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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반전 운동

동아시아에서 반전평화운동의 과제

김승국

동아시아・한반도의 평화선을 구축하는 일이 반전평화 운동의 핵심적인 활동이며, 이를 위한 과제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동아시아에 탈미-평화 공동체 만들기

반미(反美) ・친미(親美)의 2분법을 뛰어넘는 탈미(脫美)를 통한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 만들기 운동이 필요하다. Pax Americana(제국 미국에 의한 세계 평정)를 벗어나는 ‘탈미’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예약한다. ‘탈미’의 핵심은 한미동맹-미일동맹의 상대화,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군살빼기・영향력 감퇴에 있다. Pax Americana에 수직적으로 통합된 한미동맹-미일동맹이 수평적으로 자율성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동맹의 상대화’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전면적이고 물리적인 철수 이전에 미군주둔의 반평화성(反平和性)을 지양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군사동맹 지향적인 한미동맹-미일동맹을 ‘미군 없는 정치동맹’으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정한 숫자의 미군・미군 관련자의 체류는 허용하지만 거대한 미군주둔 체제를 회피하는’ 정치동맹(동맹의 군사적 관계보다 정치적 관계・외교 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시하지만, 한미 FTA와 같은 경제동맹을 배제하는 동맹)을 유지하며 선린 우호하는 한미동맹-미일동맹으로 전환(미국-캐나다의 관계와 같은 동맹체로 전환)하는 게 선결과제이다.

2. 신자유주의의 ‘군사화’를 봉쇄하기

신자유주의는 ‘20 대 80의 사회구조’를 낳아 평화의 상실(peacelessness)을 전 세계적으로 만연시켰다. 미국은 국방・안보 상품(무기 등)을 WTO 협정의 예외 조항으로 설정했다. WTO 신자유주의 체제의 다자간 투자협정(MAI)은 군・산 복합체에 초법적인 특혜를 부여했으며 이를 미국이 주도했다. MAI의 신자유주의적 조치들로부터 ‘국가안보’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 미국 쪽의 생각이다. 군대, 무기 체계 개선, 무기 생산, 군수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지출이 예외 항목에 포함된다. MAI의 관련 조항에 따르면, 협약 당사자국들은 필요 불가결한 안보상의 이해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군사적행동・전쟁도 할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맹주국가인 미국이 ‘국방・안보라는 신자유주의의 해방구’에서 군사적 행동・전쟁을 기획・수행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오히려 전쟁국가 미국의 국가권력과 신자유주의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국민 국가(nation state)의 경계선을 없앤 신자유주의는 ‘국경 없는 다국적 전쟁’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의 군・산 복합체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입각한 ‘국경 초월의 전쟁(borderless war)’을 다그치면서 ‘신자유주의의 군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은 ‘신자유주의의 생산력’과 ‘군사주의의 살상력’의 종합판이며, 군・산 복합체 자본이 ‘생산력→살상력으로 전화(轉化)’하는 것을 매개했다. 이라크전쟁 이후 ‘자본의 세계화(신자유주의)’와 ‘전쟁의 세계화(반테러전쟁의 세계화)’가 동시 진행되고 있으며, ‘군・산 복합체(초국적 군수업계・죽음의 상인들)’가 양자의 연결고리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의 군사화’를 추동하는 군・산 복합체의 군수자본 확대재생산을 저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군사화’의 영향권 안에 있는 동아시아・한반도에서 초국적 군・산 복합체의 군수자본 확대재생산을 저지하는 반전평화운동이 절실하다.

3. 동아시아의 평화 체제를 위한 가버넌스(Governance) 형성하기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의 탈미형 안보기구인 ‘아세안지역포럼(ARF)’을 모방한 ‘동아시아판 ARF'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ARF-평화 NGO의 가버넌스’를 모방한 ‘동아시아판 ARF-NGO 가버넌스’를 이루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2007.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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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64~66쪽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