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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반전 운동

오키나와에 평화를 (1)

'동북 아시아의 평화구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오키나와에서 열림)에서 발표한 글


김승국

GPR-오키나와-한반도


지금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재편)이라는 이름 아래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일미군은 자위대와 일체화되는 가운데 '일본판 GPR'을 강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중간보고가 얼마 전에 있었다. 주한미군은 한국군과 일체화되는 가운데 ‘한국판 GPR'이, '미군기지의 평택에로의 총집결’이라는 형식으로 진행 중이다.

일본판 GPR(주일미군+자위대의 일체화) • 한국판 GPR(주한미군+한국군의 일체화)을 주도하는 펜타곤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동일한 발상 아래 주일미군 • 주한미군을 재편하고 있다. 그런데 주일미군 재편 • 주한미군 재편의 수난자인 일본 • 한국의 민중은, ‘국가의 경계’에 가로막혀 ‘일국주의적인 GPR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일본 따로 한국 따로 GPR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평택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한국판 GPR 반대운동측은, 오키나와 등에서 투쟁하는 일본판 GPR 반대운동 진영이 무슨 생각을 갖고 투쟁에 임하는지 잘 알지 못한 결과 상호간의 연대투쟁을 하고 있지 못하다.

GPR이라는 동일한 발상에 대한 한 • 일 양국의 분리된 운동은, (‘중국 위협론-북한 위협론’을 빙자하며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패권을 쥐려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분할통치(divide and rule)'를 수월하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일본 국민 • 한국국민이 일본판 GPR • 한국판 GPR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여 대응하면 할수록, ‘일본판 GPR • 한국판 GPR의 통합구조(주일미군 재편 • 주한미군 재편의 일체화)’를 통해 동북아시아를 분할통치하려는 미국의 구도를 수월하게 만든다.

펜타곤이 세계적 차원(global)의 GPR 즉 GPR의 세계화에 따라 ‘미일동맹-한미동맹의 일체화’를 시도하는데 비하여, 한 • 일 운동권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일국주의적인 대항 전선에 매몰되어 있다. ‘일본판 GPR-한국판 GPR의 일체화’라는 2중의 일체화를 깨기 위한 ‘GPR 반대의 세계화’를 지향하기는 커녕 국가주의의 우물 안에 안주하고 있다. ‘GPR 반대의 세계화’에 소홀함으로써 강력한 ‘GPR의 세계화’를 허용하고 있는 한 • 일 평화운동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GPR 반대의 세계화’ 차원에서 ‘GPR 반대 국제위원회(가칭)’를 창립한 다음 한 • 일 연대투쟁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 • 일 연대운동체가 GPR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공동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하여 이 글을 쓴다.


1. GPR에 대한 인식


세계화 시대에 제국 미국이 ‘촌각을 다투는 전쟁[시간 전쟁]’을 벌이며 패권을 장악하려는 뜻에서 GPR 구상이 나왔다. IT 산업의 발전에 따라 자본주의적 생산관리 시간이 分 단위에서 秒 단위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자본 유통의 시간도 초 단위로 고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초고속화에 걸맞는 ‘노동의 유연성’이 신자유주의의 방편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군사적으로 조응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이 GPR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축적의 군사적 보루인 미군이, 전 세계의 미국자본을 ‘촌각을 다투며’ 지키기 위해 ‘초(秒) 단위로 움직이는 기동군(stryker 부대)’으로 재편하는 게 GPR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군사의 유연성과 노동의 유연성(신자유주의적 축적의 유연성)이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양자는 유연생산 체제의 쌍생아’라는 명제를 도출해 낼 수 있다. ‘GPR의 전략적 유연성’은 신자유주의의 노동-자본축적 유연성의 군사적 반영물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자본주의 축적에 군사적으로 조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쟁(New war)의 전략적 유연화가 GPR이다.

