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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마르크스_ 정치경제학

상품-화폐 관계와 폭력

김승국

富의 기본 형태-상품의 이중성

마르크스는 {자본론} 제1권의 글머리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富는 ‘방대한 상품 집적(集積)’으로 나타나며,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富의 기본형태(Elementarform)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의 연구는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주1)고 말한다. 마르크스는 상품을 분석하는 데 있어 우선 하나의 요인인 ‘사용가치(使用價値; Gebrauchswert)’에 관해 고찰했는데, 이때 그는 또 하나의 요인인 ‘가치’를 사상(捨象)한 채로 연구했다. 이어서 ‘가치’에 관하여 고찰했는데 이번에는 ‘사용가치’를 사상(捨象)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품을 전체적으로, 즉 사용가치와 가치의 통합체로 연구하여 상품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을 밝히고 있다.(주2)

여기에 ‘상품의 이중성’, 즉 사용가치(質的 가치)와 가치(量的 가치)의 이중성이 있다. 물론 상품은 인간에게는 외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대상물이지만, 마르크스는 변증법에 따라 그것을 질과 양의 이중(二重)의 견지에서 관찰하고 있다(그림1 참조; 생략).
* 김승국『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52쪽에 <그림 1; 사용가치와 가치의 二重性>이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우선 첫째로 ‘질(質)’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품은 어떤 종류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성질, 즉 유용성을 갖고 있다. 이 욕망이 가령 빵에 대한 것처럼 우리의 위(胃)에서 생기든, 영험에 대한 것처럼 환상에서 생기든 아무래도 좋다. 物에 이러한 유용성이 있기 때문에 그 物은 사용가치가 되는 것이다. 物이 누구에게도 전혀 무용(無用)하다면 그것은 폐물로서 내버려지고, 따라서 상품으로서 교환되지 않게 된다.

둘째로 ‘양(量)’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상품은 교환가치를 갖고 있는 듯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서 교환가치라고 하는 것은 어떤 상품과 어떤 상품이 교환될 경우의 상대적인 수량상의 비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환가치는 상품의 교환과정에서 생기는 하나의 현상형태에 불과한 것이다. 어떤 상품이 다른 상품과 일정한 분량관계로 교환되는 이상 사용가치가 다른 이들 상품 속에는 이미 교환가치의 기본이 되는 공통적인 것, 즉 가치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주3)

마르크스는 우선 소재적 부(素材的 富; 사용가치)에 의거하여 말하면서 곧장 사용가치 분석으로 옮겨가는데 이 ‘기본형태(Elementarform)’는, 교환 가치(交換 價値; Tauschwert)로서 富의 기초인 한(限) 기본적으로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Elementar’ 또는 ‘Element’는 한갓 요소라는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모든 富를 지탱하는 토대(土臺) ・장소를 의미한다. 후자(後者)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할 경우 상품 형태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Elementarform’이 된다.(주4)

자본제 생산양식의 ‘Elementarform’으로서의 상품형태론은, 상품군(商品群)이 만들어 내는 사회관계의 행태를 상정하고, 가치형태라는 사회관계의 기초적인 장면에 의거하여 구조 분석을 상정한다. 그러므로 상품형태론(가치형태론)의 분석 대상은 ‘상품군(商品群)이 만들어내는 사회관계의 구조’ 그 자체이다.

이렇게 마르크스의 상품형태론은 자본제 생산양식의 핵심을 해명하는 데 무기를 제공하는바, {자본론} 전체를 위한 기초론(基礎論) 또는 {자본론} 전체를 향한 ‘방법서설(方法敍說)’이다. 마르크스의 이 ‘방법서설’을 今村 仁司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형태론(가치형태론)은 자본제 생산양식의 ‘가장 추상적인’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상품형태론은, 자본제 생산양식의 ‘Elementarform’이며, 압축해서 말하면 자본제 생산양식 그 자체이다. 그리고 이 점이 자본제 생산양식의 특수한 역사성(歷史性)을 보여준다.
둘째, 상품형태 또는 가치형태는 가치가 교환가치로 되는 형태 또는 장소이다. 혹은 가치형태는, 교환가치를 가치의 현상형태(現象形態)로 삼는 ‘Element(장소)’에 다름 아니다. 이 ‘Element’는 상품들의 사회관계, 상품들을 매개하는 인간들의 사회관계이다.
셋째, 상품형태 또는 가치형태는 노동의 생산물을 상품으로 만드는 ‘Element(장소)’이다. 가치형태라는 사회관계(현실적으로는 교환과정)가 존립하지 않는 한(限), 노동생산물은 본디 그대로 노동생산물이며 상품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가치형태는 노동생산물을 상품으로 만들고, 사용가치로 하여금 독자적인 형태 규정성<形態 規定性; 교환가치의 질료적(質料的)인 담지자(Träger)>을 지니게 하는 오르가논(Organon)이다.”(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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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Marx {Das Kapital} MEW 23, p.49.
(주2) 宮川實 지음, 두레 편집부 옮김 {資本論 解說Ⅰ} (서울: 두레, 1986). 33쪽.
(주3) 越村信三郞 지음, 김진방 옮김 {圖解 經濟原論} (서울: 미래사, 1986), 37~38쪽.
(주4) 今村 仁司 지음 {暴力のオントロギ-} (東京: 勁草書房, 1992), 46쪽.
(주5) 위의 책,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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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마르크스가 본 전쟁과 평화」의 제2장 제3절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40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