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쟁-안보-군사/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오키나와-한반도의 군사적 움직임


김승국 
 

 
필자는 2006년 2월 2~6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북 아시아의 평화구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다음에 헤노코(辺野古) 기지 반대투쟁 현장 등을 방문했다. 오키나와는, 주일미군 기지의 75% 이상이 밀집되어 있는 ‘미군기지 왕국’이다.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의 선봉장인 미 해병대가 유일하게 해외 파병된 곳이 오키나와이다.

미 해병대는 저강도 전쟁 · 게릴라 전투를 위한 강습양륙이 주특기인 신속기동 타격대(stryker 부대)이다. ‘stryker 부대’인 미 해병대는 세계정세의 변천에 따라 역할 · 기능을 달리했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는,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지구촌 규모의 선제공격(global strike)'을 담당하는 부대로 변신중이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의 변신은, 주일미군의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재편(GPR; global posture review)’의 핵심이다. 주일미군의 재편이 주한미군의 재편(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에로의 총집결)과 맞물려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오키나와 미 해병대의 ‘global stryker 부대화(化)’는 한반도의 정세 특히 북-미 전쟁구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오키나와에 평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하는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오키나와에 평화를’ 이라는 연재물을 싣는다.

이 연재물은, ‘global stryker 부대’로 재편(GPR)되는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새로운 근거지가 될 헤노코(辺野古)에서 시작한다. 노후한 후덴마(普天間)의 기능을 대폭 줄이는 대신 헤노코에 최첨단 ‘global strike’ 기지를 신설하려는 게 주일미군 재편(일본판 GPR)의 요점이다.

주일미군 재편은,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일체화된 동맹군으로서 지구규모의 분쟁개입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2005년 10월 29일에 발표된 <미 · 일동맹의 변혁과 재편을 위한 중간보고(이하 ‘중간보고’)>의 핵심 사항은, ‘주변사태와 더불어 지구규모의 군사협력을 미 · 일동맹이 강화한다. 이를 위해 MD(미사일 방어) · 반테러 대책 · 정보 공유 · 후방지원 등의 군사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주변사태’는 일본의 주변에 있는 한반도 · 대만 등의 유사시를 지칭한다. 펜타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북한과의 전쟁)과 대만 · 중국간의 양안전쟁에 적극 개입할 태세(posture)를 지구촌 차원(global)에서 재편(review)하기 위해 'global posture review(GPR)'를 추진 중이며, GPR의 일본 쪽 근거지는 오키나와의 헤노코이고 한국쪽 근거지는 평택이다. 이러한 점에서 헤노코(오키나와)와 평택은 동병상련의 지역으로서, ‘헤노코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본판 GPR 반대투쟁과 평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판 GPR 반대투쟁의 일체화’가 긴요하다.

지난 2월 4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의 평화구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은 일본판 GPR 반대투쟁(주일미군 재편 반대투쟁)과 한국판 GPR 반대투쟁의 연대를 지구촌 차원에서 모색하려는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요한 목적이 있었다.

한-일간 GPR 반대 투쟁의 밑그림을 그리려면, 한 · 일간에 형성되고 있는 동맹의 재편(주일미군의 재편+주한미군의 재편)이 ‘global strike'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며 global strike의 임상 실험지가 헤노코와 평택임을 알아야한다. 그러면 헤노코(오키나와)와 평택을 주요한 무대로 삼아 전개될 global strike부터 설명한다.

 

global strike

 
 
global strike에 대한 우리말 번역이 없기 때문에 그냥 영어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말로 굳이 옮긴다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정밀공격’이다. 이 장거리 정밀공격의 대상지 중 가장 유력한 곳이 북한 · 이란이다. 북한을 장거리 정밀공격하기 위해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를 우선 global stryker 부대로 만드는 게 중간보고의 요체이며, 이를 위해 헤노코에 새로운 최첨단 기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기동타격대이지만, 냉전시대의 미국 전략과 지금(세계화 시대)의 전략을 수행하는 양태가 다르다.