앞에서 신자유주의와 GPR이 ‘유연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상호연관성을 강조했는데, 신자유주의 • GPR에 반대하는 운동 역시 상호연관 속에서 이루어져야한다. 다시 말하면 신자유주의 반대운동과 GPR 반대운동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착되어 수행되어야한다. 신자유주의 반대에 열중인 한국 • 일본의 노동운동 세력이 GPR 반대운동에도 열중해야하며, GPR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는 한국 • 일본의 평화운동 세력 역시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선두 주자인 한국 • 일본의 일본판 GPR • 한국판 GPR이 ‘유연성’ 아래에서 동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GPR이 일본판 신자유주의 • 한국판 신자유주의의 군사적 산물임을 직시한 한 • 일 운동진영은, 신자유주의의 유연성(자본 축적• 노동의 유연성)과 GPR의 유연성(전략적 유연성)이 상호연계되어 있는 고리를 끊기 위한 ‘국제적인 GPR반대 운동’의 차원에서 ‘GPR 반대 국제 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2. GPR과 오키나와 • 한반도


GPR은, IT 산업의 군사 시스템인 전술지휘통제(C4I) 체제가 빚을 시간 전쟁(전쟁 시간을 급격하게 단축)과 연동된 ‘펜타곤의 새로운 전쟁 구상’이다. GPR에 힘 입은 시간 전쟁은, 지구촌에 걸친 전쟁 공간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북한 등의 ‘악의 축’ 국가가 확장된 전쟁공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9.11 사태 이후의 아프간 전쟁 • 이라크 전쟁에서 GPR의 임상실험을 마쳤으며, 북한 등의 ‘불량국가(Rogue state)’를 붕괴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쟁개념을 GPR의 이름으로 구사하고 있다.

GPR은 본래 속도전의 요소를 갖는 새로운 전쟁개념이므로, 이 개념이 적용될 ‘對 북한 전쟁체제’ 역시 고속화하고 있다. GPR과 연계된 10-20-30 전쟁 구상(‘10일 이내에 원거리 전쟁터로 병력을 배치하고 20일 이내에 적을 격퇴하며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또 다시 전투할 준비를 갖춘다’는 구상)은, 냉전시대의 120일 전투(북한을 상대로 120일 만에 승전한다) 보다 4배 이상 빨라진 속도전(시간전쟁)을 암시한다. 이에 따라 미일동맹의 ‘對 북한 전쟁 체제’의 첨병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한반도 출동 속도도 4배로 빨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GPR의 시간전쟁 개념에 따라 오키나와~한반도의 전쟁선(戰爭線)이 4배로 빨리 움직이고 있는 긴장 속에서 ‘GPR 반대 국제위원회’가 속도감 있게 활동을 개시해야 한다.


  1) 북한붕괴 전쟁의 고속화


‘GPR 반대 국제위원회’의 추진세력은, (일본판 GPR의 핵심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재편이 북한붕괴를 위한 전쟁의 고속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냉전시대에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북한 붕괴를 위한 한반도 상륙 시간이 1주일 이었는데, 최근의 주일미군 재편으로 단 하루 만에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게 되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북한군을 죽이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이 1주일에서 하루로 단축되는 ‘죽임의 속도전’이 임박해 있다. 미국 사람(미군)과 일본 사람(자위대)이 손잡고 조선 사람(북한군 • 북한 민중)을 7배나 빨리 죽이는 전쟁 시나리오가 일본판 GPR 안에 도사리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GPR의 시간전쟁 개념에 따라 진쟁중인) 주일미군 재편의 결과 북한군 • 북한 민중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며 위협 받게 되었다(물론 미국-북한간 전쟁으로 인한 남한 민중의 대량살상도 내정되어 있다).

GPR의 차원에서 주일미군+자위대의 일체화가 초래할 초고속 전쟁이, 무고한 남북한 민중의 생명을 초고속으로 빼앗을 가능성을 원천봉쇄해야 한다. 이는 곧바로 ‘제2차 한국전쟁’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며 ‘평화운동과 생명 운동(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민중의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예방하는 생명운동)을 동시에 펼치는 일’이다. GPR이 초래할지 모를 제2차 한국전쟁 때문에 죽어갈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건지는 생명운동의 차원에서, GPR반대 국제위원회가 가동되어야 한다. 한일간의 GPR 반대운동 역시 평화운동과 생명운동이 넘나드는 차원에서 수행되길 바란다.


  2) 북한군 죽이기 연습과 헤노코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빼앗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일본판 GPR-한국판 GPR의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있으며, 헤노코(辺野古)를 비롯한 오키나와 북부지역이 그 고리의 핵심임을 유념해야 한다. 한-일간 GPR 반대운동의 역량이 이 고리를 끊는데 집중되어야함은 물론이다.

