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사 수기(63)
장사가 안될수록 투자를 해야한다?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장사가 안 될수록 투자를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장사가 안되면 소극적으로 되는 경향 때문에 투자를 늘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이를 역행하며 투자를 더 하는 배짱이 필요한 것같다. 문제는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인데, 돈이 없어도 더 빚을 내서라도 더 투자해서 그동안 손해본 것을 만회하겠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빚을 낼 정도가 안되면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투자를 더 하겠다고 다짐하는 적극성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의지가 앞서면 돈도 생기는 것같다. 마침 아는 사람의 성금 2백만원이 제2의 투자(창업 이후 두 번째로 돈을 많이 들인 투자)에 큰 도움을 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2의 투자 내역을 밝히면 아래와 같다.
1. 방석
새벽 5시에 일어나 카페 의자용 방석을 주문하러 서울 종로 6가의 동대문 종합상가 지하 미싱방에 갔다. 아침 6시 30분 경에 갔더니 너무 이른 탓인지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고 ‘카라 하우스’라는 미싱방만 방금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 곳의 주인에게 커피 숍용 방석 34개를 38만원 들여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 동안 제일 값이 싼 베트남제 나무 의자를 사용하다보니, ‘의자가 너무 딱딱하다’는 손님들의 불만이 이어져서 고민이 컸다. 돈의 여유가 있으면 금방 푹신푹신한 방석을 만들어 의자마다 깔고 싶지만, 돈이 웬수(원수)인지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딱딱한 의자에 손님을 앉히면 손님이 더욱 줄어들 것같아, 방석부터 제2의 투자를 하기로 하고 무리하게 경비를 지출했다. 월세 낼 돈에서 방석제작 비용 38만원을 충당했다.(2012.4.2)
동대문의 미싱방에 주문한 방석이 택배로 도착했다. 방석 보따리를 꺼낸 뒤 딱딱한 나무의자에 고정시키니 색깔도 잘 어울려 커피 숍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돈 38만원에 실내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돈의 위력이 새삼 실감난다. 역시 제2의 투자를 잘 한 것이다.
개업 이후 약 6개월 동안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 손님들에게 미안한 한편 감사한 마음이 든다.(2012.4.5)
2. 쇼파․ 장식용 전등
성금 2백만원을 낸 사람의 뜻에 따라 쇼파를 우선적으로 구입한 뒤, 남은 돈으로 장식용 전들을 설치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관리소 소장이 들어와 쇼파 문제가 해결되었다. 관리소 소장에게 쇼파를 구입할 뜻을 표명했더나 자신이 카페을 운영하다가 폐점했는데 그 때 사용하던 쇼파를 기증하겠단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래서 장사를 마친뒤 밤늦게 관리소 소장을 만난뒤, 기증받을 쇼파를 살펴보았다. 한편 관리소 소장이 잘 아는 후배가 장식용 전등을 값싸게 설치해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 분이 우리 가게에 와서 전등을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해서 쇼파․ 장식용 전등으로 커피 숍을 꾸미는 제2의 투자의 두 번째 단계를 마감했다.(2012.4.5)
아침 9시. 대화역 4번 출구에서 라보 용달차 기사를 만난 뒤, 관리소 소장님이 기증한 쇼파 3개를 싣고 우리 가게로 돌아와 가게 안에 놓았다. 손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좌석(서가 앞 냉난방기 옆의 자리)에 쇼파를 놓고 보니 아주 분위기가 좋아졌다. 베이지색의 베느남제 나무 의자 일색이었던 카페 안에 자색의 쇼파가 들어오니, 색상의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아 손님들로 하여금 안락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20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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