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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기지(미군-한국군 기지)

대추리(평택) 사태에 얽힌 문제들

김승국


2006년 5월 4일 대추리 초등학교 주변에서 벌어진 군(군대) ・경(경찰)의 강제진압과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을 ‘대추리(평택) 사태’로 총칭한다. 대추리(평택)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갈등의 당사자 양쪽이 서로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까지 예상하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1. 노무현 정권 ・국가권력의 폭력성


* 5월 4일의 군 ・경 합동작전은, ‘국가는 본래 폭력의 독점체’임을 절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구두선처럼 개혁을 외치던 노무현 정권이 개혁의 동참세력에게 곤봉을 휘두름으로써 개혁의 사이비성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국가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국가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지양하는 과업을 평화운동의 전략으로 새롭게 상정해야 할 것이다.


* ‘국가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서슴지 않고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거론하는 현 시국이 비상시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5월 4일 대추리 초등학교에 집결한 사람들(A 집단) 중 상당수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의 당돌한 발언(“미국과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에 반해 노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과의 첫 한 ・미 정상회담 때 부시로부터 ‘easy man’ 소리를 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나 안이한(easy) 태도로 대추리의 금싸라기 같은 농토를 미군에 바치는 것을 보고 배반당했다는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이 감정은, 대추리 토지수용 과정에서 官(국방부 등)에 배반당했다는 의식을 가진 대추리 농민(B 집단)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A 집단 ・B 집단의 ‘배반당했
다는 감정’이 상승 작용하는 게 민심의 흐름임을 현 정권은 재빨리 간파해야 한다.


군 ・경의 물리적 폭력이 가해질수록 이런 상승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어 정권 차원에서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즐거이 관망할 한나라당에게 권력이 이동할 가능성 자체가 비상시국을 대변한다. 이러한 불길한 사태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주한미군 재편(GPR)에 관하여 한 ・미 당국이 재협상하는 것이다.


* 미국의 조야에서 반미감정의 확산 우려 때문에 강제진압을 꺼려함에도 불구하고 군사 작전하듯 힘(군 ・경의 무력)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발상이 문제이다. 이는 (후기) 식민지 권력이 날뛰며 민중을 괴롭히는 사례가 아닌가? 봉건주의 사회구조에 빗대어 말하면, 지주(미국, 펜타곤)보다 마름(한국 정부, 국방부)의 회초리가 머슴들(대추리 농민들)의 뼈 속을 더 깊숙이 파고들지 않나?


2. 노무현 정권과 대추리 주민의 관계


* 노무현 정권의 정치력 부족이 대추리 사태를 통해 또 다시 드러났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와 국방부의 합의를 하루만에 번복하여 1만4천 명의 군 ・경 합동작전을 벌인 것 자체가 정치력의 부족을 증명한다. 일본도 한국과 똑같이 미 ・일 동맹의 군사적 재편(일본판 GPR)을 통해, 헤노코에 미군기지를 신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전국의 수십 개 지역의 미군기지 ・자위대 기지를 일체화하려는 이 거대한 작업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저항에 의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자위대 ・경찰을 동원하여 지역주민들의 집회를 강제로 해산한 적이 없으며, 정치적인 차원에서 계속 설득하다가 안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처럼 군 ・경이 등장하여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일본에서는 절대로 없고 감히 이런 작태를 상상조차 못한다.


이와쿠니의 신임 시장 가쓰스케 씨(‘주일미군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를 이와쿠니로 이전하려는 미 ・일 정부의 합의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지지에 의해 시장으로 당선됨)는 “주민을 강제로 들어내고 기지 이전을 강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23008.html 참조)


그런데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보다 정치적으로 미개한 부분을 군사적으로 메우려는 듯 5월 4일에 군사력을 동원하여 힘을 과시하고 철조망을 쳤다. 이 철조망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쳐 놓은 분리벽과 비슷하다. 친미 이스라엘 세력이 팔레스타인을 격리 ・고사시키려고 철조망을 쳐 놓은 것처럼, 한국의 친미 군부가 대추리 민중을 격리시키기 위해 29킬로미터의 철조망 장벽을 둘러놓았다.


이는, 남북한 분단의 장본인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크게 하기 위한 ‘친미 마름집단’의 분단장벽이다. 대추리의 민심과 담을 쌓고 미국 군수업계의 배를 불리기 위해 쳐 놓은 분단장벽의 저쪽은 이미 미국 땅이고 이쪽은 (후기)식민지 백성이 사는 대추리이다. 저쪽과 이쪽의 분리는 미국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전략의 배양기 역할을 할 것이다. 대추리의 철조망은 남북한으로 분단된 사회 안의 또 다른 ‘친미형 분단사슬’이다.


