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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마르크스의 가치 형태론과 폭력 (2)

김승국

1. 가치의 제1형태(단순한 가치형태)와 본질적 폭력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가치의 제1형태를 설명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x量의 상품A=y量의 상품B의 관계에 있어서 두 상품은 직접 상호비교할 수 있다. A는 상대적 가치형태이며, B는 등가형태(等價形態)이다. 아마포(A)는 하나의 유용물(有用物; 사용가치)이지만, 자신을 ‘가치존재’로 만들기 위하여 다른 하나의 상품(저고리=B)을 자신의 동류(同類)로서 관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저고리가 가치물(價値物)로서 아마포에 등치됨으로써 저고리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은 아마포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에 등치되는 것이다. 저고리를 만드는 재봉과 아마포를 만드는 직포는 그 종류가 다른 구체적 노동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재봉을 직포에 등치시키는 것은 재봉을 사실상 두 가지 노동이 현실적으로 동등한 것, 곧 인간노동이라는 양쪽에 공통된 성격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우회로(Umweg)를 통하여 직포도 또한 그것이 가치를 짜내는 한에 있어서는 재봉과 구별되는 어떤 특징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 즉 추상적 인간노동일 뿐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된다.”<Marx [Das Kapital] MEW 23, p.65.>

이것이 유명한 ‘우회로의 논리’이다. 이 우회로를 통하여 아마포(A)의 존재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아마포(A)는,
다른 상품(B)을 ‘가치로서의 자신’과 등치시킴으로써, ‘가치로서의 자기 자신’과 관계를 갖는다. 즉 A는 B와 관계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가치형태를 드러낸다. 한편 아마포(A)는 ‘가치로서의 자기 자신’과 관계됨으로써 ‘사용가치로서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된다. 이처럼 아마포(A)는 가치체(價値體)와 사용가치체(使用價値體)로 분리되어 있다.

今村 仁司의 설명에 의하면, 아마포(A)와 저고리(B)의 관계에 있어서 관계를 형성하는 주도권은 A에게 있으며 B는 수동적이다. 상대적 가치형태인 A가 능동적이며 등가가치인 B는 수동적이다. B의 ‘의지’와 관계없이 A는 능동적으로 B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가치형태를 드러냄과 동시에 가치체와 사용가치체로 자기분할(自己分割)한다. 여기에서 상품의 원초(原始; ur)-분할(teil), 즉 상품의 판단(Urteilen)론을 볼 수 있다. 상품A-상품B 관계의 메커니즘은, 구조적으로 볼 때 주체-객체(대상)의 인식론적인 구조와 같다. 주체는, 객체와의 관계를 통하여 자기분할한다. 자기분할은, 판단으로서의 자기반성이다. 가치의 제1형태, 즉 단순한 가치형태는, S(주체Subject)-O(객체Object)로 분할하는 cogito의 작용구조와 같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적 사회관계는, cogito의 작용(S-O), 즉 근대 시민사회의 논리를 분비(分泌)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치형태론은, 자본제 생산양식의 기본형태가 된다. 그런데 우회로 논리에 하나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상품은 단일한 물건으로는 상품이 될 수 없다. A-B의 관계에 있어서 비로소 A는 상품이 된다. 즉 상품은 관계의 장(場)에 있어서만 가치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가치형태는, 관계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A는 B와 능동적으로 관계함으로써 자신의 상대가치(相對價値), 즉 ‘교환가치’를 표현하지만, 교환가치는 여전히 가치 자체가 아니다. 이처럼 교환가치와 가치의 단절 속에 가치형태의
구조, 즉 자본제 생산양식의 구조가 각인된다<今村 仁司 [暴力のオントロギ-], 61~62쪽>.

가치의 제1형태에 있어서 아마포(A)와 저고리(B)는 직접 상호비교 할 수 있으나, 상호 모순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가치의 제1형태는 상품의 모순을 이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모순 때문에 물물교환의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수량관계의 형성이 방해받는다. 마르크스는 이 모순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상품의 두 가지 사회적 의미작용 사이의 긴장관계로 정의 내린다.<アグリエッタ・オルレアン 지음 井上泰夫・ 齊藤日出治 옮김, 위의 책, 39쪽>.