냉전시대의 미국전략을 받쳐준 기둥은 대륙간 탄도탄(ICBM) · 폭격기 · 잠수함발사 탄도탄(SLBM)이다. 이러한 냉전시대 전략의 세 기둥 위에 신속대응 능력(신속대응 기동타격대의 능력) · 최첨단 방어력(MD 등)을 얹어 C4ISR(지휘 · 통제 · 통신 · 컴퓨터 · 첩보 · 감시 · 정찰)로 엮어내려는 것이 펜타곤의 새로운 전략이다. 이 새로운 전략은 테러와 같은 예측불허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유연성(전략적 유연성)을 기본으로 삼는다<전략적 유연성의 ‘유연’과 신자유주의의 유연생산 · 유연노동(노동의 유연성) 체제의 ‘유연’이 연결되는 개념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유연생산 체제의 군사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데 따른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데, 전략적 유연성은 stryker 부대의 필수 선택이다. 냉전시대의 붙박이 주한미군을 탈피하여 지구촌 차원의 분쟁에 신속개입할 stryker 부대가 되려면,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처럼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한다.

주한미군을 stryker 부대로 재편(GPR)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GPR과 전략적 유연성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2004년 3월 25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군의 세계적 재편(GPR)의 4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① 미군의 적극적인 해외배치가 필요하다 ② 미군을 환영하지 않는 곳에 미군을 배치하지 않는다 ③ 전개부대(해외 배치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다 ④ 미군 재편과 관련하여 관계국과 합의한다<이 밖에 펜타곤이 4년마다 내놓는(2006년 2월 3일 발표) 국방정책(QDR)도 ‘불확실한 사태에 유연한 대응을 한다’고 되어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전혀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이미 1972년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정부에 반환할 때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조건으로 삼았다. 이런 근거에 바탕을 두고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월남전 · 걸프전 · 이라크 전에 참전하면서 오키나와를 출격기지로 삼았다. 이러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전략적 유연성 모델을 주한미군에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이 적용되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일체화시키면서 stryker 부대로 재편하는 게 펜타곤의 구상인 듯하다. 주한미군 · 주일미군이 거느리는 한국군 · 자위대까지 stryker 부대로 만들면 ‘미일 동맹군+한미 동맹군의 global strike'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전략적 유연성을 에워싸고 한국(평택을 중심으로 GPR이 이루어진 다음의 주한미군)과 일본(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이 국경을 넘어 일체화되는 게 세계화 시대의 전략적 유연성 즉 전략적 유연성의 세계화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NPR(Nuclear Posture Review; 핵태세 수정보고)의 핵심 개념이다. NPR은, 북한 · 이란 등을 유연하게 핵무기 선제공격하는 ‘적응성 계획(adaptive planning)'을 내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펜타곤의 새로운 전략을 수행할 미국의 전략군이, 핵무기뿐 아니라 우주군의 통합(MD 시스템을 통해) · global strike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지구촌의 불량국가(북한 등)들을 '인종청소(ethnic cleansing)'하겠다는 것이 제국 미국의 기본 전략이다. 이 전략이 2003년 4월의 ‘전략군 · 작전계획(OPLAN 8044)'을 거쳐 2003년 11월의 개념계획(CONPLAN; 전략군 · 개념계획 8022)으로 진화하면서 북한 등을 global strike하려 한다.

global strike는 미 전략군의 새로운 임무이다. 미 전략군은 2005년 12월 1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global strike를 담당할 ‘우주 · global strike(SGS)의 통합기능 사령부(JFCC)’가 2005년 11월 18일에 초기작전 능력(IOC)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구 차원의 미 전략군이 구사할 global strike는 역학적 파괴 뿐 아니라 전자적 · 정보적 파괴도 포함한다. 이를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윌리엄 아킨(William M. Arkin)이「최후의 수단만이 아니다」(워싱턴, 2005.5.15)에서 기술하는 CONPLAN 8022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두개의 시나리오 ; 북한과 이란

 

첫 번째는 북한의 핵무기 공격이 임박할 때의 시나리오이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을 향하여 '족집게(pinpoint) 선제공격'을 하며, 북한이 반격하지 못하도록 전자전쟁 · 사이버(cyber) 공격을 한다. 더욱이 기습요원들을 북한 내부에 깊숙이 침투시켜 북한의 핵장비를 탈취한다. 이는 매우 복잡한 전쟁계획이며, 아프간 전쟁 · 이라크 전쟁과 색다른 시나리오이다.

