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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기지(미군-한국군 기지)

전 세계의 기지현황과 미군기지 재편

김승국

군사기지(이하 ‘기지’)는 전쟁체계의 물리력을 제공하는 군사적인 거점이다. 기지는 군사적인 활동의 무대가 되며 무기의 창고 역할도 한다. 기지는 군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기지는 본래 방위용으로 사용되었으나, 기지운용의 주체인 국가가 제국의 성격을 지닐수록 대외침략의 발판이 된다. 기지가 전쟁의 교두보로 사용되는 가운데 국가권력의 폭력화가 진행된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전투기의 이착륙 훈련 ・사격 훈련을 하는 기지 주변의 주민들이 소음 공해에 시달리거나 정신적인 장해를 겪는다.


기지는 국가권력의 군사적 집결체이고 전쟁용이므로, 살상을 준비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쟁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기지는, 적(敵)을 죽이는 연습을 하는 장소이다. 자국 국민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명목 때문에 살인연습에 대한 심판이 배제된다. 살인 연습장이란 말은 민중의 삶 ・시민의 인간안보와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기지 안의 군인들이 살인 연습장에서 익힌 대로 전쟁을 수행한 끝에 실제로 살인했을 경우, 그 기지는 살인의 온상이 된다. 살인의 온상이라는 악(惡)의 요소가, 국방이라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제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지는 국방을 위한 필요악이며, ‘악’의 요소를 국민들에게 많이 안겨줄 때 기지반대 운동이 발생한다. 요즘은 자국군이 사용하는 기지에 대한 반대운동보다 외국군이 주둔하는 기지를 반대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여러 가지 국제적인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외국군 기지 반대는 파병한 국가의 정체성을 반대하는 데까지 이르므로 국가 간 외교문제로 비화한다. 예컨대 주한미군기지 반대운동이 반미운동의 성격을 지니면서 한 ・미 간의 외교적인 신경전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반기지 운동은 기본적으로 기지 주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연관이 있으나, 기지의 배후에 있는 국가권력과의 투쟁으로 발전하기 일쑤이므로 지난한 과정이 전개된다. 매향리 국제사격장 ・대추리 기지 확장 반대투쟁이 이에 해당된다. 이 글은 이러한 전제 위에서 전 세계 기지의 현황을 먼저 다룬 다음에 미군기지의 재편과 반기지 운동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기술한다.


1. 전 세계의 기지 현황


군대를 보유한 모든 나라가 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세계의 기지 모두를 총괄하기 어렵다. 거의 모든 나라의 기지는 자국 방어용으로 사용되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 다만 그 기지가 타국 공격용으로 쓰이고, 외국군에 의해 조종되면서 종속성을 드러내거나, 대외침략의 성격을 지닐 때 문제가 발생한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한국 ・필리핀 ・대만 ・오키나와 ・일본 ・괌(Guam)의 기지가 국제대리전의 터전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중동 ・중앙아시아의 기지들 역시 국제적 패권경쟁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유럽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기지는 코소보 사태의 출격기지로 활용되었으며, 중동의 기지는 이라크 전쟁의 후방기지 노릇을 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분쟁지역(팔레스타인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체첸 ・소말리아 ・우간다 ・카시미르 ・한반도 ・북아일랜드 등)에, 저강도 전쟁용의 기지(게릴라 기지 포함)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일부 저강도 전쟁용 기지를 중심으로 기독교 자본주의 국가(미국이 대표적인 국가)와 이슬람의 원리주의 무장세력이 혈전을 벌이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 ‘미국’을 타도하자는 구호 아래에 (왼손에 코란을 들고 오른손에 저격용 자동소총을 든) ‘비국가(非國家) 게릴라’의 무장항쟁이 오늘도 이라크 ・팔레스타인의 게릴라 기지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관심을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 쪽으로 돌려 보자. 아시아 ・태평양의 패권을 놓고 미국 ・소련이 다투던 냉전 시대가 지났는데도, 이 지역의 군사적인 주인공은 미국이다.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아시아 ・태평양에서 군사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에 산재한 미군기지가 주로 동아시아에 밀집되어 있는 가운데, 한 ・미 ・일 3각 군사공동체의 기지와 중국 ・러시아 ・북한의 기지가 대립하는 형국을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아시아 주둔 미군 10만 명의 대다수가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는 가장 첨예한 긴장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긴장의 소용돌이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제국’ 미국은 냉전 시대의 소련 포위망을 거두고 중국 포위망과 ‘불량국가(제3세계 반미국가)’ 포위망을 동시에 구축하는 양동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망과 불량국가 포위망이 연결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은 9 ・11 사태이다. 9 ・11 사태를 계기로 펜타곤은 반(反)테러 전쟁의 명분을 내걸고 ‘불량국가 소탕전’인 아프간 전쟁・이라크 전쟁을 전개했다. 이 두 전쟁의 당사자인 미군은 중국의 뒷마당인 중앙아시아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면서 중국 포위망을 완비했다.

