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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70)] 커피 감옥

커피 장사 수기(70)


 

커피 감옥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태백산맥』을 탈고한 뒤 ‘글 감옥에서 빠져나왔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나는 글 감옥 대신 ‘커피 감옥’에 사로잡혀 있다.

 

커피는 향기로운데 반하여 감옥은 향기롭기는커녕 무언가 칙칙한 냄새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커피 감옥은 어울리지 않는 낱말 같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나는 지금 커피 향기 가득한 감옥에 갇혀 있다. 커피라는 울안에 갇혀 있다. 개업 초반에 우리 가게를 방문한 어느 선배님이 내 꼴을 보고 “사자가 울안에 갇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사자처럼 커피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사자처럼 힘 있게 운동하려고 노력하던 내가 갑자기 커피숍이라는 울에 갇혀 있는 게 안타까워하신 선배님의 말씀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그 선배님은 단순한 ‘울’이라고 평가했지만 ‘울’에 갇혀 있는 나는 ‘감옥’으로 느껴진다. 커피 향기 가득한 감옥으로... 

 

나를 이 가게에 감금해 놓은 주범은 커피이다. 하루 종일 커피향기에 묻혀 있으니 남이 보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그 커피향기가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나를 구속하여 이 가게 안에 감금시킨다. 손님이 올까봐 화장실도 제대도 가지 못하여 ‘똥 쌀 자유’도 없을 정도이면, 커피향기가 나를 구속하여 이 가게 안에 처넣은 것이다. 똥 쌀 자유도 없는 감옥에서 1년을 지내다 보니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지역 평화운동의 모델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커피숍을 고양시(일산)에 차리겠다는 1년전의 발상이, 나를 감옥 같은 이 가게에 처넣어 버렸다. 커피 장사도 제대로 안 되고 평화운동(지역 평화운동의 모델 개발)도 잘 되지 않는 이중고(二重苦)가, 커피향기 가득한 나의 징역살이를 더욱 처참하게 만든다. 지역 평화운동의 모델을 개발을 위해서라도 밖에 나가서 활동해야하는데, 바보 같이 가게에 구속되어 있으면 활동력(지역 평화운동의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활동력 저하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커피 장사가 잘되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것마저 시원치 않으니 나의 감옥살이는 가혹하기만하다.

 

이러한 이중고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가게를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커피 감옥에서 나를 해방시켜줄 구세주(?)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도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커피 감옥이 나를 해방시켜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201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