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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안보론-안보 패러다임 전환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점-선-면’ 전략

김승국

2007년의 제2차 정상회담에 참여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한정됐던 남북경협이 앞으로는 해주, 동해 안변, 서해 남포,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된다”며 “남북경협이 종래 거점 위주에서 이제는 선으로 연결되는, 거점간 연계가 가능한 상황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신문} 2007.10.6).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위와 같은 언급(종래의 거점 위주에서 선으로 연결되는 거점간 연계) 속에 ‘점-선-면’ 전략을 구사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내재해 있으며, ‘10․4 선언(2007년 10월 4일에 발표된 남북한 정상의 선언)의 제3항․제5항을 통해 점-선-면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경제․군사안보의 관계망’을 짜려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오강조는 {시사IN}(2007.10.16)에서 “‘2007 남북 정상선언’가운데 경협사안만 따로 간추려보자. 서울이 평양에 제안한 것 중 새로운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선언문 제5항에 있는 제2 개성공단 혹은 특구 설립이다. 이른바 ‘경제공동체 구상’의 핵심으로, 전형적인 점-선-면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개성에서 시작하여 해주라는 다음 점을 찍고, 이를 선으로 연결해 면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경협에 대한 남한 측의 기본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가지는 불만, 그리고 개성과 해주를 선으로 잇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협의되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10․4 선언의 경제공동체 구상의 핵심이 점-선-면 전략이라는 점을 오강조가 강조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를 부정하는 조갑제는 “수도권 방어의 최일선인 NLL을 허물 가능성이 큰 공동어로 구역은 평화의 수역이 아니라 분쟁의 수역이 될 것이다. 이 구역에 출입하는 남북한 선박끼리의 충돌, 상호검색에 따른 충돌 등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계선을 面(면)으로 만들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난다”고 비판했다.<조갑제 「대한민국을 계속 뜯어먹으라는 백지 위임」 {한국논단}(2007년 11월호) 16쪽>

 1. 이상준의 ‘평화벨트’

점-선-면 전략이 평화를 보장하기는커녕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조갑제의 우려는 이상준(국토 연구원 소속)의 평화벨트 구상에 묻힌다. 이상준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남북경협 사업들은 주로 남북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은 중단기적으로 남북 접경지역이 교류협력의 주요 거점임을 의미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국내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작성하고 정부에 의해 국가계획으로 확정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에서는 남북 접경지역에 ‘평화벨트’를 조성하여 남북 교류협력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 접경지역 동부지역에서는 ‘평화의 산(금강산-설악산)’을 중심으로 한 협력을 추진하고, 접경지역 중부지역에서는 ‘평화의 들(철원)과 강(임진강, 북한강)’을 중심으로 한 협력을 추진하며, 접경지역 서부지역에서는 ‘평화의 섬(서해 5도)’을 중심으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감으로써 군사적 긴장이 교차하고 있는 남북 접경지역을 평화와 화해 그리고 협력의 중심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바로 ‘평화벨트’구축의 기본 개념이다.”<이상준 「남북접경 지역의 평화벨트 구축과 설악산」 {통문협 동향과 논단} 제1호 (2004년 여름) 19-20쪽>

이상준은 위의 논문에서 평화의 산(동해)-평화의 들․강(중부)-평화의 섬(서해)을 잇는 평화벨트를 <그림 1; 생략>로 집약한다. <그림 1>은 한마디로 육상의 DMZ와 서해의 NLL 주변을 점-선-면 전략에 따라 평화지대화(평화벨트 조성)하자는 구도이다.
* 김승국『잘사는 평화를 위한 평화 경제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70쪽에 <그림 1>이 실려 있으니 참조하세요.

이상준의 평화벨트 구상은 필자의 점-선-면 전략에 의한 DMZ의 평화 지대화 방안과 비슷한 바, 두 사람이 제시하는 방안을 상호비교하면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에 점-선-면 전략을 적용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러면 이상준의 평화벨트 구상과의 상호비교를 위해, 필자의 ‘점-선-면 전략에 의한 DMZ의 평화지대화’ 방안을 소개한다.

2. 김승국의 ‘점-선-면’ 전략

필자는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87호(2005.6.18)에서 아래와 같은 ‘점-선-면’ 전략을 내놓았다(필자의 ‘점-선-면’ 전략은 형식상 이상준의 평화벨트 구상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한반도의 평화 전략으로 ‘점(点)-선(線)-면(面) 이행 전략’을 제시한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방법론으로 채택한 점-선-면 이행 전략을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제1차적인 점(거점)을 비무장 지대(DMZ)의 세 곳(금강산, 철원, 개성)으로 상정하고, 이 세 개의 점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면을 확장해 나아간다는 구상이 ‘한반
도의 점-선-면 이행 전략’이다.