* 전 세계적으로 미군기지 건설은 거대한 토목공사이며, 이를 담당한 한국은 이미 토목국가로 변신 중이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통한 토목공사의 엄청난 이권이 대추리(평택) 사태의 배후에 존재한다.



3. 미국과의 관계


* 대추리(평택) 사태를 통해 직감할 수 있는 ‘상전(미국)-마름(한국 국방부)-머슴(대추리 농민)의 먹이사슬’이 한 ・미 동맹의 악순환 구조를 이루며 대추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이 먹이사슬을 끊겠다고 나선 운동권(‘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과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에 있는 한국 국방부와의 대결이 예상된다. 위의 중간 고리를 끊으려는 운동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상전이 머슴을 착취하는 구조가 제도화할 것이다. 제도화에 앞서, 이 착취 구조의 중간자인 한국 국방부와 운동권 사이의 물리적 대립이 빈발할 것이다.


* 상전에게 아부하는 마름이 아랫것들(머슴: subaltern)에 분풀이한 행태가 대추리(평택) 사태에서 엿보인다. 마름 집단은 미국 앞에서 주한미군 재편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부당성을 따지기는커녕 대추리 주민들에게 곤봉세례를 퍼붓는 (후기)식민지 권력의 과잉충성 ・야만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하는 노무현 정권이 진짜 할 일은, 왜곡된 대미관계의 과거사 청산, 즉 마름노릇을 청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재협상을 시도하기 바란다.


* 대추리(평택)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을 언급한다. 상전(미국)이 한 ・미 군사협의를 통한 지침(평택에 새로운 GPR용 미군기지 건설)을 내려 주면, 이에 충성을 바치는 한국의 마름집단, 즉 [친미 군(군맥) ・산(경제계) ・학(학계) ・언(‘조 ・중 ・동’을 비롯한 언론계) ・종(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연계되어 있는 종교계) 복합체]가 총체적으로 지침을 수행하는 구조의 역사적 청산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옛 진보인사(한명숙 총리 포함)마저 덩달아 이들 마름집단과 한패가 된 듯 공권력 수호 타령을 하고 있다. 대추리(평택) 사태를 에워싼 한국 사회의 갈등 ・분열(divide)을 팔짱 끼고 지켜보면서 친미 대행그룹(마름집단)을 통해 통치(행정 대집행)하는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이 엿보인다. 이 분할통치 전략에 너무나 취약한 한국사회의 모순을 지양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거론해야 하지 않을까?


* 대추리의 토지 수용을 거부하는 농민들의 운동, 이 농민들과 연대하는 운동을 ‘반미’로 매도하는 발상에 문제가 없는가? 농민들이 자식 같은 땅을 내놓지 않겠다는 게 왜 반미행동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반미운동과 반기지 운동의 차이점에 대해 몰지각한 사람들이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면 무조건 반미로 보는 인식의 폭력성, 미국에 저항하거나 미국을 비판하면 이적행위로 몰아붙여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담론의 독재’를 지적한다.


* 펜타곤이 추진하는 미군기지 재편(GPR)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미군기지 확장 사업의 희생양으로 대추리 농민이 선택되었다. 대추리 농민이라는 희생양이 흘린 피를 마시며 성장하는 한 ・미 동맹의 잔혹성 ・파괴성 ・식민성[‘제국’ 미국의 군대(미군)-군사적 종속국가 ‘한국’의 군대(한국군) 사이의 식민성], 군사적 식민지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군사제국의 횡포 등에 관한 종합적인 이론정립이 시급하다.


* 대추리가 미군기지의 터가 되면, 이곳에 배치될 미군의 최첨단무기들이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붕괴를 위해 쓰일 것이다. 희생양인 대추리 농민들이 ‘제국’ 미국에 바친 농토가 동족인 ‘북한 민중’ 죽이기에 쓰일 것이다. 대추리 농민들이 순종하여 토지를 내주면, 북한 농민 ・노동자 ・민초들을 죽이는 간접살인으로 연결될 것이다. 남한의 민중(대추리 농민)이 미군기지를 매개로 북한의 민중을 집단학살(genocide)할 수도 있다.


4. 군사적인 사항


*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미국 군수업계에게 ‘황금을 낳아주는 거위’를 안겨 주는 가상 시나리오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1) 첫 번째 가상 시나리오: 한 평에 20만 원짜리 대추리 땅에서


황금 같은 군사이익 ・군사적 잉여 가치를 빼낸다. 펜타곤의 핵심 전략인 GPR은 미국 군수 산업계 ・미국 군산 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다(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 평택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GPR의 한국판’이다. 그러므로 대추리 농민의 땅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떼돈을 벌) 미국 군수업체의 배를 불리는 꼴이 된다. 헐값 20만 원에 매수된 대추리 땅 한 평이 수억 원의 군사이익이 되어 미국 군수업계의 예금통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공사의 핵심인 최첨단 소프트웨어(C4ISR)의 수주를 미국 유수의 군수업계가 따낼 것이다. 예컨대 체니 미 부통령과 관련이 있는 핼리버튼 사 등이 주요 공사를 도맡을지도 모른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지출되는 한국민의 혈세가 핼리버트사 등으로 유입될 것이다.


