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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평화기행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3) 김승국 두개의 한류 한반도에 대한 일본인의 관점 역시 분단되어 있다. 북한을 차갑게 보며 혐오하는 한류(寒流)와 남한의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한류(韓流)가 공존하는데, 이는 일본인이 갖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평가의 분단을 반영한다. 전자(寒流)의 상징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사건이고, 후자(韓流)의 상징은 배용준의 ‘겨울 소나타’이다. 필자는 이번에 일본 서부 지방을 돌면서, 두개의 한류(寒流 · 韓流)가 일본사회에 뒤엉켜있으며 일본의 운동권도 예외가 아님을 실감했다. 먼저 일본 운동권의 寒流(북한 혐오증)를 다룬 다음에 韓流를 설명한다. 일본 운동권의 북한 혐오증 일본의 일반 시민들(재일 동포 제외) 사이에 북한 혐오증이 아주 강하며, 일본의 진보적인 인사들 · 운동가들 역시 상당한 북한 혐오증을..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2) 김승국 거세된 운동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민중혁명에 성공하지 못한 역사가 운동력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의 격동기인 19세기. 일본에서도 농민봉기가 드물게 있었으나 지배계급에 충격을 주지 못했다. 19세기 말 이웃 나라 조선의 농민봉기가 혁명의 의지를 아시아에 전파한 것과 사뭇 다르다.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봉건제의 힘에 눌린 민초들이 저항의 마음을 지녔지만 이불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데 그쳤다. ‘이불 속의 저항운동’이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불 속에서 지배계급을 규탄하므로 지배계급이 민중을 무시했으며, 그 결과 민중운동이 거세되었다. 물론 일본에도 60년대의 안보투쟁 처럼 빛나는 운동의 전통이 있으나, 이 전통을 계승하는데 실패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실패의 원인 중 하.. 더보기
일본 서부 지방 탐방기 (1) 김승국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 참석 일본의 서부 지방은 임진왜란 때부터 일본의 조선 침략 거점이었으며, 지금도 미 · 일 동맹의 한반도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이 전략적 요충지를 샅샅이 탐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히로시마 · 나가사키에서 가 열려 이 지역을 탐방할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2005년 8월 2~9일의 기간 중 실내 토론회에 만족하지 않고 히로시마 · 나가사키 주변의 군사기지(구레 · 이와쿠니 · 사세보)를 현장 방문함으로써 미 · 일동맹의 군사적인 움직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했다. 이 대회가 끝난 다음인 8월 9일부터 14일까지 규슈(구마모토 · 후쿠오카) 지방과 야마구찌 지방을 순회하면서 일본의 군사 · 정치 대국화, 미 · 일동맹의 긴밀한 동향을 파악했다. .. 더보기
오키나와에 평화를 (6) “미군기지만 없으면 오키나와는 낙원” 김승국 아름답기 그지없는 오키나와에 암세포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미군 기지를 바라보며 ‘오키나와는 미군기지만 없으면 낙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미군기지의 맹독성이 오키나와 사회에 침투하여 진주같이 빛나던 오키나와를 실낙원(失樂園)으로 만들었다. 오키나와의 지도를 보면 미군기지가 점점이 박힌 듯 보이지만, 미군기지의 위력을 생각할 때 오키나와가 오히려 미군기지에 포위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적절할 것이다. 차를 타고 조금만 달려도 미군기지가 불쑥 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미군기지가 필자를 미행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필자는 지난 2월 2일부터 6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의 평화구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헤노코 기지 건설 반대투쟁 현장 등을 돌아보았.. 더보기
오키나와의 풍물 (2) 김승국 술꾼들이여! 오키나와에 가서 아와모리를 마셔라! 오키나와인은 조선인처럼 음주가무에 뛰어나다. 매우 사교적이고 유쾌한 사람들이어서 먹고 마시고 잔치 벌이기를 즐긴다. 이 때 필수품이 ‘아와모리(泡盛)’라는 술이다. 증류 직후에 막 거품(泡)이 일어나는(盛) 모습을 형상하여 ‘泡盛’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아와모리는 태국(당시는 ‘샴’)에서 기원하였고 15~16세기(류큐 왕국의 황금시대)에 오키나와에 도입되었다. 오키나와 특유의 흑곡으로 빚은 아와모리는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증류주이다. 알코올 도수가 평균 43도인 독한 소주이지만 술맛이 매우 부드러우므로, 술꾼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독주이다. 일본 술 품평회에서 1등 작년 11월 6일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 연대}가 강화도에서 주최한 「2005.. 더보기
오키나와의 풍물 (1) 김승국 오키나와 음식을 먹으면 장수한다 오키나와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다. 오키나와인 중에서도 여성이 장수한다(평균 83.47세). 오키나와의 인구 130만명 중 백 살이 넘는 사람은 457명(2001년 9월 1일 현재)이다. 그렇다면 오키나와인이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의식동원(醫食同源)’ 즉 ‘약(의약)과 음식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비결이 있다. 오키나와 말로 ‘음식물’은, ‘약이 되는 음식(クスイムン)'과 ‘몸을 보호하는 음식(ヌチグスイ; 생명의 약)’을 뜻한다. 약이 되지 않은 음식은 먹거리의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뜻을 따르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옛날부터 약이성(藥餌性) 음식을 많이 섭취한 게 장수의 비결이다. 오키나와 섬의 요리는 궁중요리와 서민요리로 나뉘는데, 두 .. 더보기
오키나와 전쟁의 집단자결 현장에서 김승국 필자는 지난 2월 4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다음에 오키나와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집단자결(자살)’ 현장을 답사했다. 오키나와 전쟁 직후 요미탄손(讀谷村) 주민들이 집단자결한 동굴(찌비찌리 가마), 이 집단자결을 소재로 한 그림이 전시된 ‘사키마(佐喜眞) 미술관’을 불러본 소감을 기술한다. ‘찌비찌리 가마’의 집단자결 1945년 4월 1일에 오키나와 전쟁을 개시한 미군이 맨 처음 점령한 곳이 요미탄손이다. 갈 곳 없는 주민 139명이 ‘찌비찌리’라는 종유굴로 피신하자마자 미군에 의해 포위된다.동굴 밖을 경계하던 2명이 죽창을 들고 미군병사에 대항하다가 사살된 장면을 목격한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panic) 상태에 빠져들면서 ‘집단자결’ 분위기가 급속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