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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 (97)] 가게 안에서 풍찬노숙(?)을 시작하다


커피 장사 수기 (97)


 

가게 안에서 풍찬노숙(?)을 시작하다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오늘 아침에 마누라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 뒤 짐을 싸들고 가출(?)했다.(주1) 오늘 밤부터 가게의 구석에 자리를 펴고 자면서 혹한을 이겨내야 한다.

 

 

가게 창업때 빌린 사채 3,000만원과 이자(매월 30만원), 생활비가 해결되는 날까지 가게의 구석에서 ‘반(半) 노숙-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할 것이다.(주2)

 

 

집을 나오면서 마누라에게 한 유일한 말은 “내가 집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세칸 짜리 현재의 전세를 줄여 단칸방으로 이사하고 방을 줄인 비용으로 3,000만원을 마련하여 빚을 갚아라”는 것일 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3,000만원의 이자 30만원의 마련할 수 없는 형편에서 귀가해보아야 마누라에게 ‘위협성(?) 항의’의 볼멘소리 밖에 들을 게 없다. 당장 이자 30만원을 마련하지 못하여 내가 설 땅이 완전히 사라져 귀가하는 게 겁이 난다. 커피 숍의 문을 닫고 밤늦게 귀가하는 게 공포스러워 차라리 가게에서 노숙하는 게 속이 편하다.

 

 

오늘부터 풍찬노숙 투쟁이 시작되므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영업을 마치자마자 코스트코에 밤늦게 가서 취침도구를 구입했다. 환갑이 다된 나이에 풍찬노숙이라니 인생이 서글프다.(2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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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부싸움을 한바탕 벌렸다고 괴나리봇짐 싸듯 가출하는 못난 짓을 한 게 아니다. 당일 아침에 거의 우발적․무의식적으로 가출행동을 했지만, 사실상 서울 영등포에 있는 집에서 일산의 가게로 출퇴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의식적인 가출(?)이 불가피해졌다. 밤늦게 가게 문을 닫으면 영등포행 막차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서 출퇴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싸움이 일어나자 화가 치밀어 올라 가게 안에서 기거할 간단한 도구들을 들고 나온 것뿐이니 독자 여러분들께서 오해하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

 

(주2) 나의 처가 빌려온 사채를 모두 갚고 상당한 영업수익이 나올 때까지 귀가하지 않고 악착같이 일해보자는 다짐이, 풍찬노숙을 결정한 마음 한 구석에 내재해있다. 30년 동안 민주화운동․평화통일 운동을 해온 나를 묵인하면서 가정을 꾸려온 마누라의 한(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의미 있는 돈을 벌어야한다. 사채 3,000만원을 변제하기 위한 돈 뭉치를 마누라 앞에 당당하게 건네주며 마누라의 한(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그 날까지 입술 깨물고 가게 안에서 풍찬노숙을 결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