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사 수기(69)
카드 돌려막기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자영업자가 망하는 제2단계로 카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은 제1단계로 카드를 사용하다가 막히면 두 번째 단계로 카드 돌려막기를 시도한다. 나도 동일하게 제2단계의 카드 돌려막기를 했다.
누적된 삼성카드 대금 70만원을 내라는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삼성카드 현금 서비스(80만원)로 전환했다. 삼성카드 직원이 카드 연체이자 보다 이율이 낮은 리볼빙 대출로 전환하라는 대안제시에 따라 리볼빙 대출을 시도했으나 리볼빙 대출제도가 없어졌다는 대답을 듣고 이율이 아주 높은(연 28%) 삼성카드 현금 서비스를 선택했다. 카드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채무의 올가미를 옮겨가며 채무변제의 고통을 몇 달간 연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숨을 돌리자마자 제일은행에서 200만원 대출금의 밀린 이자 166,000원을 내라는 독촉전화를 받고 보니, 다시 채무의 먹구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삼성카드라는 제2 금융권과 제일은행이라는 제1 금융권 사이의 그물망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모습이 처참할 뿐이다. 나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국민 대다수가 금융권의 채무노예(?)로 전락하는 바람에 금융 자본이 시민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질곡을 벗어나는 것이 경제 개혁․사회 혁신의 과제로 되어 있다.
금융권의 채무노예로 전락하기 시작하는 나의 경우, 빚의 나락에서 빠져나오려면 도대체 커피를 하루에 몇 잔 팔아야하나? 빚청산을 위해 사투(死鬪)를 벌이는 게 일과처럼 되어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구제할 방안은 없을까? 생활비를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빚잔치를 벌리고 월세․관리비를 내는 게 장사의 주목적인 된 나와 같은 자영업자가 살길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빚청산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투(死鬪)를 벌임과 동시에 사회 혁신을 위한 사투(死鬪)를 전개해야하지 않을까? 자영업자(시민) 개인의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201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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