이와 같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이중성(모순)에서 본질적인 폭력(la violence essentielle)의 계기를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동일한 가치표현의 두 개의 상호의존하는, 상호제약하는 불가분의 요인임과 동시에 동일한 가치표현의 상호배제하는 또는 상호대립하는 극단들, 곧 양극(兩極)에 서 있기도 하다. 이 양극은 언제나 가치표현에 의하여 상호관련 되는 별개의 두 상품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동일한 가치표현의 양극이다. 따라서 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가치표현에 있어서 동시에 이 두 가지 가치형태를 지닐 수 없다. 이 두 형태는 정반대의 것으로 서로 배제한다.”<Marx [Das Kapital] MEW 23, p.63>.

위의 ‘상호배제하는 극단’ ‘상호대립하는 극단’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이중성(모순)을 발견함과 동시에 본질적인 폭력(‘상호배제’・‘상호대립’하는 폭력)의 계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치형태의 변증법은 폭력<상호배제하는 폭력, 상호대립하는 폭력>형태의 변증법이다.

아글리에타와 오를레앙에 따르면, 이렇게 양극화된 상품의 사회화 과정은 처음부터 균열(Spaltung)을, 욕망이 각인한 분열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서 ‘욕망의 폭력’은 기본적인 사회관계의 기원을 이룬다. 주체A의 시점(視点)에 고정시켜 바라볼 경우, A가 소유하는 物은 A에게 아무런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 物은 타자 B의 욕망에 의해서만 사용가치로 지명받을 수 있다.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기 위하여 A는 자기가 소유하는 物을 거절하고, 그 物이 B에 의하여 승인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A와 B의 차별성, 즉 A가 상대적 가치형태(가치표현의 능동적 담당자)이고 B가 등가형태(가치표현의 수동적 담당자)라는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교환관계가 가능하다. 교환관계가 수립되기 위하여 B가 차지하는 위치는, B 자신의 상품이 사용 가치로부터 배제됨을 전제로 할 때 설정된다. 그런데 B의 욕망은 모든 점에서 A의 욕망과 비슷하다. 그것은 타자의 승인을 구(求)한다.

타자의 승인을 얻기 위하여 자기가 소유하는 物이 타자 자신에게 바람직스럽다는 것을, 즉 그것이 사용가치로 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환관계를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 즉 A가 수동적으로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분신(分身)이 파괴되는 폭력’이 발생한다. 이 폭력은 A와 B 사이에서 욕망의 이중성이 하나로 일치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한다<アグリエッタ・オルレアン 지음 井上泰夫・ 齊藤日出治 옮김, 위의 책,41~43쪽>.

2. 가치의 제2형태(전체적인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와 상호적 폭력

역설적이지만 안정된 사회적 형태는, 여러 가지 분신(分身)의 경합관계가 보편화됨으로써 발생한다. 이 분신의 경합관계의 보편화에 의하여 ‘욕망의 논리’의 제2단계인 상호적 폭력이 탄생한다. 확실히 A의 욕망은, B를 특정한 것으로 승인하지 않는다. A는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타자(他者)들 가운데 임의의 하나로서 B를 승인한다. 각각의 사람들은 무제한의 욕망을 탐구하는데 이때 각각의 사람들의 욕망은, 타자가 소유하는 각각의 상품을 등가로 차례차례 포착한다.