미국의 안보이익을 해치는 불량국가를 타격하면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전선을 상징하는 말이 ‘불안한 화살(broken arrow)’이다. 미국이 보기에 동아시아의 으뜸 ‘불량국가’인 북한에서 시작되어 대만~싱가포르~인도양~중동~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불안하게 뒤틀린: broken) 화살 모양’의 중국 포위망이, 미국의 패권전쟁을 위한 새로운 전선이다. 뒤틀린(broken) 화살(arrow)같이 생긴 중국 포위망을 따라 수많은 미군기지가 흩어져 있으며, 친미국가들의 군인들이 미군기지 체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포위망은 ‘불안한 화살’ 전선에 점재하는 미군기지의 총화이다. 점(点)으로 존재하는 미군기지를 ‘전선의 연결고리’로 삼아 전쟁선(war line)을 만들어 기동타격 전쟁을 노리는 게 미국의 새로운 전쟁논리이며, 이 논리의 바탕 위에서 각종 전략이 양산되고 있다. 군사전략의 획기적인 변환(Transformation)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외의 미군기지를 전세계적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이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이며 평택・대추리에서의 미군기지 확장은 ‘한국판 GPR’을 대변한다.


2. 미군기지 재편


로마가 자국의 기지를 중심으로 군사제국을 형성하면서 ‘Pax Romana(로마 제국에 의한 세계평정)’를 이뤘듯이, 미국은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한 ‘Pax Americana(미국 제국에 의한 세계평정)’를 기획하고 있다.


미군기지는 미국 단독 패권의 그루터기이며, 이 기지를 통해 동맹국 ・친미국가의 내정에 군사 ・정치적으로 개입한다. 미국의 동맹국 ・친미국가는 미국의 핵우산 ・안보우산 아래에서 안주하면서 즐거이 미군에게 자국의 기지를 (영구)임대 ・무상 공여한다.


일본 ・독일과 같이 세계 제2 ・3위의 경제대국이 미국의 힘에 밀리는 이유는, 주일미군 ・주독(독일주둔)미군 체제가 일본 ・독일에 미치는 정치 ・군사적 영향력(개입력)에 있다. 제아무리 국력이 강한 나라일지라도 외국군(미군 등)이 주둔하며 그 나라의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간섭을 받으면 자주성을 잃는다. 자주성을 잃어 외국군대 파견국가(미국 등)에 대한 종속성이 강화되는 정도에 따라 독자적인 군사 ・전략운용 체제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종속성의 근본원인을 제공하는 곳이 기지인 점에 유의하며 미군기지의 재편과정을 주의깊이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군기지는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을 담는 그릇이므로, 펜타곤이 무슨 전략을 추진 중이냐에 따라 미군기지의 용도가 바뀐다. 냉전시대의 미군기지는 주로 가상적 소련의 군사행동을 저지하거나 소련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한반도의 DMZ 부근에 밀집된 미2사단 기지가 대표적인 냉전형 미군기지이었다.


