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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私法체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로서의 국가

김승국 정리

자본주의 국가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복잡하고 풍부한 내용들을 모두 사상하고 자본주의 국가를 가장 단순한 형태로 추상화시켜 파악하면, 이 단순형태로서의 자본주의 국가는 한마디로, ‘사법(私法)체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체계’로 규정될 수 있다. 이 사법체계는 사회 구성원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또한 사회구성원을 사법상 모두 평등하고 자유로운 ‘경제적’ 주체로 인정한다. 국가는 이 사법체계를 성문화하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반체계와 정치적 강제력을 보유하며, 특히 사유재산제가 위협받을 때는 어떤 수단 ・방법을 통해서든 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런데 이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로서의 국가라는 이 단순한 규정 속에는 이미 두 개의 대립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이 발견된다. 즉 이 국가는 한편으로 경제활동을 행하는 모든 사회구성원들 간의 신분적 차별 등을 인정치 않으며, 이들을 법적으로 모두 대등하고 자유로운 경제적 개별주체로서 보호함으로써 모든 개인들의 재산, 재산에 대한 그들의 자유처분권과 자유이용권, 그들 간의 인격적 자유와 평등을 정치적으로 보장하는, 사적 개인으로서의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반이익의 구현체’로서 나타난다<김세균 편역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서울: 동녘, 1987), 22쪽>.

그러나 개별 경제주체들이 소유하는 모든 재산이 자기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노동력이라는 사적 소유물은 그것이 노동력이므로 자기를 노동력 이상으로 더 증대시킬 수 없고 또 이 노동력은 오직 노동력이 실현되는 조건, 즉 물적 조건과 결합되어야만 자기를 재생산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강제력 체계로서의 국가는 자기의 재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사람들의 자유와 물적 재산의 자기증식 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특수이익의 보호체’로서 기능한다. 모든 사적 개인들의 일반이익을 보장하는 심급으로서 나타나는 이 사법체계가 실질적으로는 바로 이를 통해 단지 물적 재산의 소유자와 물적 재산의 자기증식 운동을 보장한다는 이 사실은 자본주의국가 개념에 내재해 있는 가장 일반적인 기본모순이
다. 이 모순이 어떠한 형태로 발전되어 가는가를 추적하기 전에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그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의 체계로서 기능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리고 이 사법체계를 보호함에 있어 국가는 어떠한 존재형태를 지니게 되는가가 먼저 밝혀져야 할 것이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23~24쪽>.

화폐의 폭력은 정치적인 폭력과는 다른 경제적인 폭력이다. 이 경제적인 폭력은 상품 ・화폐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상품 ・화폐관계가 형성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하는 정치적 폭력은 국가를 매개로 하여 발현된다. 그러므로 정치적 폭력관계가 상품 ・화폐관계와 어떠한 관련 속에서 존재하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교환 관계란 서로 사유권을 인정하는 대등하고 자유로운 상품 소유자들의 합의에 의해 상품교환이 행해지는 계약관계이다. 이 계약관계는 또한 이미 구속력을 지닌 ‘법적 관계’이므로, 상품 소유자들은 이러한 교환관계를 통해 또한 ‘법적 주체’로서 서로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단순 상품생산 관계가 폭력을 소지한 정치적 강제력의 체계에 의해 반드시 보호되어야만 할 필연성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적 생산자들 간의 사회성이 확보되는 이 상품교환 관계는 각자가 자기의 개별이익을 추구하는 사적 개인들의 관계이기 때문에 계약협정의 위반, 타인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생기고, 또 그러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이 상품교환 관
계에 내재하는 법적 관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강제력 체계가 실제로 생겨날 경우 이 정치적 강제력 체계는 특정 상품소유자에게 위임될 수는 없고 모든 상품소유자로부터 분리된, 사회의 ‘곁’과 ‘밖’에 세워진 특수심급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이 강제력 체계가 위임될 경우, 폭력을 소지하는 이들에 의해 자유롭고 대등한 상품소유자들의 교환관계가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생겨난 이 특수심급은 모든 상품소유자에게 중립적인, 그들 모두의 일반이익을 구현하는 정치적 심급으로서 기능할 것이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25쪽>.