이 막대한 군사이익의 떡고물을 한국 군수업계가 차지할 것이고, 이들 군수업계 주변 인물들은 한나라당 패들이어서 절대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의 재산을 부풀려 주기 위해 노무현 정권이 무리한 강제진압을 서두른 결과 대추리(평택) 사태를 초래했다.


2) 두 번째 가상 시나리오: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의 중간거점이 될 경우


평택의 미군기지 군(群)이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belt)의 중간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만금의 새로운 간척지 일부가 군산 미 공군비행장과 연동되어 사용될 것이라는 설(說)을 크게 무시할 수 없다면, 백령도~강화도~인천~평택(해군기지 ・미 공군기지)~군산(미 공군기지)~새만금~광주(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제주도(제주도 남쪽에 세우려는 해군기지)를 잇는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가 형성될 것이며, 평택의 확장된 미군기지가 이 벨트의 중간거점 노릇을 할지 모른다. 이럴 경우, 펜타곤 ・미국 군수업계는 이 중간거점을 통해 ‘중국 포위망의 군사적 이익’을 거두어 갈 것이다.


3) 세 번째 가상 시나리오: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아낸다. 미국 정부는 오래전에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미 주한미군의 ⅓이 철수 중이고 나머지 육상부대도 되도록이면 빨리 철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육상병력은 거의 철수하고 주한 미 공군 중심으로 운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기지의 상당수를
폐쇄하는 게 상식인데, 이런 상식을 뒤엎고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면서 막대한 군사이익을 얻으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 시대에 어울리는 기지 통폐합을 과감하게 한다면 굳이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LPP(연합토지관리 계획: 주한미군기지 통폐합)에 따른 평택 기지의 신설이 불필요할 것이다. 펜타곤이 주한미군의 과감한 감축을 생각하면서도 거대한 평택 미군기지 신설을 강행하는 모순 속에서 세 번째 가상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주한미군 추가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그에 따라 평택기지 확장될 경우 ‘시설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 ・미 양국의 합의이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기지 확장이 강행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평택의 기지가 새롭게 확장된 다음 그 기지에 주둔할 병력이 없거나 잠깐 동안 주둔하고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영재 「미군병력은 줄여도 기지는 늘린다?」 [평화 만들기(http://www.peacemaking.co.kr)]231호]


이처럼 주한미군 철수계획과 정반대로 평택에 거대한 기지를 신설하여 과잉시설을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의문을 푸는 암호(code)는 미국 군 ・산 복합체의 자본 확대 재생산 방식에 있다. 미국 군 ・산 복합체는, 변덕이 심한 안보전략 수정의 최대 수혜자이다. 미국의 핵전략 ・국방전략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무기를 주문 받아 납품한 군수업체가, 몇 년 뒤에 또 다른 전략이 등장하면 그에 걸맞은 무기를 새로 납품하여 돈 방석에 앉는다. 핵전략의 변화에 따라 단탄두(單彈頭) 핵무기를 만들었다가 이내 해체하고 다탄두(多彈頭) 핵무기를 새로 만들어 낸다. 냉전 시대에 대륙간 핵무기가 유행일 때는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들여 대륙 간 탄도탄(ICBM)을 만들고, 탈냉전 시대의 총아로 미사일 방어망(MD)이
등장하면 ICBM을 없애고 MD를 구축한다. ICBM을 해체하는 데도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고 MD망을 구축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국방비가 든다.


낡은 무기를 부수고 신종 무기를 개발하는 2중의 무기수요 창출을 통해 거대한 국방예산을 따내는 귀재들이, 미국 군수업계를 주무르고 있다. 이 귀재들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기재고의 정리 ・신무기 개발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켜 신종무기 개발비용을 뽑아낸다. 이들을 ‘죽음의 상인’이라 부른다. 이들 ‘죽임의 상인’에 의해 ‘제국’ 미국의 안보전략-무기발전의 조율이 이루어진다.


안보전략의 발전과 무기발전은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처음에는 바늘(안보전략을 만들어 내는 펜타곤)이 실(군수업계)을 규정하지만, 나중에는 실이 바늘을 규정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 ・산 복합체가 형성되면서 펜타곤과 ‘죽음의 상인(군수업계)’이 유착한다.