그러나 소련 붕괴에 이은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가상적인 ‘불량국가’ ‘테러 집단(빈 라덴, 알카에다 등)’을 타격하는 데 냉전형 군사전략 ・미군기지는 부적절하다. 미군을 붙박이로 주둔시키는 농성형 대오로는, 불량국가 ・테러 집단의 기동성 중심의 게릴라 전투를 감당해 낼 수 없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미국의 안보전략 전반의 혁신이다. 클린턴 정권 때의 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와 부시 정권의 Transformation-GPR이 안보전략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1) 미국 국내의 기지 재편


클린턴 정권과 부시 정권의 차이는 단순히 민주당 정권이냐 공화당 정권이냐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두 정당 모두 ‘제국’ 미국의 국익증진 위한 미군 ・미군기지 운용전략은 동일하지만, 운용방식이 다르다. 클린턴 민주당 정권은 비대해진 군사체계(미군 ・미군기지 ・군수산업 ・군산 복합체)의 감량을 통한 잉여금(평화 배당금)을 전자기술(IT) 쪽으로 돌려 미국경제의 호황을 이루어 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내의 기지를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기능을 강화한 작업이 BRAC(Base Realignment & Closure)이다.


2) 해외 미군기지 재편


미국 국내의 미군기지 재편이 BRAC로 압축된다면, 해외 미군기지 재편은 GPR로 요약된다. GPR은 그 발상에 있어서 BRAC의 연장선상에 있다. 효율성 ・기동성이 떨어지는 미군기지를 과감하게 없애고 기지 간의 연계성과 체중 감량된 미군의 기동성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높이자는 발상이 GPR에 배어 있다. 전 세계의 미군기지를 하나의 망(network)으로 수렴하여 펜타곤에서 군사용 컴퓨터 망으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전쟁 시뮬레이션의 가상세계와 오프라인의 미군 ・미군기지를 아주 유연하게 연결시키자는 혁명적인(?) 발상전환이 GPR에 들어 있다.


GPR을 주도하는 펜타곤의 기본방침은, 군살을 뺀 미군 ・미군기지의 전 세계적인 망(네트워크)을 형성하여 미국의 국익(원유 등의 자원 확보, 친미국가에 대한 개입력 제고, 불량국가 ・테러집단의 봉쇄 ・붕괴, 달러 방위)을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목적적인 국익을 증진시키는 미군기지가 되려면 냉전 시대처럼 미군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전 세계 미군기지를 4등분하여 제1급 기지(주일미군기지 등)를 중심으로 제2급 기지(주한미군기지 등)를 통할하면서 제3급 ・4급 기지를 총괄하는 매우 유연한 시스템을 온라인 망(인터넷 중심의 군사통제망)을 중심으로 가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각종 온라인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미군은, 농성하듯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분쟁지역에 즉각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global stryker(세계적 차원의 기동타격) 부대’로서 기지를 들락날락하며 ‘유연하게 출동하는 체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예컨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한 ・미상호 방위 조약의 틀(주한미군은 한반도 분쟁에만 대비한다는 규정)을 넘어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 투입되는 유연한 체계가 필요해졌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주한미군 체제를 붙박이 농성형에서 ‘global stryker형’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주일미군은 주한미군보다 더욱 큰 규모의 ‘global stryker 부대’로 변모되면서, 주일미군 체제와 주한미군 체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3) 일본판 GPR과 한국판 GPR의 연계구조


미 ・일 동맹 ・주일미군 재편의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일본판 GPR과 (평택 ・대추리를 중심으로 전개 중인) 한국판 GPR의 본질은 닮은꼴이며 양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일본판 GPR은 오키나와 ・가네가와 현(일본의 수도권) ・이와쿠니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위협론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가 주요내용이다. 일본판 GPR의 본질은 미일 동맹의 세계제패 ・중국 포위 ・양안(중국-대만) 분쟁에 커다란 초점이 놓여 있으나, 현상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면서 대북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을 공략 ・붕괴시키려는 작전계획(OP 5027 / OP 5055 등)’에 주력하고 있다.