이 결과 주체-대상-경쟁상대의 기본적 관계가 감염되는 과정이 일어난다. 각각의 상품은, 등가형태의 무한한 연쇄를 통하여 자신의 사용가치를 표시한다. 이것이 가치의 제2형태이다. 마르크스는 이 형태를 ‘전개된, 전체적인 가치형태’라고 부른다. 이처럼 등가형태의 무한한 연쇄, 즉 상품들의 끊임없는 위상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주체-대상-경쟁상대의 기본도식이 증식됨과 동시에 서로 뒤얽혀 ‘전원(全員)에 의한 전원의 혼동’이 일상화된다. 마르크스가 말하듯이 “각각의 사람들이 타자를 배제하는 여러 가지의 부분적 등가형태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하여 욕망의 기본적인 대립관계에서 보편적
경쟁이 일반화된 폭력으로 이행한다<アグリエッタ・オルレアン 지음 井上泰夫・ 齊藤日出治 옮김, 위의 책, 43~44쪽>.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두 위치를 에워싸고 시민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격렬한 위치 쟁탈전을 전개한다. 누구라도 등가의 위치에 서 있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상호적 폭력상태는 ‘혼돈(chaos)’이다. 이 상태 속에서 만물(萬物) ・만인은 분신(分身)으로 되고 분신만이 현전(現前)한다. 가치의 제2형태는 분신의 형태이며, 폭력 ・투쟁 ・죽음(死)의 형태이다<今村 仁司 [排除の構造], 132~133쪽>.

가치의 제2형태는 위기의 형태이다. A ・B ・C ・D ・E 등 대립(적대)하는 주체 상호 간의 경쟁(분신의 경합관계)으로 말미암아 소유자의 사용가치에 대한 평가의 합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분열이 격화된다. 타자의 사용가치에 있어서만 상품의 교환가치가 나타나고, 이와 동시에 타자의 사용가치는 사용 이외의 영역으로 배제된다. 그러므로 교환자(交換者)가 서로 합의를 얻을 수 없다.

만약 합의를 얻는다면 경쟁의 규정이, 즉 인간의 욕망에 내재하는 모방의 적대관계가 폐기될 것이다. 교환자 전원을 만족시키는 최적상태를 관념적으로는 상정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사회상태를 만들 수 없다. ‘전원에 의한 전원의 혼동’이 극도에 이르면 가치의 제2형태를 다른 형태로 바꾼다. 이때 제2의 가치형태의 버팀목인 상호적 폭력을 다른 형태의 폭력, 즉 창조적 폭력(la violence créatrice)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든다.<“창조적이며 사회보호적인 제의적(祭儀的) 폭력의 악순환이, 상호적이며 전면적으로 파괴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대체한다”(Girard, op.cit., p.203.)>
 
이 제3의 계기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적 현실 ・제도를 낳는다. 이 제도가, 적대하는 교환자끼리의 관계에 질서를 부여한다. 이 제도는 화폐이다.

아글리에타에 따르면 주체 간에 ‘본질적 폭력’이 지배적인 ‘단순한 가치형태’가, 가치관계의 역전에 의해 ‘상호적 폭력’이 지배적인 ‘전개된 가치형태’로 되지만 사용가치로 이용되는 物에 대한 평가기준의 전체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위기적 상황이 초래됨으로써 사회적 만장일치에 의해 상호적 폭력의 연쇄를 끝장내는 ‘창조적 폭력’ ―이 과정의 핵심은 화폐의 제도화이다 ―이 나타나게 된다<아글리에타 지음, 성낙선 옮김 [자본주의 조절이론](서울: 한길사, 1994), 23쪽>.

여기에서 아글리에타는, ‘유대인들 상호 간의 반목과 질시가, 나사렛 예수의 제의적 희생(le sacrifice rituel)을 통해서만 그들 자신의 회개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위의] 문제설정 자체와 관련하여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글리에타가 제의적 희생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화폐를 파악했다는 점이다. 즉 아글리에타가 화폐를 종교적 제의 의식의 대상과 같이 상징적인 것으로 파악한 점은 분명하다. 이 상징적인 것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회적 개체’(인간)는 비로소 개별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아글리에타 지음, 성낙선 옮김 [자본주의 조절이론](서울: 한길사, 1994), 21쪽>.