중국은, 심천 등의 해안선 특구에 개혁개방의 점(거점)을 먼저 조성하고(제1단계), 선(특구들 사이의 선)을 이어(제2단계) 개혁개방의 면(공간)을 만든 다음, 내륙으로 개혁개방의 면(공간)을 확대(제3단계)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 역시 비무장 지대에서 시작되는 점-선-면의 3단계 이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식 개혁개방의 거점이 해안이었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거점은 내륙(비무장 지대)인 점이 다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점-선-면 이행은, 금강산에서 성공한 경제-안보 연계 모델을 바탕으로, 3단계에 걸쳐 ‘DMZ의 소(小) 평화 지대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는 이 과정 전체를 압축하여 ‘經(경제)-安(안보) 3단계 평화 지대화 구상’이라고 부른다. ‘經-安 3단계 평화 지대화’는, 바람직한 평화모델 중의 하나이다.

‘경-안 3단계 평화 지대화’의 첫 번째 단계는, 남북교류 단계에 해당된다. 이 단계는 ‘경제-안보 연계’ 발상에 따라 금강산․개성 관광/ 개성 공단 조성에서 시작하여 DMZ의 평화지대화로 수렴된다.

① 점
여기에서의 ‘점’은 경제-안보 연계의 구상이 관철될 수 있는 거점으로 다음의 세 곳이다;
• 동해안(동부전선)의 점=금강산
• 서해안(서부전선)의 점=개성
• 중부지방(중부전선)의 점=철원

② 선
여기에서의 선은, 비무장 지대를 중심으로 금강산-철원-개성을 잇는 선이다.

③ 면
위의 점과 선을 동서남북으로 확장하면, 세 개의 점을 중심으로 ‘소(mini) 평화지대’를 세 곳에 형성할 수 있다. 이어 세 곳의 소 평화지대 사이를 선으로 연결하고 면(평화통일의 공간)을 확장하는 가운데, 비무장 지대 전체를 평화지대로 만들 수 있다.

금강산․철원․개성의 소 평화지대 안에, ‘인간 띠-생태 띠-자본 띠의 3위1체’를 형성하면서 평화를 창출(Peacemaking)할 수 있다. 인간 띠는 주로 소 평화지대를 찾을 남측의 관광객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며, ‘소 평화지대’ 안에서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 남북 민간․사회단체의 교류를 통해 남북한의 인간 띠가 형성될 것이다. 소 평화지대를 지나는 남북연계 교통망(철도․도로), 이 교통망 주변에 부설될 통신․전력수송망, 에너지 수급망이 자본 띠를 이룰 것이다. 위의 교통망․통신망․전력수송망․에너지 수급망 자체가 자본의 덩어리이다.

위의 인간 띠와 자본 띠는 생태 띠를 기본전제로 한다. 이처럼 소 평화지대를 중심으로 인간 띠-자본 띠-생태 띠의 종합이 이루어지면, ‘평화 지향적인 안보 띠’를 형성하는 조건(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등)이 창출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경-안 DMZ 평화지대(경제와 안보의 연계카드를 통해 비무장 지대 안에 소 평화지대를 만듦)’를 이룩할 수 있다.

  1) 첫 번째 단계; DMZ에 소 평화지대 조성

그러면 소 평화지대를 중심으로 비무장 지대의 분단장벽을 뚫는 방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금강산의 소 평화지대
‘경-안 평화 3각형(peace triangle)’을 온정리-고성-육로 관광의 남측 입구를 중심으로 그려본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 철원의 소 평화지대
이 지대의 ‘경-안 평화 3각형’은, 평강-구철원-신철원(평화도시 예정지; 노동당사 부근)을 중심으로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 개성의 소 평화지대
이 ‘경-안 평화 3각형’은, 개성-파주-인천권(김포․강화)을 중심으로 그릴 수 있다. 이 3각형을 통해 분단장벽에 평화의 훈풍을 집어넣을 수 있다.

위의 세 곳의 소 평화지대를 만드는데 남북간 신뢰구축 조치 즉 비무장 지대 내의 선전 비방 시설물 제거,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의 핫라인․상호 신호체계 수립이 도움을 줄 것이다

이어 세 곳에 있는 소 평화지대의 평화력(peace power)이 동서남북으로 전파되는 현상에 대하여 설명한다.

우선 세 곳의 소 평화지대의 동서 띠를 만든다. 금강산의 ‘경․안 평화 3각형’-철원의 ‘경․안 평화 3각형’-개성의 ‘경․안 평화 3각형’을 잇는 동서 띠를 만들어 비무장 지대 전체가 평화권(平和圈)으로 탈바꿈하도록 한다. DMZ의 평화권이 서해안의 북방한계선(NLL)으로 이어가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비무장 지대 안팎의 육지․해상에 걸쳐 평화의 기류가 형성된다.

