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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반전 운동

전 세계 반전평화 운동의 구도

김승국

Ⅰ. 들어가는 말; 생략

Ⅱ. 반전평화 운동의 에너지원(源)과 지향점

도대체 전쟁광 부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반전평화 운동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나? 수천만 명의 보통사람들로 하여금 길거리로 나와 평화의 함성을 지르게 한 힘은 어떻게 축적되었나? 수천만 명을 평화대(平和隊)로 엮은 조직의 힘은 어떤 경로로 형성되었나?

이런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적인 반전평화 물결이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를 캐물어야 할 것이다.

1. 반전평화의 물결

  1) 전쟁광 부시 정권에 대한 저항 전선을 형성
 
9 ・11 사태의 진범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일 뿐인 빈 라덴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아프간 전쟁을 벌였다. 미국의 ‘막가파 식(式)’ 아프간 전쟁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추구를 방치하면 세계의 역사가 중세기의 암흑으로 되돌아간다는 우려는, 미국의 전쟁구도를 저지하는 힘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는 시대의 요청이기도 했다.

이 시대의 요청에 발 빠르게 대응한 유럽과 미주(미국, 캐나다) 의 운동단체들은 반전평화 운동의 전선을 형성하는 쪽으로 힘을 모았다.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주력했던 변혁지향적인 운동단체들이 전쟁 반대 ・미국반대 노선으로 선회한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힘의 결집은 2002년 11월 6~10일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열린 제1회 유럽사회포럼(ESF)의 개막행사인 이라크 전쟁 반대 집회에(이탈리아를 비롯한 전 유럽에서) 1백만 명이 모였다. 이 집회에서 채택된 ‘전쟁 반대 호소’는 ① 2003년 2월 15일의 이라크 전쟁 반대를 위한 유럽 통일행동을 하고 ② 이라크에 대한 무력공격이 강행될 경우 전쟁개시 즉시 항의행동을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반전평화-반제(반미)의 단일 대오를 다짐한 세계사회포럼은 전 세계적인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2) 전 세계 시민들의 단결

세계사회포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가진 전 세계의 NGO들은 자기 조직 주변의 시민들을 향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자”고 설득・선전하며 거리 시위를 조직했다. 9 ・11 사태 이후 야수로 돌변한 부시 정권의 전쟁책동을 꾸짖어 온 시민들은 NGO의 제휴를 반갑게 여기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 시민들의 경우, 9 ・11 사태 이후 전쟁내각으로 바뀐 부시 정권의 억압체제에 대한 반감이 거리시위로 연결되었다. 유럽의 경우 미국 정부의 일방주의 가치관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다자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반전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동북아시아 나라의 시민들은 ‘전쟁꾼 부시=惡/ 평화 세력=善’이라는 동양적(유교적인) 선악관을 갖고 시위에 동참했으며,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은 이슬람권을 무력화하려는 미국 ・이스라엘 동맹에 저항하는 뜻에서 반전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각 대륙마다, 각 나라마다 시민들이 반전시위에 나선 논리적 근거가 다르지만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적인 전쟁구도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면서 ‘평화를 위한 세계 시민사회의 단결’을 이루어 냈다.

2. 반전평화 운동을 폭발시킨 에너지는 어디에?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전 세계의 시민들이 이라크 전쟁 반대의 열기를 지니고 있더라도 이 열기를 한군데 모으는 ‘운동꾼 ・운동 조직’이 없으면 허사이다. 그런데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한 반전평화 운동의 폭풍이 일어날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오래전부터 반전평화 운동의 밭을 갈아 온 ‘꾼’들이 있었다. 이 ‘꾼’들의 질량에 따라 반전평화 운동의 질량이 결정되었다. 질 높은 ‘꾼’들이 많이 포진된 유럽이 세계적인 반전평화 운동을 이끌어 간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3. 저항의 지향점

수천만 명의 세계 시민들은 미국의 명분 없는 이라크 침공에 저항했지만 저항의 이유는 일률적이지 않다. 시민들의 세계관이나 자신의 입지에 따라 저항의 강조점이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저항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1)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한 다음에 북한이나 이란을 공략하려는)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세계 시민의 자각이 운동의 자양분이 되었다.

  2) 기만적인 전쟁정책

아프간 전쟁의 재판인 이라크 전쟁의 속임수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아프간에 진주한 소련군을 내쫓기 위해 빈 라덴과 제휴했던 미국 ・이란의 이슬람 혁명기운을 꺾기 위해 후세인과 제휴했던 미국. 미국의 정보기관은 빈 라덴을 앞장세워 소련군에 대항하게 했고, 이란-이라크 8년 전쟁 때는 후세인을 앞장세웠다. 그런 미국이 이제 불필요해진 옛 동지(빈 라덴, 후세인)를 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기만극을 용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옛 동지를 토사구팽하는 잔인함에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닮은꼴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비정한 전쟁의 속임수에 대한 규탄이 반전운동의 도덕력을 제공했다.

