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사 수기 (36)
민초들의 삶을 위한 단말마 몸부림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최악의 불경기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민초들의 고난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인도의 불쌍한 민초들처럼 눈에 핓발이 선 상태는 아니지만, 고난의 정도에 따라 그런 상황의 초입에 들어선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한번 추락하면 다시 삶의 밧줄을 잡아 당길 수 없는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밑바닥을 잘 보여주는 곳이 지역이다. 일산 지역 전체를 조망할 수 없지만, 2층에 있는 우리 가게에서 내려다본 중산동 지역 민초들의 밑바닥 삶의 실상이 엿보인다.
1. 오늘(2012.2.24) 아침 가게로 귀환 중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두르는데 갑자기 한 청년이 나를 보고 “할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고 외마디. 그 청년의 말속에 경제적인 동기가 숨어 있음을 표정을 보고 순간적으로 간파할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무슨 제안이나고 묻지도 않았다. 돈이 없어서 거의 머리가 돌아버릴 정도의 상태에 있는 88세대의 절규인 듯하다.
2. 오늘(2012.2.24) 오후 5시경 가게에 한 청년이 들이닥쳐 잘린 파인애플에 칼을 들이대며 “아버지 맛 보세요...”라고 다급한 요구를 한다. 먹고 살기 힘들어 파인애플 조각을 팔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는 이 나라 청년들의 고난을 해결해줄 사람, 세력이 없을까? 시민운동도 민중운동도 이 청년의 고난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종교도 정치세력도 국가도 이러한 고난을 구원해주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이 나라 청년들의 영혼을 건질까?
3.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을 부착한 사무실이 많은데(‘잡상인’이라는 표현이 좀 못마땅하지만)...우리 가게는 그런 것을 부착할 수 없어서 잡상인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잡상인들의 소품을 들고 와서 사달라고 떼를 쓴다. 그중 가슴아픈 것은 반벙어리 장애인이 화장지를 사달라고 절규하는 모습니다.
잡상인은 아니지만 중산동 지역에 개점한 자영업 상점을 홍보하는 전단을 돌리는 알바생들이 줄이어 우리 가게에 전단지를 놓고 금방 사라진다. 내가 그런 전단지가 필요 없다고 강조해도 막무가내로 던지고 가는 경우도 있다. 수없이 생겼다가 수없이 사라지는 자영업 가게에서 출혈지출한 홍보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의 손목에 핏기가 없다.(201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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