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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반전 운동

미국 영화가에 반전물결

김승국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상인 아카데미 수상식(2003년도 수상식)이, 부시 대통령을 성토하고 전쟁 반대를 외치는 무대로 변했다. 얼마 전에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은 여배우가 ‘전쟁광’ 부시 대통령을 혹독하게 비판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 여배우는 여론의 압력에 밀려 대통령을 욕한 부분에 대하여 사과했다.


현재 미국 영화계의 반전 분위기를 배우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감독들도 이에 질세라 반전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2003년도 아카데미상의 다큐멘터리 부문상은 ‘미국의 권총 사회’를 엄혹하게 비판한 영화 「볼링 포(for) 코롬바인」(감독: 마이켈 ・
무어)으로 정해졌다. 무어 감독은, 루즈벨트 언론 자유상(캘리포니아주의 시민단체가 주는 상)을 받는 자리에서 이라크 전쟁을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평가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무어 감독은 “(부시 대통령은) 9월 11일의 테러가 가져온 국민의 공포감을 이용하여, 테러와 관련되었다는 증거도 보이지 않고 이라크를 공격하였다. 테러의 희생자를 모독한 행위이다.”고 맹비난했다. 무어 감독은 “가짜 이유를 내건 전쟁이 시작되었다. 가짜 정보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들은 이 전쟁에 반대한다. 부시여 부끄러움을 알아라. 당신이 갖고 있는 시간은 끝났다.”며 연설을 마무리지었다.



반전배지를 단 영화인들




그럼 이번에 아카데미상에 참가한 연화인들 중에서 반전배지를 달고 다닌 사람들을 소개한다.


  1) 피카소의 비둘기 모티프의 배지를 단 영화인들


마이켈 ・더글라스, 살마 ・하에크, 수잔 ・사란든, 다니엘 ・데이 ・루이스, 브렌단 ・프레이저, 마틴 ・스콧세시, 리차드 ・기어, 로브 ・마샬, 에이도리안 ・브로디, 벤 ・킹 슬레이, 페드로 ・알모드발, 지나 ・데이비스


  2) 녹색 바탕에 비둘기 다리의 마크가 새겨진 배지를 단 영화인들


마이켈 ・무어 감독을 비롯한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사람들: 데이비드 ・헤어, 스티븐 ・덜 드리, 마샤 ・게이 하덴, 크리스 ・쿠퍼, 에이미 ・마디간, 하베이 ・와인스타인, 이산 호크, 콜린 ・파렐. 그 밖에 많은 스텝들의 명단은 생략.



베트남전 당시의 반전 분위기



이번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집단적인 반전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통념대로 아카데미를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베트남 반전운동 때도, 1974년에 장편 다큐멘터리(베트남 전쟁의 기록 영화 {Hearts and Minds}) 수상자가 ‘베트남 평화단’ 단장의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은 뒤 소동이 일어나는 정도로 그쳤다. 이번처럼 수상식 참가자 대부분이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반전 의지를 나타낸 적이 없다. 반전 행동이 ‘정치적으로 과격한 극소수 반체제파의 짓’으로 비난받기 쉬운 미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스타들은 이제껏 자신들의 생각과 달리 ‘애국심’을 고무하는 연출을 사실상 강요받아 왔는데 이번에 집단적인 반발을 보인 것이다.


미국 영화계는 전쟁 중인 해의 우수작 선정에서 정치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1975년 베트남 철수 ・패전 때와 1991년 걸프전 때는 ‘주요 5개 부문 영화상’을 정치색을 배제한 작품으로 선정했다. 1984년, 1994년(북한에 대한 전쟁 일보 직전에 돌입한 해), 1997년 등 전쟁과 관련이 있던 해에도 정치색이 거의 없는 작품을 선정했다.



영화인들의 반전 메시지




그럼 이번 아카데미 수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수상 소감에 나타난 반전 메시지를 들어 보자.

1) 조연 남우상(男優賞) 수상자 크리스 ・쿠퍼: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 지금은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
나 나는 평화를 바란다.”

2) 방송 사회자 수잔 ・사란든(‘peace’ 사인을 하면서 등장):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도중에 죽은 사람들을 기립니다.”

3) 주연 남우상(男優賞) 수상자 에이드리안 ・브로디: “잠시 기다려요. 1초만. 한마디 하게 해 주세요. 슬프고 기묘한 느낌
이 듭니다. 나는 이 작품에 출연하여 경험했습니다. 전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고, 비인도적인 것입니다. 신(神)도 알라
도 좋습니다. 神의 가호가 있기를. 이 전쟁이 빨리 끝나게 합시다. 그리고 쿠웨이트에 있는 친구들, 아라빈스키, 살아
돌아와요.”

4) 방송 사회자 더스틴 호프만: “과거사에 빛을 비추고 현재와 깊이 관련되는 가운데 장래의 올바른 방향을 이끌어 갑시다.”

5) 주연 여우상(女優賞) 니콜 깃드만: “왜 이런 시기에 전쟁인가 생각되지만 역시 예술은 언제나 필요하군요.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요. 지금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神의 가호를.”

6) 회장 플랭크 ・피어슨: “해외(이라크)에 있는 이 나라(미국)의 젊은이가 빨리 돌아와 주길. 이라크 사람들에게도 평화가 깃들기를. 전쟁이 없는 세계가 도래하도록….”

7) 각본상 수상자 페드로 ・알모드발: “금지되어 있지만 성명서를 읽겠습니다. 현재 평화 ・인권 ・민주주의 ・정당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8) 방송 사회자 가엘 ・가르시아 ・베르나르: “세계의 평화는 현실이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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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112호(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