3. 가치의 제3형태(일반적인 가치형태)와 창조적 폭력

가치의 제3형태는, 혼돈-분신(分身)-상호폭력성을 극복하여 질서를 형성하는 단계 내지 계기이다. 여기에서 비로소 제3항 배제가 발동한다. 제3항 배제효과에 의하여 혼돈의 사회상태에서 빠져나온 제3항(scapegoat)은 ‘아마포’인데, 임의의 어떤 것도 이 ‘아마포’ 안으로 들어간다. 제3항 배제의 표적은 결코 확정적이 아니며, 어느 것도 표적이 될 수 있다. 표적은 자의적이며 불확정적이다. 여기에서 제3항 배제효과의 매우 특이한 성질이 떠오른다<今村 仁司 {排除の構造}, 134쪽>.

가치의 제3형태에서와 같이, 저고리 등의 경쟁 상대들 가운데서 일자[一者; 아마포]를 배제함으로써만 경쟁상대를 사회화할 수 있다. 이러한 배제행위는, 상호적 폭력을 한 점[아마포]으로 집중시키는 폭력의 방향전환이며, 이 방향전환에 의하여 어떤 物[아마포]이 사용가치로서의 소비를 금지당한다. 이처럼 배제에 의해서만 상호적 폭력의 연쇄를 단절할 수 있다. 배제할 때 만장일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데,이 만장일치는 폭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된 物에게로 폭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폭력적 만장일치: la unanimité violente).(주1)

이 배제된 物이, 보편적 등가물의 지위에 오른다. 이 物은 모든 개별적 상품에 있어서 공통의 기준이 되며, 모든 개별 상품은 이 배제된 物과의 관련에 의하여 어떤 모순도 없이 자기의 가치를 표현한다.

배제된 物이 ‘상품 A’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b量의 상품 B=a₁量의 상품 A,
c量의 상품 C=a₂量의 상품 A,‥‥
z量의 상품 Z=an 量의 상품 A

이것이 가치의 제3형태이다. 소비로부터 배제됨으로써 가치형태의 핵심적인 지위로 승진한 物A(아마포)는, 가치표현을 할 수 없다. 만약 가치표현을 하면, 가치의 제3형태를 역전시켜 가치의 제2형태로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치의 제2형태는 위기의 형태이다. 이 가치의 제2형태의 잠재적인 파괴력이, 이제 가치의 제3형태에서 화폐로 집중된다. 여기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폭력의 방향전환에 의하여 생겨난 새로운 실체에 관한 문제이다. 이 폭력의 방향전환은, 창조적인 행위이다<アグリエッタ・オルレアン 지음 井上泰夫・ 齊藤日出治 옮김, 위의 책,46~47쪽>.

아글리에타의 화폐이론에 의하면, 화폐는 시스팀의 형성을 가능케하는 교환관계를 조직한다. 화폐는 숫자(數字)에 법의 힘을 부여한다. 화폐는 단일성 ・통일성을 나타내는 형태이다. 화폐는 교환자들의 관계 속으로 뛰어들어 ‘경쟁에 의한 적대관계’를 조정하는 ‘제3항’이다. 교환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승인 욕망’으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에 화폐가 제3항이 된다. 화폐로 평가된 가치체계를 통하여 숫자가 보편적으로 개재(介在)되고, 이 개재에 의하여 모방의 적대관계는 소유욕망으로 된다. 여기에서 사적 소유(私的 所有)가 발생한다. 사적 소유란, 타인의 활동의 성과를 숫자의 형식으로 전유(專有)하려는 욕망
이다. 각각의 사람들은 타자가 보유하는 것을 자기 것으로 삼기 위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포기한다. 즉 싸게 구입하여 비싸게 팔아넘김으로써 취득적 폭력이 일상화된다. 화폐의 발생과정은, 취득적 폭력을 사적 소유의 완전히 다른 현실로 이끈다. 화폐는 物의 취득욕구를 가치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지만, 화폐 자체는 가치가 아니다. 화폐는, 사회적 승인을 얻기 위하여 상품과 동일한 자격으로 판매되거나 구입되는 것이 아니다. 화폐의 정통성은, 만장일치의 취득적 폭력이 가져온 과실(果實)이다<アグリエッタ・オルレアン 지음 井上泰夫・ 齊藤日出治 옮김, 위의 책,47~48쪽>.