화폐의 범주만 있고 자본의 범주가 나타나지 않는 <소상품(小商品) 생산자 중심의> 단순 상품생산 관계에서 정치적 폭력 체계가 존재해야 할 필연성은 없고, 다만 정치적 폭력 체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 따름이다. 단순 상품생산 관계는 기본적으로 화폐라는 경제적 폭력을 매개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생산과정 자체에 대립적인 모순이 없는 한 정치적 강제력의 체계가 반드시 존재해야 할 필연성은 없다. 그러나 상품생산 관계의 내적 계기에 대한 분석만으로는 해명될 수 없는 다른 역사적 이유로 인해 이 상품생산 관계를 보호하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이 강제력 체계는 상품유통 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하나의 중립적인 심급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적 개인들이 맺는 상품생산 관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폭력을 소지한 정치적 강제력 체계에 의해 필연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단순 상품생산 관계에 머물지 않고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추상화시킨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포함한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로 우리의 분석을 옮겨야 한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26쪽>.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는 그것이 ‘자신의 노동에 입각한’ 상품생산 관계가 아니라 ‘타인의 노동에 입각한’ 상품생산 관계라는 점에서 단순 상품생산 관계와 구분된다. 이때 우리에게 최초로 제기되는 문제는 단순 상품생산 관계가 어떠한 이유로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로 이행하게 되는가 하는 것인데, 이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는 상품유통 과정을 매개로 하여 일어나지만 사실은 노동력이 사용되는 생산과정에서 자본이 이미 잉여가치를 수취하기 때문인데,상품사회에서 자본이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를 수취하기 위해선 화폐소유자가 상품유통 과정에서 그 사용을 통해 상품의 가격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해 내는 특수한 사용가치, 즉 인
간의 노동력을 상품으로서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26~27쪽>.

노동력상품 소유자와 화폐 소유자의 교환관계는 단순 상품생산 관계에 있어서의 상품 소유자들 간의 교환관계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다른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즉 단순 상품교환 관계에서는 유통과정에 투입되는 상품이 노동생산물이고 상품 소유자 쌍방이 서로 각기 판매자와 구매자로서의 위치를 전환시킬 수 있으며 또 교환의 목적이 타인의 노동생산물을 ‘개인적 소비’를 위해 구입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노동력상품 소유자와 화폐 소유자의 교환관계라는 발전된 상품교환 관계에선 한편에서는 교환가치로서의 화폐가, 다른 한편에서는 사용가치로서의 ‘노동력’이 교환관계를 맺게 되며 판매자로서의 노동력상품 소유자와 구매자로서의 화폐 소유자의 위치전환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교환의 목적이 노동력 상품 소유자의 경우에는 자기의 생존을 위해 생계비를 벌기 위한 것이지만 화폐 소유자의 경우에는 이 교환을 통해 구입한 노동력을 생산과정에 투입하여 잉여가치를 취득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화폐 소유자와 노동력상품 소유자의 교환관계를 순수히 그 ‘형태’에 있어 고찰하면 이 교환관계는 단순 상품교환 관계와 구분되지 않는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28쪽>.