  3) 세계질서 파괴범 미국

유엔의 권능을 무시한 미국이 바로 불량국가임을 확인한 양심세력들이 세계질서의 파괴범인 미국을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4) ‘제국’ 미국의 횡포 ・오만

수천만 명이 모인 반전집회의 목소리를 아랑곳하지 않는 부시 전쟁집단의 오만함에 분통을 터뜨린 세계 시민들은 ‘제국’ 미국의 콧대를 꺾어야 평화가 도래한다고 주창했다. 미국의 횡포를 묵과할 수 없다는 단호한 결의가 반전 집회장에서 이루어졌다.

  5) 미국의 호전적인 지배계급

이라크 전쟁의 원흉인 미국의 신보수주의 세력(Neo Con: Neo Conservative)과 이들을 원격조정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유대인 세력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의 실체를 파헤쳐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진보적인 지식인 사회에서 많이 나왔다.

  6) 무력에 의한 후세인 정권 붕괴

  7) 자원 약탈형 침략 전쟁

미국 자본주의의 승승장구를 위한 원유 확보의 수단으로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다는 평론이 설득력을 갖추면서 ‘자원 약탈 전쟁’이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8) 제국의 살육, 이라크 민중에 대한 무차별 공격

이미 걸프전 이후의 경제제재로 수많은 이라크 어린이들을 죽이고 모성(母性)을 파괴한 ‘학살의 주범’ 미국은 징벌의 대상이었다. 이윽고 전쟁에 돌입한 미국은 이라크 민중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통해 수많은 살상자를 낳았다. 이러한 ‘제국의 살육 전쟁’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했다.

  9) 중동 재식민지 정책

(19세기 말~20세기 중반의 서구 제국주의가 중동을 식민지로 삼아 착취한 방식을 답습한) 미국의 중동 재(再)식민지 정책이 이라 전쟁을 통해 확증되었다. 지난번 아프간 전쟁은 중동 재식민지 정책의 서막이었고 이라크 전쟁은 본론에 해당된다. “중동의 무슬림 정권을 차례차례 무너뜨려 서구식 자본주의 정권을 세워 미국 ・이스라엘의 판도로 만들겠다.”는 재식민지 정책. 이 정책의 시범 케이스로 선발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야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위의 다양한 지향점의 바탕 위에서 “유병무죄(有兵無罪)의 세계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세계 시민의 ‘평화를 향한 변혁의 욕구’가 반전시위의 형식으로 분출되었다. 미국같이 ‘병(兵)’, 즉 무력을 많이 가질수록 전쟁범죄의 면죄부를 받을 뿐 아니라(有兵無罪), 승리의 월계관을 쓰는 ‘모순투성이의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세계 시민 이성’이 폭발한 것이다.
이렇게 평화를 행한 세계 시민의 이성이 분출되는 반전평화 운동의 현장을 중심으로 운동의 흐름 ・상황 ・추이를 살펴본다.

Ⅲ. 반전평화 운동의 흐름; 생략

Ⅴ. 반전평화 운동 총평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드러난 ‘전쟁과 평화의 새로운 구도’에 대한 논리적인 접근과 더불어 반전평화 운동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중요하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다가 이라크 전 종식 직후 식어 버린 ‘냄비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러한 진단을 위한 예비적인 판단자료로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한다.

  1. 반전평화 운동론의 재정립; 생략

Ⅵ. 맺는 말

지구촌의 정치를 움직였던 반전운동의 물결이 퇴조하는 가운데 운동의 썰물현상을 막기 위해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애쓰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이렇게 빛나는 운동의 성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시민과 함께한 반전평화 운동은 다음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① 미국의 위신 저하, 미국의 세계지배 정당성 약화. 미국이 전투에서 이겼으나 정당성 확보 전쟁에서 패배함, ② 시민사회의 정치력 강화. 세계 시민사회의 세계정세에 대한 개입력 강화, ③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의 도덕적 승리, ④ 국제 진보운동의 결속에 따른 운동력 확장. 이에 따라 세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운동 틀을 내올 가능성.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의 군사력을 남용하며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미국을 견제할 ‘평화의 힘’을 온전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쟁지향적인 세계화를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광 부시 정권의 막가파식(式) 전쟁을 저지할 ‘평화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전국가군(群)과 평화지향적인 세계 시민사회의 강고한 연대가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평화를 애호하는 세계 시민사회의 구성원들끼리 국경 ・민족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는 소통이 중요하다. 특히 전쟁 세력의 맹주인 미국이 아직도 북한에 대한 공격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세계 시민들 사이의 연대’를 위해 맹진할 필요가 있다.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