4. 가치의 제4형태(화폐형태)와 폭력

가치의 제4형태는, 가치의 제3형태가 지닌 사회적 ・역사적인 우유성(偶有性) ・자의성의 형식이 금(金) 또는 은(銀)으로 고정된 상태에 다름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배제된 제3항은, 가치의 제3형태의 수준에서는, 금 ・은 화폐일 필연성은 전혀 없다. 근대 시민경제만이 배제된 제3항을 금 또는 은으로 우연히 고정시킬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금 ・은의 화폐형식(가치의 제4형태)은 아주 역사적인 우유성의 소산이며, 역사적으로 과도적인 형태이다. 근대화폐는 우유성 ・자의성을 끌고 다닌다. 즉 근대화폐는 폭력을 끌고 다닌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폭력은, 물론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제3항 배제효과로서의 폭력이다<今村 仁司 {排除の構造}, 136~137쪽>.

가치의 제4형태에서는, 아마포와 금이 교체할 뿐이다. 금은 그 자체로는 화폐가 아니다. 금도 다른 物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 가치의 제4형식의 도식은, 금이 일반적 등가형태의 위치에 오른 순간을 표시한다. 그렇지만 여러 상품들에 의한 ‘등가형태의 위치를 에워싼 쟁탈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이 등가형태의 위치를 독점하게 될 때 금은 화폐상품이 된다. 이때 비로소 일반적인 가치형태는 화폐형태로 전화(轉化)한다. 가치의 제3형태가, 화폐형태로서의 제4형태로 전화한다.

금의 화폐에로의 전형(轉形)은 유유적(偶有的)이다. 이 우유성의 의미는, 상품적 사회관계에 있어서 등가 위치의 쟁탈전(상호배제) 속에서 간파할 수 있다. 이 상호 배제성이야말로 금=화폐의 물신화(物神化)를 폭로하는 논리적 근거이기도 하다<今村 仁司 {暴力のオントロギ-}, 64쪽>.

지금까지의 설명을 今村 仁司에 따라 총괄하면, 상품형태론(가치형태론)의 이론적 문제의 추축(樞軸)은, 상대적 가치형태가 아니라 등가형태이다. 바로 이 등가형태에서 상품들(또는 시민사회의 시민들)의 상호배제 ・상호제외 ・상호억압이 출현한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단적으로 나타난 것은, 제3형태인 일반적 등가형태이다. 본래 일반적 등가형태는 모든 다른 상품에 의한 일정한 상품 종류의 사회적 제외를 조건으로 한다. 단순한 가치형태(제1형태)는, 단순한 맹아의 모습이지만, 거기에 이미 ‘배제’ ‘제외’의 성격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제1형태가 모든 형태의 기초가 된다. 그리고 배제 ・제외 ・억압은 폭력 그 자체이다<今村 仁司 {暴力のオントロギ-}, 64~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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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마리 델쿠르(Marie Delcourt)에 의하면 희생양 풍습을 통해서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어린 오이디푸스의 운명이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라는 이름의 아버지, 즉 ‘인민의 대표’라는 의미의 Publius에 의해, 속죄양의 자격으로 유기된 것이다. 불구나 기형아의 유기는 아주 만연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모든 희생제의의 만장일치의 기반인 희생물과 연관시켜 보아야 한다<René Girard {La Violence et le Sacré}(Paris: Éditions Bernard Grasset,1972), 139쪽>. 폭력은 만장일치적이기 때문에 질서와 평화를 회복시킨다. ‘만장일치’라는 말은 흔히 ‘민주주의(Democracy)’의 이상처럼 생각되나, 제3항 배제의 결과로서의 ‘만장일치’라는 현실이 알려지게 될 때 ‘Democracy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今村 仁司 {批判への意志} 154쪽). 이렇게 ‘제3항을 배제하여 희생(scapegoat)으로 삼기 위한 만장일치’에서 은폐된 ‘시민사회의 폭력적 메커니즘’이 드러나며, 이는 사회철학적 반성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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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마르크스가 본 전쟁과 평화」의 제2장 제3절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40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