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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경제론

평화경제의 모범 사례-덴마크

김승국

* 아래의 자료는 Johan Galtung ・藤田明史 編著 {ガルトゥング平和學}(京都, 法律文化社, 2003) 196쪽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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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평화학에는, 그가 자라난 북유럽의 역사적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옛날에 북유럽은, 호전적인 바이킹이 거듭 침략하여 폭력 ・전란(戰亂)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갈퉁의 고향인 노르웨이를 둘러싸고 스웨덴 ・덴마크가 다퉜다. 여기에 북방의 영토확대를 노린 프러시아가 시비를 걸어왔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의 북유럽 땅은, 전쟁이 일어나리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평화지역’으로 변모했다.

제2차 대전을 계기로 ‘평화지역’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어 이제 유럽연합(EU)을 형성하는 열매를 맺었다. 이러한 경험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경제적 기반은 무엇일까? 덴마크를 소재로 생각해 보자.

첫째, 북유럽의 패권을 에워싼 프러시아와의 전쟁(1864년)에서의 패배, 유틀란드 반도 남부의 할양을 계기로 덴마크 국민은 패권전쟁의 잘못을 깨닫고 ‘밖(해외)으로 확장하지 않고 안(국내)을 잘 가꾼다’는 ‘내발적(內發的) 발전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제대한 공병 하사관인 엔리코 달가스는 다수의 빈농을 조직하여 1866년에 히스 협회를 설립하여 유틀란드 반도 북부의 황무지에 나무를 심었다. 히스 밖에 자랄 수 없는 1백만 에이커의 황무지는 풍요로운 삼림 ・농경지로 변했다. 그 결과 비가 많이 내리게 되어 기후가 온화해지고 토양이 비옥해졌다. 풍부한 유기질의 토양은, 식물을 건강하게 만들었고 이윽고 동물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둘째, 협동조합 운동에 의한 경제번영이다. 원래 이 지역은 소농민(小農民)이 많은 토지였으나, 1870년이 되자 이 지역의 경작농민들이 러시아 ・미국의 대규모 경영과의 국제경쟁에 패배하여 곤경에 빠졌다. 곤란에 직면한 소농민들은 1882~1899년에 7백 개의 낙농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고립된 경작농민에서 협동조합형 낙농 농민으로 탈바꿈했다. 그 덕분에 그들은 국내 낙농 생산액의 70%를 지배했을 뿐 아니라 영국의 유제품(乳製品) 시장을 지배하는 등 발군의 국제경쟁력을 갖췄다.

셋째, 이러한 경제적 기반 위에서 소농민 ・도시서민을 개명적(開明的)이고 진보적인 시민으로 기르기 위한 생애[평생]학습 운동이 꽃을 피웠다. 원론적인 진보파 교육가인 그룬트비의 영향 아래에서 ‘민중학교’가 각지에 개설되어, 학생수가 1866년의 1천 명에서 1914년에 8천 명으로 늘었다. 그들이 농민을 모체로 하는 좌익정당을 약진시키는 지주가 되었다.
끝으로 좌익정당과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민주당이 낙농동맹을 결성한 뒤 1901년에 정권을 탈취함으로써 덴마크를 ‘평화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복지국가로 바꿨다. 이 덕분에 덴마크는 빈부의 격차가 비교적 적은 연대감(連帶感)이 있는 나라가 되었다.

곤란할 때일수록 민족의 진가가 시험받는다. 1941년 덴마크는 독일군에 의해 점령되었다. 그러나 가혹한 점령 아래에서도 반(反)유대주의를 고취하는 친(親)나치 세력은 거의 뿌리내리지 못했고, 덴마크에 있던 8,500명의 유대인들이 숨어 지내다가 그중 9할이 이웃의 중립국가인 스웨덴으로 도망쳤다. 2차 대전 말기에 이웃 나라 노르웨이와 함께 독일군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이 장대(壯大)한 규모로 전개되어 점령지배를 와해시켰다.

2. 경제교류와 평화

경제교류가 평화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반드시 올바르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대다수의 지도자들은 경제적 유대의 확장이, 무력에 심오하게 의존하는 국가 간 ・국가 내의 우애의 끈을 단단하게 할 것이라는 오랜 믿음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현실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러한 자유주의적인 견해를 거부한다. ‘무역이 평화를 촉진한다’는 명제를 비판하는 쪽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국제분쟁에 하찮거나 부풀린 효과를 준다고 주장한다. 신세대들은 더욱 회의적이어서, 경제적 상호의존이 무조건적으로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지 않는다. 무역 명제(trade hypothesis)를 통한 무조건적인 평화증진을 믿지 않는다. 세계화론자들은 주로 해외 직접투자 ・국제관계의 폭발적인 증가가 국가를 평화롭게 하거나 나라 안팎의 불안정에 기여한다고 기술하는데, 이는 아직 미결의 문제이다.”<Katherine Barbieri 「Globalization and Peace: Assessing New Directions in the Study of Trade and Conflict」 {Journal of Peace Research} Vol 36 / No.4(July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