이 유착관계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유착한 ‘펜타곤-죽음의 상인’의 유령이 ‘대한미국(大韓米國: 대한민국이 아님)’의 평택 땅을 배회하며 GPR의 미명 아래 대추리 농민들의 땅을 갈취하려 한다. 대한미국의 국방부를 앞세워….
평화의 땅 대추리를 전쟁의 땅으로 만들고 대추리 농민들을 죽을 지경으로 내모는 미국쪽 ‘죽임의 상인들’과 펜타곤. 이들 ‘악의 축’은, GPR의 차원에서 전 세계 미군기지의 갱신 ・최첨단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LPP의 이름으로 추진 중이다(LPP도 부족하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확대 LPP’인 셈이다).


그런데 LPP를 확대하면 할수록 미국 군수업계가 차지할 돈 방석의 면적이 넓어지게 되어 있다. LPP가 엄청난 군사적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낡은 미군기지(서울 이북의 미 2사단기지)를 없애고 대체기지를 다른 곳(평택)에 세우는 과정에서 2중의 수요가 생겨난다. 기존의 기지를 없애는 데도 돈이 들고(한국에 반환하는 미군기지의 환경정화 비용 ・기지 이사 비용 등), 새로운 기지를 만드는 데도 돈(평택의 신설 기지 건설비용)이 든다. 기존의 미군기지를 없애거나 미군기지 신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의 제공자는 물론 한국정부이다. 한국정부가 그냥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굽실거리며 백지수표(?)를 건네주므로, 미국은 손 안대고 코를 푼다.


펜타곤이 한국정부에 안보전략(GPR)을 통보하면서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라고 명령(?)하면, 한국 정부가 군 ・경을 동원하여 곤봉과 불도저로 밀어붙이므로 미국은 관망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 정부가 갖은 비난을 무릅쓰고 불도저로 다져 놓은 미군기지 터의 면적과 미국 군수업계가 앉을 돈 방석의 면적을 비교평가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한국과 똑같이 미군기지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낡은 주일미군 기지를 자위대에 돌려주는 대신 새로운 최첨단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그 자금을 일본정부에 부담시키고 있다. 미국정부의 의지에 따라, 오키나와의 후덴마 기지를 일본정부에 반환하고 헤노코에 새로운 최첨단 기지를 세우려 한다. 또한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의 기능과 해병대 병력을 괌(Guam)으로 이동하여 괌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하려 한다. 미국 영토인 괌에 오키나와 해병대 병력을 이전시키는 총비용 103억 달러 중 61억 달러를 일본 정부가 충당한다.


한마디로 알 먹고 꿩 먹는 일이 주일미군 재편과정에서 생기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아랫돌(낡은 기지: 후덴마 기지)을 빼서 윗돌(헤노코의 새로운 기지)을 괴면서 알을 먹고, 괌에 미군기지 신설한다며 꿩도 먹으며 일본의 국부 260억 달러를 2중으로 빼내고 있다. 물론 미 ・일 동맹의 재편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 ・미 동맹 재편’이라는 미명 아래 평택 미군기지 신설을 한국정부에 강요하고 있다. 일본이 미 ・일 동맹의 재편을 위해 수백 억 달러를 미국에 바치고 있으니, 한국은 한 ・미 동맹의 재편을 위해 일본에 버금가는 돈을 미국에 헌납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백지수표를 건네주어야 할지 모른다. 이게 한 ・미 동맹의 처절한 대가이며 ‘제국’ 미국에 바치는 현대판 조공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위동맹을 통한 헌납 ・조공 ・수탈 체계는, 제국 ‘미국’이 군사적으로 잉여를 창출하는 방식이며 미국 자본주의의 군사적 생존방식이다.


이처럼 하위동맹자인 한국 ・일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펜타곤 ・미국 군수업계)에 알(평택 미군기지 ・헤노코 기지 신설)도 먹여주고 꿩(주한미군 주둔비용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이전비용 부담)도 먹여 주고 있다. 이 알과 꿩을 합하면 어지간한 국가의 1년 예산이 될 것이다. 이 엄청난 돈이 에누리 없이 미국 군수업계의 금고로 들어가 미국 자본주의 ・전쟁경제 체제가 확대 재생산된다.


미국 자본주의는 평택 ・헤노코를 군사적 수탈의 최전방 기지 ・신종 식민지(군사적 식민지화를 위한 Enclave)로 활용하면서, 한-미 FTA(자유무역 협정) 등을 통한 경제적 수탈을 병행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안보(평택의 식민지화)와 경제(신자유주의 ・FTA)가 상통하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한 ・미 FTA 반대투쟁이 상통한다.


* 한국군의 동향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필요하다. 대추리(평택) 사태와 관련한 친미군맥의 동향을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매우 위험한 군사적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게임은 노무현 정권의 정권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5. 곤봉과 불도저에 의한 토지강탈


* 대추리 사태는 오키나와 농민의 땅을 ‘총과 불도저로 강탈’한 사실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