이와 같이 화폐 소유자와 노동력 소유자 간의 교환관계는 여전히 자유롭고 대등한 상품 소유자 간의 교환관계라는 형태를 지니고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노동력이 사용되는 생산과정에 대해 지니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생산과정에서 자본은 이 교환관계를 통해 얻은 노동력을 자신의 지시 ・명령에 따라 사용할 권리를 지니며 이 권리는 노동자로부터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다. 즉 자유롭고 대등한 상품 소유자간의 교환관계라는 형식이 역으로 생산과정에서의 자본에 의한 노동의 지배를 정당화시킨다.
둘째로, 자본 ・임노동의 교환관계가 등가교환 관계라는 형태를 지님으로써 노동자는 자기가 받는 임금을 자기 ‘노동력’의 가치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로서 생각하게 되며, 이로 인해 필요노동 시간과 잉여노동 시간의 분리, 지불노동 부분과 부불노동(不拂勞動) 부분의 분리, 자본에 의한 부불노동 내지 잉여노동(잉여가치)의 수취 등이 노동자에게 감지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자본 ・임노동 교환관계가 상품교환 관계라는 형태를 지니는 것은 그 결합이 지닌 모든 본질적 내용들을 은폐하고 신비화시키는데, 이를 우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지닌 ‘단순표피 현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경제적 권력인 자본은 이 표피 현상을 매개함과 동시에 이데올로기적 권력으로도 자기를 재생산시킨다. 이때 노동자가, 상품교환 관계라는 형태로 자기의 표피를 둘러씌우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행위한다면, 다시 말해 임노동자가 자본과의 교환관계를 정말로 자유롭고 대등한 상품소유자들 간의 계약관계로 생각하고 이에 따라 생산과정에서 자기의 노동력을 구매한 자본의 지시 ・명령에 따라 노동함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행위한다면, 자본주의적 생산 역시 폭력을 소지한 정치적 강제력체계에 의해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는 자본의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권력만으로는 결코 자기의 재생산을 보장할 수 없는데, 자본주의 사회가 사회와 국가로 중첩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규명해보자<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28~29쪽>.

이와 같이 하나의 독자적인 생산양식으로서의 자본운동이 일어나는 가장 일반적 기초는 노동자의 생산조건으로부터의 분리와 이 조건의 자본에로의 집중이라는 사실인데, 이는 곧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의 전 과정이 사실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 내지 계급관계에 기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에서도 개인들은 유통과정에서 여전히 상품 소유자 내지 상품의 판매자나 구매자로 출현하지만, 그들은 이젠 이미 계급적으로 명백히 구분된 이질적인 상품 소유자들이다. 즉 그들은 유통과정에서 상품의 판매자나 구매자로 관계를 맺기 이전에 이미 한편은 자본가로, 다른 한편은 임노동자로 구분되어 있으며, 자본가와 노동자로서의 그들의 관계가 판매자와 구매자로서의 그들의 관계의 전제를 이루고 있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30쪽>.

이처럼 자본 ・임노동의 관계는 자본 ・임노동의 전 과정을 만들어내는 기초인 자본주의적 소유관계 내지 계급관계에 기초하여 노동력이 매매되는 유통과정이 노동력이 사용되는 생산과정에 영향을 주고, 다시 이 생산과정이 유통과정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의 체계로서, 유통과정이 등가교환, 모든 상품 소유자의 자유 ・평등 ・소유 ・공동이익의 추구라는 가상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면, 자본 ・임노동교환 관계를 매개로 성립되는 자본주의적 생산과정과 자본주의적 상품생산 관계의 전 과정을 만들어 내는 기초로서의 자본주의적 소유관계 및 계급관계는 그러한 가상을 끊임없이 파괴하면서 ‘계급갈등’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출현시키고 이 계급갈등은 다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전 운동과정을 잠재적 ・현실적으로 위협한다. 그러한 계급갈등에 국가가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그러한 계급갈등에 대응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존재가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단지 여기서 확정되어야 할 점은,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 전화과정은 동시에 자본에 의한 노동력 상품의 구입과정과 이 상품의 사용을 통한 자본에 의한 잉여가치의 수취과정을 포함한다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보호하고 모든 상품교환 관계를 자유롭고 대등한 상품 소유자 간의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관계로 강제하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 정치적 강제력 체계가 보호하는 법적 관계는 상품교환 관계에 상응하는 법적 관계 그 자체이지만, 이 법적 관계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 관계가 지니는 계급모순으로 인해 이젠 정치적 강제력을 동반하는 법적 관계로 전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 전화가 필연적이어야 하는 것은 상품교환 관계에 상응하는 법적 관계가 외적으로는 모든 상품 소유자들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형식을 지니면서 동시에 계급특수적인 내용을 지니게 된 상품생산 관계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다. 상품생산 관계에 상응하는 법적 관계는 그리하여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서 사회 내부의 법적 체계와 이 법적 체계의 집중적 표현으로서의 정치적 강제력 체계로 ‘중첩’하게 된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31~32쪽>. 즉 자본-임노동을 중심으로, 계급 적대에 기초한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자본주의적 상품생산 관계)는, 화폐라는 경제적 폭력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없으며, 국가의 폭력이라는 정치적 폭력의 매개 없이는 재생산될 수 없다.

