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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전쟁에 관한 마르크스의 기본입장

김승국

1. 역사적 고찰

마르크스는 각 시대의 특수성을 중요시하면서 전쟁을 고찰한다. 그는 각 시대의 각종의 전쟁을 구체적인 역사성(歷史性)에 따라 고찰한다. 모든 전쟁에는 각기 특수한 역사적 원인 ・조건 ・형식이 있음을 마르크스는 중요시한다. 그는 역사의 발전에 공헌하는 바에 따라 전쟁을 진보 전쟁과 반동(反動) 전쟁으로 구분한다. 자본주의 시대의 전쟁에도 발전기(發展期)와 몰락기에 따라 성격의 차이가 있다. 발전기의 전쟁은, 사회로부터 봉건적 잔존물을 제거하고 민족국가를 세우는 진보전쟁이었으나 몰락기인 제국주의 시대의 전쟁은 약소민족을 억압하고 식민지 분할을 다투는 반동전쟁으로 규정된다. 마르크스는 전쟁 일반에 대하여 대뜸 “선(善)이다”, “악(惡)이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인류의 진보’라는 관점에서 각종 전쟁의 역사성을 판단한다.(주1)

2. 계급적 파악

마르크스는 전쟁을 계급투쟁과의 인과(因果) 관계로 이해한다. 마르크스는 ‘어떠한 계급이 전쟁을 이끌고 있는가’ ‘전쟁이 국내 계급관계 특히 계급투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전쟁을 계급의 밖으로 추상화하고, 막연하게 방어전쟁과 공격전쟁, 정당한 전쟁과 정당하지 못한 전쟁, 문명적인 전쟁과 야만적인 전쟁 등으로 구별하는 것은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전쟁이론의 특징이며 프롤레타리아트를 오도(誤導)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전쟁과 계급투쟁의 관계가 가장 선명한, 가장 고조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쟁과 혁명의 연관이다. 따라서 전쟁으로부터 혁명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마르크스의 논리이다.(주2)

3. 전쟁과 혁명을 결합시키는 실천적 관점


전쟁은 사회적 모순의 결과로서 폭발한 것이고, 혁명도 사회적 모순의 해소를 위하여 요구된다. 전쟁에 의한 ‘질서의 혼란’은 혁명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전쟁과 혁명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마르크스는 ‘전쟁은 하나의 국민에게 시련을 준다. 미라를 대기(大氣)에 쬐이면 별안간 쓰러지는 것처럼, 전쟁은 생활력을 갖추지 못한 모든 사회제도에 사망선고를 내린다’고 말함으로써 전쟁의 사회적 의의를 명백히 했다.

마르크스는 혁명적 관점에서 진보전쟁과 반동전쟁을 구별한다. 진보적 계급이 반동적 계급에 대하여 행(行)하는 혁명적인 전쟁을 진보적이라고 해석하고, 반동적 계급끼리 혹은 반동적 계급이 진보적 계급에 대하여 行하는 전쟁을 반동적이라고 해석한다. 유럽에서 부르주아지가 진보적이었던 시대, 즉 중세의 봉건 잔존물을 제거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던 1789년의 혁명기(革命期)에 부르주아지가 수행한 전쟁은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미 반동화(反動化)된 부르주아지가 수행하는 제국주의 전쟁은 ‘반동적(反動的)’임에 다름 아니다. 레닌은, 진보적 전쟁으로 불릴 만한 전쟁은 첫째 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전쟁, 둘째 혁명적 민족의 반제국주의적(反帝國主義的)인 민족전쟁, 셋째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프롤레타리아 국가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반동적 전쟁으로부터 도피하면 안 되지만, 노동대중이 혼란의 와중에 빠진 전쟁의 시대에 오히려 혁명의 기회가 많다.(주3)

4. 경제적 요인의 중시(重視)

마르크스는 전쟁의 원인을 경제로 환원하여 설명한다. 전쟁은 제왕(帝王)의 야심, 인종적 ・국민적 증오심, 종교적 반감과 같은 원인으로 설명되어서는 안 되며, 전쟁의 근본원인이 사회의 물질적 생활과정에 있다고 마르크스는 강조한다. 전쟁을 자본주의와의 연관 속에서 파악한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레닌은, 자본주의가 최고의 발전단계에 도달한 시대의 조건 속에서 전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전한 단계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도 성숙하기 때문에, 이 조건에 걸맞은 전쟁이 일어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발전의 불균등 현상이 일어나므로, 자본주의 나라들 사이의 힘의 관계를 다시금 균등화(均等化)하는 운동’으로서 전쟁이 필연적으로 터진다고 말한다.(주4)

5. ‘경제’ ・‘정치’ ・‘전쟁’의 종합적 파악

그렇다고 마르크스가 경제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민감한 정치주의자이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정치는 경제의 집중적인 표현인바, 경제-정치-전쟁을 ‘하나의 쇠사슬에 있는 다른 고리’로 본다. 전쟁은 정치의 한 형태에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는 ‘전쟁은 다른 (폭력적)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그의 전쟁론에 있어서 지도이념의 하나로 삼는다. 마르크스는, 전쟁은 ‘평화의 정치’가 연장된 것이며 평화는 ‘전쟁의 정치’가 연장된 것이라고 판단한다.(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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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佐野 學 지음 {共産主義戰爭論}(東京: 靑山書院, 1951), 31~32쪽.
(주2) 위의 책, 32~33쪽.
(주3) 같은 책, 34~35쪽 참조.
(주4) 같은 책, 33쪽.
(주5) 같은 책, 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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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마르크스가 본 전쟁과 평화」의 제3장 제1절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40호에 실려 있다.
* 김승국『마르크스의「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36~140쪽에도, 위의 글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