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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71)] 커피 보시

커피 장사 수기(71)


 

커피 보시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나는 손이 큰 사람처럼 마구 퍼주듯 커피를 큰 그릇에 담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커피 퍼주기’인 셈이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여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는 할 수 없으니 커피라도 보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장사 속으로 많이 담아주는 상인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상인과 달리 그냥 손님들에게 퍼주고 싶을 뿐이다.

 

보통의 커피숍에서는 카페라떼․카푸치노 잔이 작은 편인데, 우리 가게는 왕사발에 카페라떼․카푸치노를 찰랑찰랑하게 담아 드린다. 이 왕사발을 한잔 들이킨 손님들이 배부르다고 말한다. 막걸리 대포잔보다 큰 왕사발에 카페 모카․카라멜 마끼아또를 가득 채운다. 넘쳐흐르기 일보직전까지 카페 모카․카라멜 마끼아또를 담은 뒤, 곡예하듯 왕사발 잔을 날아 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간다.

 

최근에 개발한 ‘몸을 치유하는 Healing Coffee(항산화-다이어트에 도움 주는 커피; 커피를 藥으로 취급하여 핸드드립한 커피)’ 역시 왕사발에 퍼 담는다. 한약을 달여서 커다란 사기그릇에 담은 것 같은 Healing Coffee를 손님들에게 즐거이 서비스한다.

 

핸드드립 커피의 경우 첫 번째 잔을 손님들에게 갖다드리면서 “리필이 되니 더 드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리필’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핸드드립하여 두 번째 잔을 만드는 번거로움이 뒤따르는 것인데도, “리필”이라고 말하는 순간 즐겁다.

 

핸드드립 커피를 리필하기 위해 또 한 번 추출하는 순간 만사를 잊고 몰입하는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우리가게에서 가장 비싼 핸드드립 커피를 ‘무한 리필’해주고 싶지만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겨우 억제하는 퍼주기를 계속 즐기고 싶다.  

 

퍼주기도 습관인 듯 그 규모가 더욱 커져간다. 여름용 대형 유리잔에 아이스 미숫가루 라떼․아이스 코코아 라떼․스무디를 가득 담으면 무거워서 나르기 힘들 정도이다. 이렇게 퍼주는 재미로 커피장사를 하니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201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