‘불안한 화살’ 전선의 동쪽 끝에 있는 불량국가 ‘북한’을 공략하려는 일본판 GPR. 이 일본판 GPR과 궤를 같이하면서 한국판 GPR(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확장)이 이루어질수록, 일본판 GPR과 한국판 GPR의 연동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국 자본의 전략적 유연성


GPR은, 유연성(flexibility)이 강한 global stryker 부대를 양산하려는 펜타곤의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로봇 팔처럼 전 세계에 흩어진 미군 소(小)부대가 전쟁 ・분쟁지역을 향해 순식간에 stryker 대(大)부대로 조합되어 출동하려면(로봇 팔을 재빨리 조립하여 로봇을 만들 듯이…), 엄청난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펜타곤이 생각하는 미군의 유연성은, 자본의 세계화 ・금융의 세계화에 걸맞은 ‘미군의 기동성 향상’, 즉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에 어울리는 global stryker 부대로 비약하는 데 중점이 있다. 이는 미국의 국부(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미국계 초국적 자본)가 분초 단위로 움직이는 것을 군사적으로 보호하려는 발상과 연계되어 있다.


미국계 신자유주의 금융자본과 관련된 시설(초국적 금융기관 ・다국적 기업의 건물 등)이 테러를 당하면, 전략적 유연성을 지닌 미군이 stryker 부대로 투입되어 테러 사태를 즉각 진압해야 한다고 펜타곤은 생각한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신자유주의 자본의 유연성이 만나는 지점이 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군사의 유연성 ・자본의 유연성이 합성되는 흐름을 저지하는 ‘평화운동-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의 유연한 연대’가 절실해진다.


5) 새로운 전쟁양식


엥겔스(Engels)는 생산양식과 전쟁양식의 상호연관성을 밝혔다. 그는 군함을 중심으로 한 전쟁양식은 철강 중심의 생산양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엥겔스의 논리에 따르면, IT(전자기술) 생산양식은 ‘IT형 전쟁양식(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각한 전쟁양식)’을 낳는다. IT 생산양식에 의한 전자혁명이 전자전쟁 양식을 초래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새로운 전쟁양식은 IT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속도전의 성격이 강하다. 폴 비릴리오의 저작 [속도와 정치]가 강조하듯이, 속도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양식이 정치 ・군사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놓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속도전 전쟁양식을 선보인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속전속결의 10-30-30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0-30-30 전략은, 세계 어느 곳이든 10일 안에 미군을 투입하고 30일 안에 승리하고 30일 안에 또 다른 전쟁터에 미군을 파견하는 전략이다. 10-30-30 전략은 1991년의 120일 전쟁전략(120일 안에 전쟁에서 이긴다)보다 4배나 빠른 것이다.


이와 같이 전쟁의 시간개념이 공간개념 못지않게 중요하게 되었다. 예전의 기지가 주로 공간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면, 새로운 전쟁양식을 반영하는 기지는 비트(bit) 단위로 움직이는 속도전의 현장이다. 예전의 기지가 몇 년 ・몇 달간 전쟁하기 위한 거점이었다면 현재의 최첨단 미군기지(평택 ・대추리에 이러한 기지를 만들려고 한다)는, 컴퓨터의 가상전쟁 시뮬레이션과 연동되는 GPR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비트 단위로 움직인다. 평택 ・대추리에 들어설 미군의 global stryker 부대 역시 분초 단위 또는 비트 단위로 움직이는 새로운 전쟁양식을 선보일 것이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속도전은 한국군의 속도전을 강요할 것이며 이에 맞설 북한군의 속도전이 한반도의 전쟁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응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평화운동이 오히려 저속화(低速化)될 가능성이 있는 바, 전쟁-평화 시스템 사이의 속도 차이가 한반도 안팎의 평화체제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의 평화 ・통일관을 지배해 온 공간중심에서 벗어나 시간을 입력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사고의 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4. 결 론


코스타리카 ・아이슬란드처럼 기지 없는 나라에 사는 게 행복한 일이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부국강병을 구호로 내걸고 있는 모든 나라의 기지는 전쟁체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국가안보 중심적이며 민중안보 ・인간안보의 예외지대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국민의 의지와 동떨어진 일들이 기지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기지에 외국군대가 주둔할 경우 해당국가의 자주성이 훼손될 수 있다. 기지는 이처럼 시민들의 생활과 관련하여 중요한 곳이므로, 시민사회의 안전 ・평화를 위해 늘 감시해야 한다. ‘시민사회 ・국민의 차원에서 기지를 감시하지 않고 방치하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도모한다고 세워진 기지가 정말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는 ‘기지관
련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글을 끝맺는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279호(2007.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