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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98)] 심야의 폭식

커피 장사 수기 (98)

 

심야의 폭식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지금까지 저녁 식사가 큰 걱정거리이었다. 한 달 전까지는 저녁 손님이 적어 밤9시 경에 가게 문을 닫고 1,000원짜리 짜장면 곱빼기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그런데 밤늦게 들이닥치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중국음식점 行을 포기하고 심야(밤 11시 이후)에 밥이 가득 들어간 4,000원짜리 돈가스를 폭식(暴食)하듯 먹어 치웠다. 그 바람에 위장이 늘어난 채로 취침하니 취침중 두세 차례 소변을 보거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손들이 붓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그래서 밤 8시쯤 가게 안에서 저녁밥을 먹은 뒤 느긋하게 밤 10시 30분까지 손님을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으나, 저녁 식사의 메뉴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 몇 달 동안 먹은 싸구려 두부(학교 급식용으로 만든 최저가의 딱딱한 찌개용 두부)는 더 이상 입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두부찌개에 라면을 넣어 입맛을 돋우려고 했으나 그것마저 속이 쓰리고 밥 먹는 것 같지 않아 컨디션이 나빴다.

 

 

 

비싼 돈들여 외식하면 컨디션은 좋아지겠지만, 외식피를 감당 할 수 없으므로 싸구려 찌개로 되돌아 갈 수밖에...속풀이 하면서 좀 저녁식사 같은 기분이 드는 찌개의 재료가 없을까 궁리하며 고양 하나로 마트를 갔다. 다행히 그곳에서 찾은 ‘가격 대비 효율 높은 냉동 포장 우렁 해장국․남원 추어탕’ 찌개를 먹으며 좀 더 인간적인 저녁 식사를 몇 달 만에 해보았다.(201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