들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미 의회 ‘소형 핵폭탄 제조 금지’ 해제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전한 바람을 북한에 몰아붙여 김정일 위원장을 소형 핵무기로 죽이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라크의 바그다드가 함락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2003년 5월 8일 미국 상원군사위원회는 소형 핵무기(Mini Nuke)의 연구 ・개발을 금지해 온 ‘Furse ・Spratt 법안’을 폐기하기로 했다. 오레곤 주 출신의 Furse Elizabeth 의원(민주당)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출신의 John Sprattt 의원(민주당)은 1994년에 ‘히로시마형 원자폭탄의 3분의1정도의 폭발력인 5킬로 톤 미만의 저위력(底威力) 핵무기(소형 핵무기)의 연구 ・개발 ・제조를 일체 금지하자’는 법률안을 제안하여 통과시켰다. 이른바 ‘Furse ・Spratt 법안’은 소형 핵무기를 손쉽게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핵무기 반대운동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이에 미국 공화당은 ‘핵무기 개발 기술의 진보를 방해한다.’며 ‘Furse ・Spratt 법안’을 비판해왔다. 


‘Furse ・Spratt 법안’을 비난해 온 공화당의 부시가 집권하면서 소형 핵무기의 연구개발은 시간문제이었다. 부시 정부는 ‘소형 핵무기 금지 법률’을 폐기하기로 결단하고,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한 특수 관통탄(벙커 버스터)에 소형 핵무기를 탑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부시 정권은 막무가내이다. 부시 정권의 소형 핵무기 연구개발은, 북한 등의 ‘불량국가(Rogue State)’나 테러 조직에 대한 ‘한정적인 핵전쟁’을 상정한 것이다.


불량국가 중 하나인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패망시킨 부시 정권의 다음 차례의 과녁은 김정일 정권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후세인 정권처럼 쉽게 붕괴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선군정치의 지도 그룹을 소형 핵무기로 일거에 제거하면 북한을 단숨에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즉 김정일 위원장 등 북한 인민군의 최고위층이 지하 벙커에 숨어 전쟁을 지휘할 곳을 소형 핵무기로 파괴하면 북한과의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소형 핵무기를 개발할 태세이다. 여차하면 소형 핵무기로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살해하거나 북한군의 사령탑의 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뜻이다. 현재 개발 중인 특수 관통형 폭탄(벙커 버스터)에 소형 핵무기를 끼워 발사하면 김정일 위원장 ・북한군 수뇌부를 없앨 수 있다고 펜타곤이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펜타곤이 ‘핵 벙커 버스터 폭탄’을 개발하는 목적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북한 측 지하 시설에 은닉되어 있는 북한군의 방사포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관통형 폭탄(벙커 버스터)에 소형 핵무기를 장착하면 북한 정권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킬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핵 벙커 버스터(Nuclear Bunker Buster)’의 개
발을 서두르면서 소형 핵무기 개발 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이와 같은 펜타곤의 발상을 드러낸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003년 5월 20일의 기자회견에서 ‘소형 핵무기는 지하에 저장된 생물 ・화학무기를 효과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면서 공격 대상 중의 하나로 북한을 상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 의회는 ‘핵 벙커 버스터 폭탄’의 연구개발을 허용했다(실제로 개발할 경우 행정부는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핵폭탄을 개발하는 데 4년이 걸린다고 하니 2008년경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목숨은 미국의 소형 핵무기(핵 벙커 버스터 폭탄)에 달려 있게 된다.


이러한 부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연합 뉴스](2003.5.27)에 따르면 북한은 27일 미국 상원이 지난 1993년 발효된 ‘소형 핵폭탄 금지법’을 철폐키로 했다면서 “이것은 힘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무모한 전쟁전략을 비호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미국이 지하침투성 소형 핵무기를 생산하는 목적이 핵보유국들 속에서 절대적인 핵 우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좌지우지해 나가려는 데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면서 “이것은 결국 세계적 판도에서 핵군비 경쟁을 더욱 고조시키고 여러 나라들로 하여금 핵무기전파방지 조약(핵확산금지조약: NPT)에서 탈퇴하도록 자극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미국이 소형 핵폭탄 개발을 시도하면서 불량배 국가(Rogue State)들과 테러조직들을 타격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떠들고 있는 사실은 우리(북)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이 ‘위험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위협하는 한편 있지도 않은 마약, 위조화폐 등의 문제를 꺼내 들며 대조선 압박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때 소형 핵무기 개발이 적극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엄중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미국의 핵 위협은 우리의 혁명적 각성을 높여 주고 우리로 하여금 핵무기 사용에 대처할 억제력을 갖추는 데로 떠밀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캘리포니아 소재 리버모어 연구소와 뉴멕시코주 소재 로스 알라모스연구소 등 핵무기 연구소들이 앞으로 2~3년 동안 4천만~5천만 달러의 자금을 들여 소형 핵폭탄을 제작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83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