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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경제론

TSR ・TCR을 통한 대륙 교통로 형성

김승국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생명선인 ‘철의 실크로드’ 즉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Siberian Railway) ・중국 횡단철도(TCR: Trans-Chinese Railway)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1. TSR

러시아의 TSR 운영체제가 개선된다면 TSR은 유럽의 PETN(Pan European Transport Network)과 유기적인 연계운송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한, 북한, 중국, 몽골 등 동북아시아 국가 간에 ‘범동북아 철도 운송망’이 구축되어 TSR 체제와 연계된다면 유라시아 복합운송 체제는 유럽의 주요 내륙도시에 대해서도 해상운송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TSR이 21 세기를 주도하는 Landbridge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안병민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효과」 {교통} 28호(2000년 4~5월호) 19쪽>

2. 남북한 철도 연결

TSR ・TCR의 시발점인 한반도 안의 끊어진 철길을 연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주1) 분단으로 끊긴 경의선 ・경원선 ・금강산선 ・동해남부선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TKR)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혈맥 뚫기임(주2)과 동시에 ‘유라시아에 평화의 가교(Eurasian Peace Bridge)를 놓는 평화 만들기(peace making)’의 대들보이다. TKR을 TSR ・TCR과 연결시키려면 한반도 주변 국가들로부터 긴밀한 협조 ・강력한 지원을 얻어내야 하는데, 위의 협조 ・지원을 성공적으로 얻는 과정 자체가 한반도 평화보장의 지름길이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TKR(특히 경의선)’에 관한 임현백의 글 「남북철도연결 사업」을 소개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남북경제협력 제1호 조치인 끊어진 경의선 철도의 연결은 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를 이점으로 활용하여 남북한이 21세기에 아시아의 중추(hub)가 되려는 야심 찬 한민족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한반도는 중국, 일본, 러시아, 북미, 동남아를 사통팔달 연결시킬 수 있는 ‘동아시아의 십자로’이자 전략적 관문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한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북한이 동아시아의 ‘중추 부챗살망(hub and spokes)’에 포함이 되게 되고 그 결과 한반도를 중추로 하여 세계로 뻗어 나가는 부챗살 망을 구축하는 데 대한 모든 장애가 해소되는 것이다.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경의선 철도가 복원되면 한반도가 아시아의 중추로 부상하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경의선 철도의 연결로 한반도 경제권 형성의 계기가 마련될 뿐 아니라 한반도는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중추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경의선 철도의 연결이야말로 남과 북이 물류, 경제, 정치적으로 엄청난 공동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실사구시적인 남북협력 프로젝트이다. 경의선의 연결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6 ・15 남북공동선언 합의 사항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주변국들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가 가져다 줄 이익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평화의 프로젝트이다.<임현백 「남북 철도연결 사업」 {통일시론}(2000년 가을호) 177~178쪽>

경의선과 경원선의 연결은 만주~중국~몽고~러시아~베를린~런던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다.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새천년의 실크로드’가 열리면 한반도는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중추가 될 것이고 한국(남한)은 아시아 대륙 동쪽 끝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경의선의 연결은 남북한의 경제를 연결, 통합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주체 경제의 섬’으로 남아 있었고, 한국도 대륙과 격리되어 ‘섬 아닌 섬’의 신세를 면치 못했으며 남북한의 경제는 다른 논리에 의해서 움직여 왔다. 그러나 경의선이 연결되면 남북한 경제가 이어져 ‘한반도 경제권’이 실현되고, 해외 한민족과 경제 네트워크까지 구축할 경우 ‘한민족 경제권’이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이 한반도 경제공동체에 통합됨으로써 한국-북한-일본-중국으로 이루어지는 환황해 경제권, 한국-북한-극동 러시아-일본으로 구성된 환동해 경제권이라는 두 개의 지역 경제권이 완성되고 한국과 한반도는 두 경제권의 중추로 부상하여 양 경제권의 성장기회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임현백 「남북 철도연결 사업」 {통일시론}(2000년 가을호) 183쪽>

남북한 철도의 연결은 물류적 경제적 차원에서만 논의되어서는 안된다. 경의선과 경원선 철도가 연결되면 이는 남북한 모두에게 이제 한반도에서도 냉전이 해체되기 시작했으며 냉전의 해체를 계기로 한반도가 21세기에 아시아의 중추국가, 중추민족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줄 것이다. 경의선, 경원선의 연결은 그동안 단절되었던 민족의 혈맥을 이어주는 대역사라는 상징성을 넘어서 남북 간에 ‘우리는 한 민족이고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과 북의 정치인과 국민들이 냉전과 분단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한반도 정치’, ‘한반도 경제’ ‘한반도 문화’라는 개념을 가지고 한민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남북한 철도의 연결은 물류를 위한 철도의 연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철도의 연결로 일본, 한반도, 중국, 러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가 완성되면 남북한뿐 아니라 주변 모든 나라들이 함께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주변국들의 사람과 물자가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고 북한 지역을 통과해 중국과 러시아로 그리고 유럽까지 가게 될 때 사실상 휴전선의 장벽이 부분적으로 무너지는 효과를 가져오고 한반도의 전쟁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를 통과하여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를 이용하는 모든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유지에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될 것이고 관련 당사국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한반도 전쟁억제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복원된 경의선과 경원선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실어 나르는 평화의 열차가 될 것이다. 냉전시대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패권확장의 전초지로서 동아시아의 불화와 반목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한반도가 이제 경의선의 연결로 21세기에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들고 전파하는 평화의 발원지, 평화의 중추가 될 것이다.<임현백 「남북 철도연결 사업」 {통일시론}(2000년 가을호) 185~186쪽>
(2004.11.3)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38~242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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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남북한 철도의 미연결은 21세기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의 교통 ・물류 중심지로서 도약하는 데 있어서의 장애요인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Landbridge 활성화에 가장 커다란 취약점이기도 하다.

(주2) 이 혈맥을 뚫기 위해, 남북 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에 명기된 남북한 간 철도망 복원을 놓고 남북한이 숙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