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사 수기 (107)
짜장밥과 막걸리의 상생효과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지금은 영업을 마친 토요일 밤 10시. 내가 막걸리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커피 장사를 시작한 이후 ‘음주 자제령’을 스스로 내려 평일에는 마시지 않는다. 이뇨작용이 활발한 막걸리를 마시자마자 취침하면 새벽 2시경에 오줌통에 쌓인 오줌을 비우기 위해 일어나야하므로, 반 토막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 주말에도 막걸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토요일 밤에 1주일을 정리하고 싶은 심정을 핑계 삼아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1주일 동안 막걸리를 참은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밤도 어쩔 수 없이 막걸리 한 병을 미리 사다 놓은 뒤, 안주 겸 저녁 식사가 가능한 음식 메뉴를 생각했으나, 내 처지에 4,000원짜리 돈가스는 너무 사치스러워 1,0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을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다.
포장 비닐을 벗겨낸 짜장면에 밥을 조금 얹어 짜장밥을 만들어, 그걸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짜장면 집에서 우리 가게로 이동하는 사이에 불어터진 짜장면에 찬밥을 넣은 짜장밥을 먹으며 막걸리를 반주 삼아 심야의 식사를 하고 있다.
1,000원짜리 싸구려 짜장면이지만, 그 속에 한 두점 들어 있는 쫄깃쫄깃한 돼지고기가 최상의 안주감이다. 불어터진 짜장면 밥이지만, 내가 사무치게 좋아하는 막걸리가 온 몸을 전율시켜 몸을 뜨겁게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짜장밥과 막걸리의 상생효과가 배속을 따뜻하게 하며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온 몸을 감도는 (짜장밥+막걸리 상생효과의) 훈기로 오늘밤 풍찬노숙의 추위를 이겨야지....암 이겨내야 말고...
국산 쌀로 빚은 서울 막걸리를 구입했는데, 입안을 톡톡 쏘는 사이다 맛이 유별나 기분이 더욱 상쾌하다. 막걸리 값 1,210원+짜장면 1,000원 도합 2,210원에 느끼는 포만감이란...
즐거이 먹은 뒤 마지막으로 그릇에 찌꺼기 같이 붙어 있는 짜장밥의 잔재를 혀로 핥아 먹었다(이건 포로 수용소에서나 하는 짓이지...). 마지막으로 아끼며 남겨 놓은 막걸리 한 모금을 홀짝 마신 뒤 오늘의 ‘聖餐(짜장밥)+聖杯(막걸리) 의식’을 마쳤다.(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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