  2) 두 번째 단계; ‘점-선-면’ 전략을 남북의 수도권까지 확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안 3단계 평화 지대화 구상’의 두 번째 단계는 DMZ의 평화지대화에서 출발하며, 종점은 ‘점-선-면 전략이 남북의 수도권까지 확대되는 지점’이다.

이 종점을 향해 DMZ 평화권(DMZ 평화지대화)의 확대전략을 추진한다. 비무장 지대 부근의 점-선-면 전략의 남하(서울 쪽으로)와 북상(평양 쪽으로)을 동시에 시도한다. DMZ 평화지대화의 핵심인 소 평화지대들을 확대하여 남북의 수도권 사이에 ‘중(中) 평화지대’를 만든다. 다시 말하면 DMZ 평화권의 남하를 통한 서울~DMZ 지역의 경무장화(輕武裝化), DMZ
평화권의 북상을 통한 DMZ~평양 지역의 경무장화에 도전한다. 여기에서 ‘경무장화’란 대량파괴무기를 없앤다는 뜻이며,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에 의한 전수방어’라는 안보 패러다임 전환에 어울리는 조치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남북한의 수도권 지역(서울~평양)을 대량파괴무기 금지지대(WMDFZ; Weapons of Mass Destruction Free Zone)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행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의한 대북(對北) 원격전쟁 계획의 포기. ② 평택에로의 주한미군 기지 총집결 포기. ③ 한-미 연합전력의 ‘대북(對北) 종심공격 전략’의 포기. ④ 남북한 의 군축조치에 걸맞는 대량파괴무기(북한의 장사포 포함) 제거. 북방한계선(NLL) 등 해상에서의 군축 실시. ⑤ 서울~평양의 남북한 수도권 지역 안에서 외국군의 철수.

  3) 세 번째 단계; ‘점-선-면’ 전략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

위의 두 번째 단계가 성공하면, ‘점-선-면' 전략을 서울 이남과 평양 이북으로 동시에 확대하여 한반도 전체의 경무장화를 통한 ‘대(大) 평화지대화’를 시도한다.

필자의 위와 같은 점-선-면 전략에는 서해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점-선-면 전략이 누락되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서해의 평화 지대화를 위한 점-선-면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3. 서해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점-선-면’ 전략

필자는 앞에서, 3단계에 걸쳐 ‘DMZ의 소(小) 평화 지대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는 ‘經(경제)-安(안보) 3단계 평화 지대화 구상’을 소개했다. 이 구상을 10․4 선언의 제5항(경제 중심의 항목)․제3항(안보 중심의 항목)에 준용하면서, 점-선-면 전략에 따라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의 발상을 심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심화하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① 점
여기에서의 ‘점’은 경제-안보 연계의 구상이 관철될 수 있는 거점으로 다음의 세 곳이다:
• 백령도 • 연평도 • 우도

② 선
여기에서의 선은, NLL을 중심으로 백령도-연평도-우도를 잇는 선이다.

③ 면
위의 점과 선을 동서남북으로 확장하면, 세 개의 점을 중심으로 ‘소(小) 평화지대’를 3곳에 형성할 수 있다. 즉 백령도의 점과 연평도의 점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한 ‘공동어로 구역(소 평화지대; 소 평화수역)’이라는 면, 연평도의 점과 우도의 점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한 ‘해상평화 공원(소 평화지대; 소 평화수역)’이라는 면, 해주의 점과 인천의 점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한 ‘직항로(소 평화지대; 소 평화수역)’라는 면을 만든다. 이 세개의 소 평화수역을 동서남북으로 총화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중(中) 평화지대’의 역할을 한다. 이 중(中) 평화지대(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는 해주~개성~인천의 3각형 평화지대와 어울려 ‘대(大) 평화지대’가 된다. 이 ‘대 평화지대’는 NLL을 평화지대로 탈바꿈함으로써, DMZ의 평화지대화 구상을 서해에까지 연장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러한 점-선-면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경무장화(輕武裝化)하는 일이 중요하다. 10․4 선언 제3항의 군사적 보장․신뢰 조치에 따라 해주에 주둔중인 북한 해군의 후방이동, 백령도에 주둔중인 한국군 해병대의 철수가 동시에 이루어져, 두 곳(해주와 백령도)이 전수방위의 태세로 전환하면 경무장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에서 ‘경무장화’란 대량파괴무기를 없앤다는 뜻이며,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에 의한 전수방어’라는 안보 패러다임 전환에 어울리는 조치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말하면 10․4 선언 제5항의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는, 남북한 군대의 일체의 무력행위가 배제되는 포괄적 평화구역으로서 군함 등의 진입이 안 되고 공동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행위와 보전활동만 가능한 구역이 된다. 평화수역 안에 남북한 군함․전투함정의 출입을 금지하고, 순수 행정지도선과 비무장 경찰 선박이 평화수역을 지키면서 NLL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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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310호에 실린 필자의 글「남북 경제공동체와 평화경제」(2008.2.18)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