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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65)] 우리 가게가 입주한 빌딩의 불안한 그늘

커피 장사 수기(65)


 

우리 가게가 입주한 빌딩의 불안한 그늘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경제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 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일본, 미국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가면 음식점 등의 자영업자 가게가 좀 처럼 눈에 띄지 않는데, 한국에는 너무 많아 걱정이다. 그렇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이 걱정은 나의 걱정이자 남의 걱정이다.

 

아직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가게에 불안의 그늘이 닥쳐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태산같다. 이 불안의 그늘은 우리 가게가 입주해 있는 건물(주은 프라자) 전체에 해당된다. 주은 프라자 1층에 있던 ‘송죽’이라는 죽집은 1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문을 닫았다. 집 주인이 빚에 허덕이다가 해외로 도망가는 바람에 보증금 6천만원을 날렸다고 한다. 풀에 죽은 ‘송죽’ 주인 아저씨의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증금 6천만원을 지불하고도 집 주인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이 말은 듣자마자 나도 세무서에 가서 ‘확정일자 신고’를 했다. 우리 가게의 주인이름으로 된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보니, 집의 시세의 80% 정도에 해당되는 돈을 은행대출받았다. 이것 또한 ‘송죽’ 같이 내가 당할 여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최대한 은행빚을 쓰고 월세를 받아 은행이자를 내는 순환이 잘 이루어지면 다행이지만, 지금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은행빚-월세 수입의 악순환이 거듭되면 나에게도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어쨌든 죽집이 세들고 있던 곳은 경매에 넘어갔고, 새로 구입한 주인이 또 세를 놓아 ‘김밥 천국’이라는 체인점이 ‘송죽’ 대신에 들어 섰다.

 

새로 문은 연 ‘김밥 천국’ 주인이 새 채비를 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어 현재는 눈빛은 반짝이지만, 지금과 같은 최악의 불경기를 제대로 타고 넘을지 미지수이다. 전국의 거의 모든 체인점이 본사만 살찌운다고 하는데, ‘김밥 천국’ 주인 역시 본사를 살찌우지만 본인은 야위어가는 경영에 허덕이다가 보증금을 까먹고 끝내 손을 들지 모른다.

 

김밥천국 옆의 SK 휴대전화 파는 가게는 손님의 출입이 적다. 김밥천국 건너편에 있는 안경점은 덩그러하게 넓은 공간을 손님으로 채우지 못해 파리 날리고 있는 듯하다. 그 옆의 LG 대리점의 사장은 젊은 사원들과 단결하여 맹령하게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으나 수입이 맹렬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그 옆의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는 손님이 비교적 많지만 본사에 많이 수탈당하는지 두 부부의 인건비 정도를 건진다고 한다.

 

큰 길거리의 1층에 세든 가게의 실정이 이러하니 2층, 3층, 4층은 오죽하랴...2층에 있는 우리 가게 옆의 PC방은 학생, 젊은 층의 고객이 많은데 그들의 푼돈을 받으며 지속적인 경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24시간 영업하느라 밤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매달리는 PC방 주인의 팅팅 부은 얼굴을 매일 아침에 보기에 민망하다. 3층의 노래방 주인을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데...요즘 장사가 너무 되지 않아 죽은 지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들어 3층에서 노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래방 노래소리가 끊긴 곳에 불경기의 ‘곡(哭) 소리’가 들린다.

 

4층의 당구장 주인을 맨처음 만났을 때는 씩씩한 기운이 살아 있더니, 요즘은 어깨가 좀 무거워보인다. 엄청나게 넓은 당구장의 전등을 대낮같이 밝히는 비용만해도 만만치 않을텐데...

 

우리 가게가 입주한 빌딩에서 그나마 잘 나가는 곳이 병원과 약국인데...여름들어서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20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