가치의 상품형태는 가치의 화폐형태를 출현시키고, 이를 통해 상품생산 관계는 ‘상품의 상품과 화폐에로의 중첩’을 가져오며, 이 중첩은 동시에 ‘교환관계의 교환관계와 법적 관계(계약관계)에로의 중첩(Verdopplung der Tauschbeziehungen in Tauschbeziehungen und Rechtsbeziehungen)’을 수반한다. 이러한 중첩에 대응하는 상품생산 관계는 단순 상품생산 관계인데,이 단순 상품생산 관계에서는 법적 관계가 ‘정치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법적 관계’로 출현해야 할 필연성은 아직 성립하지 않으며 단지 그 성립의 가능성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상품의 상품과 화폐로의 중첩’은 동시에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와 ‘화폐의 화폐와 자본에로의 중첩(Verdopplung des Geldes in Geld und Kapital)’을 가져오는데, 이를 통해 자본 ・임노동의 관계를 추상화시켰을 때 가정될 수 있는 단순 상품생산 관계가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로 전화한다. 그런데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는 계급범주를 달리하는 두 종류의 상품 소유자의 결합을 필연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단순 상품생산 관계에 내재하는 정치적 강제력 체계성립의 가능성을 필연성으로 전화시키고, 또 이 필연성은 자본 ・임노동의 결합을 통해서만 자기를 계속적으로 확대 재생산시킬 수 있는 자본운동 자체에 의해 또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따라서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는 경제적 가치의 단순한 전화과정이 아니라 정치적 계기의 매개를 통해서만 그 전화가 필연적인 것으로 되는 ‘정치’ 경제적 운동과정이다. 정치적 계기의 매개가 없는 한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의 필연성 역시 사라지고, 그 전화는 단지 하나의 가능성만으로 남게 되며, 또 그것이 단지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남게 되는 한 자본은 결코 사회의 지배적 생산양식으로서 자신을 상승시키지 못한다. ‘화폐의 화폐와 자본에로의 중첩’은 그리하여 (상품교환 관계에 대응하는) 법적 관계의 법적 관계와 (이 법적 관계의 집중적 표현으로서의) 정치적 강제력 체계에로의 중첩’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32~33쪽>.

자본은 자기의 운동을 통해 끊임없이 상품과 화폐를 유통시킴으로써 ―또한 이 상품유통 과정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이르러 최고도로 발전되는데 ―이를 통해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에서 관철되는 실제의 내용이 감추어지고, 아울러 이 상품유통 과정에서는 ‘단순 상품생산 관계의 허상’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그러한 한 이 상품유통 과정은 사실에 있어서는 국가에 의해 처음부터 매개되고 있지만 ‘겉으로는’ 정치적 강제력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자연적’ 경제과정으로서 나타나고, 또 그러한 한 이 과정에 대한 국가개입의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유통과정은 단순히 ‘단순 상품관계의 허상’만을 재생산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미 발전된 상품생산 관계의 요소가 침투해 있기 때문에 계약위반, 타인의 소유권
에 대한 침해 등의 현상을 불가피하게 수반하는데, 이로 인해 국가가 이 과정에 개입하는 것 역시 필연적이다. 사법체계를 보호하는 강제력 체계로서의 국가의 유통과정에 대한 개입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또는 그것이 사회구성원에게 계급중립적인 것으로 인식되든 아니든 처음부터 그 개입을 통해 화폐의 자본에로의 전화를 보장함으로써 계급특수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자본 ・임노동의 교환관계에 대한 국가개입은 동시에 자본 ・임노동이 생산과정에서 맺는 관계에 대한 국가개입이기도 하다<김세균 {자본주의 위기와 파시즘} 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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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마르크스가 본 전쟁과 평화」의 제2장 제3절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40호에 실려 있다.
* 김승국『마르크스의「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97~107쪽에도, 위의 글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