냉전시대에 가상적 소련을 물리치기 위해 그려졌던 ‘한반도 주변의 전쟁선’은, 1950년대에 수립된 미쓰야(三矢) 작전계획의 소련군 봉쇄선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봉쇄선이 ‘중국 • 북한을 포위하는 GPR’에 따라 변경되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불안정한 弧’의 동쪽 끝에 있는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 붕괴를 위한 각종 작전계획(5029 작전계획 등)’이 실행되고 있다. 이들 작전계획이 일본판 GPR-한국판 GPR의 일체화를 가져오는 가운데 오키나와가 제1의 출격기지로 되어 있다.

오키나와가 냉전시대부터 줄곧 한반도 전쟁을 위한 출격기지 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GPR 개념에 따른 ‘새로운 전쟁의 線’이 괌(Guam)-오키나와(오키나와 북부지역)-사세보-부산 • 대구-평택-평양으로 좁혀지고 있는 점에 밑줄을 그어야할 것이다. 이 새로운 전쟁선의 통로를 원활하게 하며 (10-20-30 전략 구상에 따라) 남한 땅에 단 하루 만에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상륙하는데 있어서 ‘오키나와 북부 지역의 중요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오키나와에 있는 미 해병대 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북부 훈련장이다. 여기에 대대급을 수용할 수 있는 훈련 베이스 캠프가 있어서 통상 250명 중대급 규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내용은 정글 對 게릴라 훈련, 척후 훈련, 위험지형에서의 근접전 훈련, 헬기 강하훈련과 서바이벌 훈련 등이다. 미 해병대의 實兵力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캠프 슈왑(Schwab)과 캠프 한센(Hansen)인데 캠프 슈왑은 전차부대를 포함한 종합 연습기지, LST의 상륙작전 연습장이다. 이 해병대 전력은 한반도 유사시 적용되는 작전계획에 의해 우선 투입되는 증원군의 핵심이다<梅林宏道『情報公開法でとらえた沖繩の米軍』(東京, 高文硏, 1994) 121~129쪽 참조>.

오키나와 북부 산악지대의 (북한군을 가상적으로 상정한) 게릴라 전투 훈련장과 헤노코의 새로운 기지(普天間 기지의 대체 기지) 사이의 상호 연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GPR에 따라 ‘對 북한 기동타격대(Stryker 부대)’로 전환될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對 북한 강습상륙 • 특수작전(有事時 김정일 정권의 전략 사령부 파괴 포함)을 위해 오키나와 북부지역(헤노코의 새로운 기지 포함)이 활용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헤노코에 새로운 기지가 건설되면 캠프 슈왑의 기능이 배가될 것이다. 이 캠프 슈왑을 중심으로 해상전투 부대-항공전투 부대의 일체화가 이루어져 對 북한 공격능력이 배가될 것이다. 그리고 제31 미 해병 원정대의 次期 주력 전투기로서 항속거리가 1,500킬로미터(북한에 대한 縱深 공격이 충분한 거리)인 垂直離着陸機(MV22 오스프레이)가 캠프 슈왑에 배치될 경우, 對 북한 공격의 속도가 배가될 것이다.

거의 매일같이 북한군 죽이기 연습을 하는 오키나와 북부의 對 게릴라 훈련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헤노코. 이 헤노코가 북한붕괴 전쟁체제의 새로운 출격기지로 전락하여 남북한 민중의 생명을 노리는 비수(匕首)가 될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후덴마(普天間) 기지의 폐쇄운동이 긴요하며, 이 운동을, 한-일간 GPR 반대운동의 주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3. 결론; GPR 반대를 통한 오키나와-한반도의 생명선 잇기


괌(Guam)-오키나와-사세보-부산 • 대구-평택-평양으로 이어지는 전쟁선은 제2의 한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線은 GPR과 오키나와 • 한반도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이 전쟁선의 한복판에 있는 오키나와가 조선 민중을 집단살상(genocide)하는 ‘살인 기지’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GPR 반대 국제위원회가 출범하여 제1차적으로 후텐마 기지의 폐쇄-헤노코 新基地 반대운동에 주력해야한다.

오키나와-한반도를 잇는 線을 ‘전쟁선이 아닌 상생의 生命線’으로 만들기 위해 GPR 반대 국제위원회가 활약해야하며, 이는 오키나와 민중의 생명을 지키는 지름길이기도 한다(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터지면 오키나와 민중의 생명도 위협을 받을 것이다).

‘죽임의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을 '생명 살리기의 GPR(Global Life Promotion Revolution)'로 전환하는 운동을 GPR 반대 국제위원회의 이름으로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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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220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