두 번째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돌진하는 공사를 선언했을 때의 대응이다. 이란의 핵 인프라 전체를 무너뜨리는 광범위한 전쟁을 벌인다. 역학적인 폭격공격 · 비(非)역학적인 사이버 공격이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짐과 더불어 지하시설을 파괴 · 격리시키는 특수부대가 파견된다.

두 시나리오 모두 ‘global strike’가 적용되는데 전력의 차단, 레이다 · 통신 교란, 컴퓨터 네트워크 침입 등의 수단을 구사함으로써 폭격에 의한 물리적 파괴의 효과를 증대시킨다. 그리고 global strike를 위해 고전적인 전술 · 전략 핵무기를 사용하기 어려우니까, <벙커 버스터처럼 땅 속을 뚫고 들어가 북한의 지하 전략 사령부(유사시 김정일 위원장이 전략 사령부로 사용할 지하 벙커)를 번개처럼 공격할> 최첨단 소형 핵무기를 미국이 개발하려고 한다.

 

북한에 대한 핵공격 연습 ‘글로벌 번개 훈련’

 

위와 같이 global strike의 미명 아래 북한 등에 대한 핵공격을 번개같이 해치우는 작전을 구사할 태세이다. 벙커 버스터 등의 최첨단 소형 핵무기에 의한 북한 핵공격을 담당할 미 전략군은, ‘글로벌 번개(global lightning)’라는 코드명의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초기작전 능력을 달성했다고 2005년 12월 1일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 때 공개한 보고서는 ‘글로벌 번개 훈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글로벌 번개 훈련은, 미 전략군이 주도하는 지휘/ 통제/ 야전 훈련으로서 매년 11월 초순에 갖는다. 전략군 및 그 구성부대가 (미국에 대한 군사공격을) 억지하는 능력을 시험평가하기 위한 훈련이다.”

윌리엄 아킨이 입수한 문서에 의하면, 2005년 11월 1~10일의 글로벌 번개 훈련이 ‘북한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이루어졌다(http://www.nukestrat.com/us/stratcom/globalstrike.htmhttp://blogs.washingtonpost.com/earlywarning/2005/10/nuclear_war_in_.html을 참고할 것). 이 훈련은 핵무기 사용에로 이행하는 단계 및 핵무기 사용 이후의 환경에서의 전략군의 재구성, 방향전환, 목표설정 등의 군사작전의 예행연습을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global strike는, 이처럼 핵 · 비핵(非核)을 용이하게 바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핵전쟁과 통상전쟁의 담을 허무는 것이 global strike의 위험한 요소이다.

글로벌 번개 훈련과 같은 global strike 연습은, 북한 등을 상대로 하는 지역적 차원의 훈련에서 전략적 핵전쟁 훈련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아주 넓다. 지역적 차원의 global strike 연습은 을지 포커스 렌즈 훈련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을지 포커스 렌즈 훈련이, 한미 동맹군(한미 연합군)과 미일 동맹군이 연동되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미일 동맹군을 대표하는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최단시간 이내에 한반도에 상륙하여 한미 동맹군과 합세하여 북한을 공략하는 훈련을 한다. global strike의 차원에서 북한 붕괴 훈련을 하는 을지 포커스 렌즈 훈련의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이 훈련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고, 미일 동맹군의 global strike 연습을 언급한다.

 

미일 동맹군의 global strike 연습

 

미일 동맹군은 최막강의 global stryker 군단으로 되기 위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2005년 10월 29일에 발표된 ‘중간보고’에 잘 드러나 있다. 중간보고의 핵심은 미일 동맹군이 미국의 안보 패러다임의 변혁(Transformation) 구상에 따라 주일미군 기지를 재편(일본판 GPR)하는 데 있다. 일본판 GPR에 의해 미일동맹의 성격이 침략동맹으로 바뀜과 동시에 한미동맹도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침략동맹의 성격을 가미하게 된다. 이러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성격변환을 예고하는 중간보고의 창끝이 북한을 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994년 북한의 핵문제를 빙자하여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벌이려할 때, 한미동맹군이 주력군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일체화되어 형성된 미일 동맹군이 global strike 차원에서 북한 공격을 주도할 능력이 배가될 것이 틀림없으므로, 미일 동맹군이 한미 동맹군 못지않은 주력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 위의 글은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223호에 [오키나와에 평화를 (7)]의 이름으로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